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증자 소규모합병, 10월 1일 합병기일…주식매수청구권 없어 동아제약 FCF 5년 새 6.5배…유보현금 501억, 배당 없이 지주사 직행 별도 부채비율 40.1%→50.5%…차입금의존도는 오히려 19%로 감소 시총, 연결 순자산의 절반 수준…"저평가 해소" 노림수도
동아쏘시오홀딩스 사옥 전경. / 이미지 =동아쏘시오홀딩스
[빅데이터뉴스 조재훈 기자] 동아쏘시오홀딩스가 지난 2014년 10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주회사 승인을 받은 지 11년 만에 순수지주회사 체제를 마무리한다. 완전자회사인 동아제약을 흡수합병해 사업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번 합병으로 지주사의 별도(개별) 기준 부채비율은 기존 40%대에서 50%대로 상승하지만, 자본시장에서는 부채비율 상승보다는 동아제약이 벌어들이는 막대한 현금흐름을 지주사가 직접 내재화한다는 점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업계 등에 따르면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지난 23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동아제약 흡수합병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동아쏘시오홀딩스가 동아제약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어 신주를 발행하지 않는 무증자합병 방식으로 추진된다. 상법상 소규모합병 요건을 충족해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은 부여되지 않으며, 주주총회 승인은 이사회 결의로 갈음한다.
이번 합병은 동아제약에만 해당하며, 용마로지스·비티젠·동아에코팩 등 다른 핵심 계열사는 합병과 무관하게 독립 법인 체제를 유지한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동아제약·용마로지스·비티젠·동아에코팩을 종속기업(자회사)으로, 동아에스티·에스티팜을 관계기업(관계사)으로, 지분 49.99%를 보유한 동아오츠카를 공동기업으로 각각 두고 있다.
합병 이후 최대 관심사로는 지주사가 직접 운용하게 되는 현금흐름이 꼽힌다. 동아제약은 지난해 창출한 잉여현금흐름(FCF) 1091억원 가운데 590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2020년(169억원) 대비 5년 만에 6.5배(545.6%) 급증한 잉여현금흐름 중 배당으로 집행된 비율은 54.1%였으며 나머지 45.9%에 해당하는 501억원은 배당 절차 없이 동아제약 내부에 유보돼 있었다.
배당금 총액이 같은 기간 330억원에서 590억원으로 78.8% 늘었으나 현금창출력이 불어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사내에 쌓이는 현금 비중이 커진 것이다. 합병이 완료되면 이 유보 현금은 배당 절차 없이 지주사가 곧바로 사업·투자 재원으로 투입할 수 있게 된다. 한 신용평가사는 그동안 배당 등 한정된 수단으로만 활용해온 동아제약의 현금흐름창출력을 이번 흡수합병으로 지주사가 직접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재무구조 변화도 수치로 확인된다. 동아쏘시오홀딩스가 지난 5월 제출한 1분기보고서에는 별도 장부에 반영된 동아제약 투자주식 장부가액(398억원)과 동아제약의 최신 재무 현황이 공시됐다. 지난 3월 말 기준 동아쏘시오홀딩스의 별도 자산총계(1조83억원)에서 투자주식(398억원)을 차감하고 동아제약의 실제 자산(4356억원)을 합산하면 통합 자산은 1조4041억원으로 늘어난다.
부채는 2886억원에서 4714억원으로, 자본은 7197억원에서 9327억원으로 각각 늘어난다. 이에 따라 별도 부채비율은 기존 40.1%에서 50.5%로 10.4%포인트 상승한다. 반면 이자가 붙는 차입금만 반영하는 차입금의존도는 기존 23.8%에서 19.0%로 4.8%포인트 하락한다. 동아제약의 총차입금은 264억원에 그치는 반면 보유 현금이 이보다 많아 순차입금이 마이너스(-) 85억원인 순현금 구조이기 때문이다. 부채비율 상승은 매입채무나 충당부채처럼 이자 부담이 없는 영업성 부채가 통합 장부에 합산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그룹 전체 연결 기준으로는 합병 전후 변화가 없다. 동아제약은 이미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완전자회사로 연결재무제표에 집계돼 왔기 때문이다. 전체 계열사 실적을 한데 묶는 연결재무제표와 달리, 지주사 단독 실적만 담는 별도재무제표에는 그간 동아제약의 매출이나 부채가 직접 반영되지 않고 투자주식 장부가액으로만 계상돼 있었다.
동아쏘시오그룹의 실적 흐름은 견조하다. 2분기 연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9% 증가한 4124억원, 영업이익은 38.3% 늘어난 390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매출이 4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연결 부채비율도 2024년 말 90.8%에서 지난해 말 80.6%로 10.2%포인트 낮아진 데 이어 올해 3월 말 79.3%로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별도 부채비율(40.1%)의 약 2배 수준이다.
