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가격·물량 담합 적발
업계 "책인 인정, 재발 방지 의지"
사진=연합뉴스[빅데이터뉴스 최용선 기자] 밀가루는 라면, 빵, 과자, 냉동식품, 외식 가격까지 좌우하는 대표적인 생활 필수 원재료로 제분업계의 가격 결정은 곧 소비자 물가와 연결된다. 이러한 가운데 일시적으로 오른 밀가루가격에 대한 진실이 나왔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대한제분, CJ제일제당, 사조동아원, 삼양사, 대선제분, 삼화제분, 한탑 등 7개 제분사에 총 6710억4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국내 담합 사건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2019년 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약 6년간, 기업 간 거래(B2B) 시장에서 밀가루 가격과 판매 물량을 사전에 합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담합 관련 매출액은 5조6900억원, 시장 점유율은 87.7%(2024년 기준)에 달했다. 사실상 국내 B2B 밀가루 시장 대부분을 소수 기업이 좌우한 셈이다.
그동안 업계는 가격 인상 때마다 '국제 밀 가격 상승', '환율 부담', '물류비 증가'를 이유로 들어왔지만 공정위 조사 결과 "시장 지배력을 활용해 가격을 통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국내 제분시장은 대표적인 과점 산업으로 상위 7개 업체가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조로 이들 입장에선 경쟁보다 ‘눈치 보기’가 쉬워진 것으로 풀이된다.
즉 한 업체가 가격을 올리면 다른 업체가 뒤따르는 ‘가격 추종(price following)’이 자연스럽게 발생하고, 이것이 반복되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담합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제분업은 제품 차별성이 크지 않아 가격 경쟁이 일어나기 어렵다”며 “결국 경쟁보다 시장 전체가 함께 움직이는 구조가 고착화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파급력이다. 밀가루 가격은 단순히 제분업계의 문제가 아니다. 라면, 빵, 과자, 만두, 냉동식품, 치킨 튀김가루, 외식업 원가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준다.
공정위 역시 이번 사건을 단순한 기업 간 위법행위가 아니라 ‘민생 침해형 담합’으로 판단했다.
실제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와 함께 3개월 내 독자적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렸다. 사실상 가격 인하 압박이다. 또 향후 3년간 연 2회 가격 변경 내역을 보고하도록 명령하며 사후 관리도 강화했다.
공정위 제재 이후 제분업계는 전반적으로 책임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 의지를 밝혔다.
CJ제일제당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경쟁사와 접촉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한국제분협회를 탈퇴했다”고 밝혔다.
앞서 CJ제일제당은 올해 1월 업소용 밀가루 가격을 약 4% 인하했고, 2월에는 업소용과 소비자용 제품 가격을 최대 6% 낮추는 등 선제적인 가격 조정에 나선 바 있다.
삼양사도 “일부 B2B 영업 관행과 내부 관리체계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가격 정책과 영업활동 전반에 대한 내부 기준 및 의사결정 절차를 전면 재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 내부에서는 공정위 판단과 과징금 규모를 두고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기업들은 담합 고의성 여부와 과징금 산정 방식 등을 놓고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정위 결정을 존중하면서도 일부 판단에 대해서는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다는 의견이 있다”며 “다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 신뢰 회복”이라고 말했다.
최용선 빅데이터뉴스 기자 cys4677@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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