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18년 ‘해운재건 5개년 계획’ 발표, 글로벌 경쟁력 회복 목표 24만TEU급 대우조선 7척·삼성重 2척, 1.6만TTEU 현대重 8척 발주 최오 2.3만급 12척, 1.4민 8척이었으나 설계단계에서 선형 크기 키워 한진해운 해체 영향도 만회위해 현대상선 선복량 100만TEU로 확대키로
현대상선이 한진중공업으로부터 매입한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 2척 중 두 번째 선박인 ‘HMM 블레싱’호가 터미널 안벽에 정박해 컨테이너를 싣고 있다. 사진= HMM 50년사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2016년 당시 한진해운의 파산으로 대한민국 해운산업은 원양항로의 대형선 경쟁에서 사실상 완전히 밀려났다. 그 무렵 세계 주요 선사들은 이미 1만8000~2만200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급의 초대형 선박을 대거 운항하며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용 절감 경쟁에 돌입한 상태였다.
이에 비해 현대상선의 주력 선대는 평균 1만3100TEU급에 머물러 있어 운항 효율과 선복 경쟁력 측면에서 현저히 불리했다. 서둘러 1만TEU급 이상의 컨테이너선을 확보하며 선대 대형화를 도모했지만 여전히 경쟁력은 취약한 상태였다. 수출입이 대부분 해운으로 이루어지는 한국에서 유일한 대형 국적선사인 현대상선의 해운물류 경쟁력이 뒤떨어진다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우려할 만한 일이었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18년 4월 정부는 ‘해운재건 5개년 계획(2018~2022)’을 발표하면서 ‘국적선사의 초대형 선박 확보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 회복’을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계기로 현대상선은 오랜 숙원사업이던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에 나서기로 했다. 그것도 2만TEU급 이상의 선박을 포함하여 무려 20척을 한꺼번에 발주하는 역사적인 프로젝트였다.
2018년 4월 현대상선은 국내 조선사들에게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하며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를 위한 절차를 시작했다. 그해 6월에는 납기와 선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3사를 건조업체로 선정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에는 2만4000TEU급 7척과 5척을 각각 발주하고 현대중공업에는 1만6000TEU급 8척을 발주하기로 했다.
3사를 골고루 선정한 것은 대량 발주에 따른 리스크를 분산하는 효과도 있지만, 침체한 국내 조선업을 살려 해운·조선 생태계를 복원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국내 단일 선사 발주량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여서 한동안 일감 부족에 시달렸던 국내 조선사들에게는 반가운 일이었다. 이러한 점에서 이 프로젝트는 국내 해운·조선산업의 동반회복을 상징하는 사업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현대상선은 이들 조선 3사와 9월에 본계약을 체결했다. 전체 투자 규모는 3조1532억 원으로, 현대상선의 연결기준 자기 자본의 351.56%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였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2020년 2분기부터, 현대중공업은 2021년 2분기부터 인도하는 것을 목표로 선박 건조에 돌입했다.
조선 3사와 건조계약까지 체결함에 따라 현대상선의 해운 노선 강화 전략도 탄력을 받았다. 한진해운 파산 이후 현대상선은 무너진 국내 해운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100만TEU의 선복량 확보를 목표로 선대 확장을 추진해 왔다. 약 150만~400만TEU에 달하는 세계 주요 선사들의 평균 선복량에 비하면 100만TEU도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지만, 그럼에도 글로벌 업체들과 동맹을 맺거나 경쟁하려면 최소한 100만TEU급 이상의 선사가 돼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었다.
발주 당시 현대상선의 선복량은 약 42만TEU 규모였다. 여기에 이번에 발주한 선박을 2020년부터 인도받으면 약 39만TEU의 선복량이 더해져 최소한 세계 10위권 내의 해운선사로 발돋움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이는 현대상선이 글로벌 얼라이언스에 합류하는 데에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초대형선 20척을 최초 발주할 당시에는 2만3000TEU급 12척과 1만4000TEU급 8척을 계획했었다. 그런데 그 이후 상세설계 단계에서 실제 항로 운항조건, 연료효율, 경쟁사 선박 규모 등 여러 가지 조건을 두고 다각도로 재검토한 결과 1만4000TEU보다는 1만6000TEU급으로 변경하는 것이 효율적인 것으로 판단되었다. 이에 현대중공업 등 조선사들과 협의하여 1만6000TEU급으로 선형을 확대 변경하기로 했다.
이미 ONE, CMA-CGM, COSCO 등 경쟁선사들은 1만5000~1만6000TEU급 신조선을 미주 항로에 투입하기 시작했다. 이와 비교할 때 1만4000TEU급으로는 경쟁 효율이 떨어지고 운항비 절감효과도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또한 국제해사기구(IMO) 2020 환경규제에 대응하는 스크러버 설치 및 연료효율 향상 설계를 적용하려면 기존 안보다는 더 큰 선형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었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의 도크도 1만6000TEU급으로 확장해도 선체 길이나 폭 등 건조공정상 큰 무리가 없다는 기술 검토가 있었다. 같은 이유에서 2만3000TEU급도 2만4000TEU급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이 인도받게 되는 선박은 1만6000TEU급 및 2만4000TEU급으로 최종 조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