1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코스닥 지수 등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빅데이터뉴스 유명환 기자] iM증권이 미국과 이란 전쟁이라는 공급 충격에도 인공지능(AI) 투자 사이클과 반도체 수출, 재정 부양 효과가 이를 상쇄하면서 주요국 성장률과 물가 전망이 동시에 상향되는 이례적 구도가 형성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단순 스태그플레이션이 아닌 리플레이션 호황과 공급 충격이 혼재된 구도로 하반기 코스피 밴드는 7300~9500p가 제시됐다.
18일 김준영 iM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전쟁과 같은 전형적인 공급 충격은 성장을 누르고 물가를 밀어 올리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이지만 이번 미·이란 전쟁 국면에서는 주요국 성장률과 물가 전망이 동시에 상향되는 이례적 구도가 형성됐다고 진단했다. △AI 투자 사이클 △반도체 수출 △재정 부양 등 비전쟁 호재가 공급 측 충격을 사실상 상쇄하면서 성장 경로 자체가 상향됐다는 설명이다.
채권 약세에 따른 단기 조정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주식 환경은 우호적이라는 평가다. 김 연구원은 "채권 약세 속 금리 충격에 단기 조정을 받을 가능성은 있겠으나 전반적으로 명목 성장률이 높아지는 구간으로 보이며 이는 주식에 나쁜 환경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매크로 변동성은 오히려 주도주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과거 1999년 당시에도 금리와 유가 상승 이후 주도주로의 쏠림이 더 강화된 경험이 있다"며 "전쟁으로 인한 비용 상승 부담은 어김없이 구경제에 더 무겁게 작용하고 하반기 매크로 지표들의 영향은 K자 형태로 양극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역별로는 유럽의 부진이 두드러진다. △에너지 의존도 △AI 노출도 부재 △에너지 집약 제조업 비중이라는 세 가지 구조적 요인이 유럽 부진의 근원으로 꼽혔으며 전쟁 이후 선진국 중에서는 유럽이 가장 부진한 모습이다.
신흥국과 미국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인다. 신흥국의 경우 지표들이 예상보다 잘 나오면서 버티고 있고 OECD 경기선행지수는 4월에도 확장 국면에 놓여 있어 전쟁 충격이 수요보다 공급 측에 집중됐다는 점이 단적으로 드러난다는 분석이다.
연준의 SEP 상향이 핵심 지표로 부각되고 있다. 연준은 3월 SEP에서 2026년 실질 성장률을 2.3%에서 2.4%로 0.1%p, 헤드라인 PCE 물가를 2.4%에서 2.7%로 0.3%p 상향 조정했다.
근원 물가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근원 물가의 상방 리스크를 주요 리스크로 선정한 인원이 12명에서 16명으로 증가한 점은 일시적 충격에 대한 우려를 보여준다.
다만 파월 의장은 일시적 충격 시각을 유지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중동발 단기 물가 압력을 인정하면서도 기대인플레이션 앵커 유지를 전제로 공급 충격을 일시적 요인으로 간주하는 스탠스를 보이고 있다.
한국 매크로 환경도 동시 상향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 물가 상승률은 3%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며 성장률은 2%대 중후반까지도 전망치가 제시되고 있다.
한국은행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금리 인하를 멈추고 인상하는 것에 관해 고민해야 할 때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하반기 통화정책 디커플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연준은 동결 가능성이 높은 거의 유일한 지역인 반면 △유럽 △일본 △한국 △영국 모두 최소 1회 인상을 반영 중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펀더멘탈이 상대적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금리 인상국의 펀더멘탈 훼손으로 이어질 경우 비미국 지역에 비해 미국의 펀더멘탈이 상대적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는 진단이다.
코스피 이익 전망치는 가파른 상향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 중심 이익 전망치 상향이 끊임없이 지속되는 가운데 △2026년 코스피 영업이익 추정치 875조원 △2027년 1200조원 수준이 예상된다.
멀티플 확장 없이도 9000p 진입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이익이 늘어나는 만큼 지수가 상승했다"며 "멀티플 확장 없이도 9000p가 가시권에 있고 그 이상의 리레이팅을 위해서는 이익 변동성 축소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반도체를 제외한 주도주의 밸류에이션도 부담스럽지 않다는 평가다. 김 연구원은 "AI 사이클 중심의 종목 랠리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한국 내수 지표가 빠르게 반등하고 있어 반도체가 쉴 때 내수주로의 로테이션 및 확산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리 민감도는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하이퍼스케일러의 현금흐름이 부족해지면서 차입이 불가피해지고 시장으로부터 자금 조달의 필요성이 하반기부터 커지면서 시중 금리와 크레딧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10년물 4.5%가 상징적 임계점으로 제시됐다. 김 연구원은 "통화정책에 변화가 없더라도 물가가 금리를 과하게 밀어올릴 때 시장의 조정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미국 10년물이 4.5% 수준을 넘어설 때 어김없이 코로나 이후 시장의 단기 조정이 동반됐고 2000년대 평균 금리 수준을 상향 돌파했다는 상징적 임계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