자본시장에서는 시가총액과 순자산가치 간 격차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시가총액은 약 6000억원(발행주식총수 673만2527주) 수준이다. 연결 자산총계(2조1164억원)와 연결 부채비율(79.3%)로 산출한 연결 자본총계(순자산)가 약 1조1804억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1배에 그친다. 증시에서 회사 순자산가치가 절반 수준으로 저평가돼 있는 셈이다.
특히 동아쏘시오홀딩스가 합병 목적으로 명시한 '자회사 중복 상장에 따른 지주사 할인 요소 해소 및 시장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도 이같은 저평가 국면을 벗어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그간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순수지주회사로서 직접 올리는 영업수익 규모는 크지 않았다. 매출 구성을 보면 배당금수익·브랜드사용료·임대수익 등을 포함한 지주사 부문 매출은 올해 1분기 연결 매출의 11.59%(407억원), 지난해 연간으로는 6.20%(886억원)에 그쳤다.
동아쏘시오홀딩스측은 자회사 배당금 수익이 늘면서 올해 1분기 영업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13.0% 증가한 407억원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단순 계산으로 지주사 별도 매출(886억원)에 동아제약 개별 매출(7263억원)을 더하면 8149억원으로 819.8% 불어난다. 다만 동아제약이 지주사에 지급해온 상표권 사용료·자문료 등 내부거래 매출은 합병 후 상계돼 사라지므로 실제 합병법인의 별도 매출은 단순 합산치보다 소폭 낮게 형성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합병으로 지주회사 특유의 구조적 후순위성이 해소된다는 점이 긍정적이란 평가도 나온다. 그동안은 지주사 채권자가 자회사 재산에 직접 권리를 행사할 수 없고, 자회사 채권자에게 우선 변제된 뒤 남은 몫에 대해서만 간접적으로 권리를 가질 수 있었으나 흡수합병으로 이런 제약이 사라진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한 신용평가사는 동아쏘시오홀딩스에 적용해온 지주회사 평가방법론 대신 개별업종 평가방법론을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주사 구조에서 비롯된 할인 요인이 사라지고 박카스·오쏘몰 등 사업 본체의 수익성과 재무안정성이 신용도의 핵심 평가 기준이 되는 것이다. 복수의 신용평가사가 부여한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장기신용등급은 A(안정적)다.
다만 자금 운용의 자율성이 커지는 만큼 향후 대규모 인수합병이나 자회사 자금 지원 등 재원 투입 양상에 따라 차입금의존도가 다시 오를 가능성은 살펴봐야 할 대목으로 꼽힌다.
피합병법인인 동아제약의 실적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5% 증가한 1880억원, 2분기 매출은 25.7% 늘어난 2282억원을 기록했으며 2분기 영업이익은 26.6% 증가한 302억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에는 피부외용제와 퇴행성관절염 치료제 등 일반의약품 부문 호조와 더마 브랜드 '파티온' 라인업 확장, 신제품 '얼박사' 출시가 성장을 이끌었다. 2분기에는 글로벌 일반의약품 '오펠라' 브랜드 4종 도입 효과와 지방선거 특수가 실적을 견인했다. 지난해 국내 제약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8.3% 성장한 29조500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동아제약은 일반의약품 시장(2조6550억원) 성장이 정체됐음에도 약 5% 수준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계열사인 비티젠(옛 에스티젠바이오)의 사업 확장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비티젠은 고객사 발주 일정이 하반기에 집중되면서 2분기 매출(-45.2%)과 영업이익(-90%)이 일시적으로 줄었으나 연간 성장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비티젠은 2026년 2월부터 2028년 3월까지 총 1090억원 규모의 시설 확장을 추진 중이다. 시설자금 대출 등으로 조달되는 이번 투자가 완료되면 원료의약품(DS) 생산배치능력은 44%, 완제의약품(DP) 생산배치능력은 170% 확대된다. 단일 사업장에서 원료의약품과 완제의약품을 GMP 역량으로 함께 생산하는 국내 유일 업체인 데다, 미국 생물보안법 시행과 바이오시밀러 승인 간소화 움직임 등으로 글로벌 수주 환경도 우호적으로 조성되고 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강정석 회장이 29.26%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특수관계인을 합친 지분은 30%대다. 5% 이상 주주로는 국민연금(10.97%), 우리사주조합(9.20%), 글락소(GSK, 6.46%)가 있다. 소액주주 지분은 지난해 말 기준 39.85%다. 합병기일은 오는 10월 1일, 합병등기예정일은 10월 2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