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향해 묵묵히 걸어온 길, K-방산 주역으로 UAE, 한국 방산 수출 역사상 최대 규모 사우다아라비아, 전략형 수출 모델 확립 이라크, 3연속 중동 수출 행진의 완성
LIG넥스원이 개발한 국산 중거리 지대공유도무기 ‘천궁-Ⅱ’(M-SAMⅡ)가 발사대에서 발사되고 있다. 사진= 국방부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2020년대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위상은 ‘K-방산’ 한 단어로 요약된다. LIG넥스원은 2007년 구본상 회장의 대표이사 취임 직후부터 ‘지속 성장의 답은 곧 해외수출 확대’라는 일념 하에 글로별 시장 진출을 끊임없이 추진해 왔다. 현지 네트워크 확대 및 지역밀착 솔루션 개발, 전문인재 육성, 글로별 마케팅 강화 등의 노력은 중동 3개국 천궁-Ⅱ 수출로 이어졌으며, 유럽/북미 지역으로 시장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2020년대 들어 LIG넥스원은 중동 지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두며 K-방산 수출을 견인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었다. 국내 방위산업의 성장과 함께 오랫동안 기술력을 축적했고, 일찍부터 해외 수출을 전략적으로 준비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2020년대 글로벌 안보 환경 변화와 함께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가 일어났다.
1990년대 중반 이후 LIG넥스원은 유도무기·레이다·통신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며 자립 기반을 다졌다. 자체 기술로 개발한 국산 무기체계는 자연스럽게 해외 시장 수출 가능성을 열었다. 특히 2000년대 이후 방위사업청의 수출 지원 정책과 맞물리며 수출 가능성을 염두에 둔 연구개발(R&D) 체계가 확립되었고, 2007년 LIG넥스원으로 새롭게 출발한 이후에는 회사의 성장 전략을 글로벌 경쟁력 강화로 설정하며 본격적인 해외사업 확대에 나섰다.
2010년대는 핵심 수출 아이템이 구체적인 형태를 갖춘 시기였다. 천궁과 대포병탐지레이다-Ⅱ, 비궁 등 국내에서 개발한 무기체계가 잇따라 전력화되면서, LIG넥스원은 ‘한국형 무기체계 수출’의 가능성을 열었다. 이와 동시에 완성된 무기체계를 바탕으로 중동, 동남아시아, 남미 등을 중심으로 현지 네트워크를 확대했고, 각국 정부 및 방산업체와의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수출 교두보를 다져나갔다. 특히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등은 기술이전‧현지생산 등을 논의하는 핵심 파트너로 자리잡았다.
2010년대 후반 이후 글로벌 방산 시장은 지정학적 불안과 각국의 국방 자주화 흐름 속에서 급격히 성장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K-방산이 하나의 산업 브랜드로 주목받으며, 정부 자원의 수출 지원 정책이 강화되었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오랜 기간 기술력을 쌓고 해외 진출을 모색해 온 LIG넥스원에게 새로운 기회로 작용했고, 그 결과 2020년대 들어 LIG넥스원의 해외사업은 양적‧질적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2020년대에 접어들며 글로벌 시장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변화했다. 유럽연합(EU)은 해외 무기 의존도를 낮추고자 자체 조달 역량과 공급망 강화, 산업 공동체 결속에 힘쓰고 있다. 미국은 강력한 자국 산업 보호 정책 및 관세정책. 중국과 터키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저가 공세를 펼치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시장 주도권을 넓혀가고 있다.
더없이 치열해지고 글로벌 경쟁상황에서 비교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구매국의 환경에서 최선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무기체계를 빠르게 개량/공급할 수 있는 R&D 및 생산 역량 확보가 더없이 중요하다. LIG넥스 원은 시장의 변화를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전환하기 위한 혁신을 추진했다. 이러한 도전은 새로운 결실로 이어지자 시작했다.
국내 전력화를 완료한 ‘천궁-Ⅱ’는 2020년대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증명하기 시작했다. 정치‧외교‧산업 역량이 총체적으로 작동하는 현대 방산 수출 메커니즘 속에서 LIG넥스원은 천궁-Ⅱ의 성능 검증과 현지 신뢰 구축 작업을 빠르게 전개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중동 3개국 연속 수출이라는 놀라운 성과로 이어졌다.
