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뉴스 김성민 기자] 강제추행 사건에서는 피의자가 "세게 밀치거나 위협한 적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형법상 강제추행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한 경우를 처벌하며, 대법원은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가 되는 이른바 '기습추행' 역시 강제추행에 포함된다고 본다.
기습추행의 경우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다면 그 힘이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일 필요는 없다. 대법원은 2023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폭행이나 협박이 추행보다 먼저 이뤄진 경우에도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강력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별도의 강한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강제추행 성립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형법 제298조에 따른 강제추행죄의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다만 신체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강제추행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추행'에 해당하는지는 피해자의 의사와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접촉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인 부위와 방식, 당시 주변 상황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 해당 행위가 객관적으로 성적 의미를 가지면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성격인지가 검토되며, 행위자에게 추행의 고의가 있었는지도 별도의 판단 대상이 된다.
실제로 대법원은 2024년 운전연수 차량 안에서 피해자의 허벅지를 밀친 사건에서 신체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과 해당 접촉이 추행에 해당하는지는 구분해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당시 피고인이 피해자의 운전이 미숙하다는 이유로 허벅지를 밀친 정황 등을 고려하면, 해당 행위가 추행이고 피고인에게 추행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까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반면 2020년 대법원은 직장 회식 자리에서 피해자의 허벅지를 쓰다듬은 사건에서 피해자가 현장에서 즉시 적극적으로 항의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강제추행죄의 성립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당시 즉각적인 거부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는 사실과 상대방의 신체 접촉에 동의했다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니므로, 사건 당시의 관계와 상황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취지다.
따라서 강제추행 피의자에게는 신체 접촉의 존재 자체뿐만 아니라 그 접촉이 어떤 경위와 맥락에서 이뤄졌는지가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 상대방이 즉시 항의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동의를 단정할 수 없지만, 반대로 상대방이 불쾌감을 호소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신체 접촉이 곧바로 추행으로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 사건 전후의 대화 내용, 접촉 전후의 행동, 두 사람의 관계와 당시 상황, CCTV나 차량 블랙박스, 메신저와 통화기록, 현장에 있던 사람의 진술 등이 서로 어떻게 맞물리는지 확인해야 한다.
경찰조사를 앞둔 단계에서는 기억에 의존해 사건을 단순화하기보다 시간 순서에 따라 사실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접촉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어느 부위에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 지속됐는지, 직전과 직후 어떤 대화가 있었는지, 상대방의 반응을 당시 어떻게 인식했는지를 구분해 살펴야 한다.
조사 과정에서는 인정하는 사실과 다투는 사실을 명확히 나누는 것도 필요하다. 객관적인 자료와 맞지 않는 설명을 했다가 뒤늦게 진술을 변경하면 전체 진술의 신빙성이 문제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억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까지 추측해 단정하기보다는 확인할 수 있는 사실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해 사과하거나 합의를 시도하는 문제 역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연락 내용은 이후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증거로 제출될 수 있고, 표현에 따라 사실관계를 인정한 것으로 해석되거나 상대방에게 압박을 가했다는 별도의 다툼이 생길 수 있다. 특히 혐의를 다투는 사건이라면 사건 내용이 정리되기 전에 책임을 전제로 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이후 진술과 충돌할 수 있다. 반대로 잘못을 인정하는 사건이라면 피해 회복을 위한 절차 역시 사실관계와 수사 진행 상황을 고려해 적절한 방식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강제추행으로 유죄판결이나 약식명령이 확정되면 성폭력처벌법에 따라 원칙적으로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된다. 또한 성폭력범죄에 대해 유죄판결이 선고되거나 약식명령이 고지된 경우에는 선고유예에 해당하거나 수강명령 또는 이수명령을 부과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 재범예방에 필요한 수강명령 또는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이 병과된다. 신상정보 등록은 공개·고지와는 별개의 제도이므로 형사처벌 이외의 법적 효과도 각각의 적용 요건을 구분해 살펴야 한다.
결국 강제추행 사건은 "폭행이 없었다"거나 "친근감의 표시였다"는 설명만 반복하는 방식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동시에 신체 접촉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추행으로 판단되거나 고의가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 수사 단계에서는 접촉의 경위와 목적, 상대방 의사에 대한 인식, 사건 전후의 정황과 객관적 자료를 구분해 정리하고, 실제 증거가 어떤 법적 쟁점과 연결되는지를 중심으로 진술과 자료 제출 방향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