2022년 1월 16일, UAE는 약 35억 달러(한화 약 4조 원) 규모의 한국형 중거리방공체계 ‘천궁-Ⅱ’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아 계약은 아부다비에서 진행된 정상급 회담과 연동되어 발표되었고, 한국 방산 역사상 최대 규모의 수출로 기록되었다.
LIG넥스원은 이 프로젝트에서 체계 종합(System Integrator) 역할을 담당하며 계약의 중심에 섰다. UAE가 요구한 혹독한 기후작전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설계 검증과 시험평가 전 과정에 참여했고, 다른 국내 방산기업들과 협력하며 프로젝트 전체를 총괄했다. 이는 한국형 중거리 방공체계가 세계 시장에서 성능을 인정받았다는 것을 의미했으며, 한국형 K-방공망 브랜드가 중동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특히 이 계약은 단순히 제품 판매에만 그치지 않았다. LIG넥스원은 교육·훈련·유지보수·성능개량까지 아우르는 장기 패키지 계약을 체결하며. 수출 범위를 ‘제품(Product)’에서 ‘체계(System)’로, 나아가 국가 방공망 네트워크(Network) 수준으로 확장하는 교두보를 마련했다.
천궁-Ⅱ UAE 수출은 이후 다른 해외 진출의 마중물이 되었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작지 않았다. UAE는 중동 안보의 전략적 거점으로, 이 계약을 통해 확보된 신뢰는 곧 사우디, 이라크 등 연속 수출의 토대가 되었다. 한국형 중거리 방공체계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사들과 대등하게 거룰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되면서, LIG넥스원은 글로벌 무대에서의 위상을 한층 높일 수 있었다.
이처럼 천궁-Ⅱ UAE 수출은 LIG넥스원이 진정한 글로벌 방산기업으로 거듭나는 전환점이었다. 나아가 향후 인공지능, 위성, 유·무인 복합체계와 연계한 미래형 방공 솔루션으로 수출을 확장해 나가는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다.
UAE에 이은 두 번째 대규모 수출국은 사우디였다. LIG넥스원은 2023년 11월 사우디와 약 32억 달러 규모의 천궁-Ⅱ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사우디 국방부를 상대로 한 10개 포대 규모의 계약으로, 해외 수출 확대라는 전략적 목표를 구체화한 대표적 성과였다. 특히 2024년 리야드에서 열린 WDS(World Defense Show) 2024 현장에서 관련 협상이 이뤄졌고, 공식 서명도 함께 진행되었는데, 이는 해외 방산 전시회를 적극 활용해 실제 계약까지 이뤄낸 사례이기도 했다.
물론 최종 성과를 이뤄내기까지 철저한 사전 준비가 있었다. 이미 LIG넥스원은 2022년 3월 첫 WDS에서 사우디 투자부(MISA)와 전략적 협력 확대 MOU를 체결하며 향후 수출을 대비한 제도적‧정책적 기반을 마련했다. 사우디 수출 계약은 UAE 수출을 통해 확보한 신뢰를 바탕으로 성사될 수 있었다.
특히 UAE 계약으로 이미 입증된 ‘히트-투-킬’(직격 요격) 기술, 다기능 레이다, 동시 다표적 요격 시스템 등이 사우디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또 UAE 수출과 마찬가지로 현지 파트너십 체결, 공급망 구축, MRO(유지·보스·운용), 교육·훈련 등이 포함된 장기적·체계적 현지화 협력을 이끌어냈다.
2024년 LIG넥스원은 또 하나의 커다란 성과를 거뒀다. 이라크 국방부가 천궁-Ⅱ 도입을 공식화하고, 그해 9월 약 28억 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로써 천궁-Ⅱ는 단일 무기체계 수출을 넘어 한국과 중동 지역을 아우르는 운용국가 네트워크를 완성하게 되었다. 특히 이라크 계약은 UAE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중동 수출 전략의 대미를 장식한 성과로, 천궁-Ⅱ를 중동 지역의 ‘표준형 중거리방공체계’로 자리매김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아울러 중동의 여러 국가에서 천궁-Ⅱ를 운용함으로써 다국가 운용 데이터 확보와 후속 개량을 통한 시너지 창출의 기반도 마련했다. 이처럼 이라크 계약은 중동권 다층 방공 솔루션 네트워크 완성의 마지막 퍼즐 조각이자 LIG넥스원이 글로벌 방산기업으로 도약하는 중요한 디딤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