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청주 54조3000억원 투자... AI 메모리 생산능력 선제 확보 美 인디애나 HBM 거점 함께 구축...추가 글로벌 생산기지 검토 본업 호조에 현금창출력 확대... 대규모 설비투자 재무 기반 탄탄 반도체부터 AIDC·에너지, 제조 AX 연결...AI 투자 수익화 본격화
SK하이닉스의 청주 M17 공장 조감도. 사진=SK
[빅데이터뉴스 김유승 기자] 정보의 생산과 유통이 다양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빅데이터는 새로운 경제적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빅데이터에서 추출된 산업 데이터는 불확실한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발맞춰 창간의 닻을 올린 빅데이터뉴스가 2026년 9월 창간 14주년을 맞았습니다. 빅데이터뉴스는 산업 분야에 있어 빅데이터를 비롯해 각종 데이터를 바탕으로 취재와 분석을 가미한 발굴 기사를 통해 업계는 물론이고 독자들의 정보 니즈에 부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창간 14주년을 맞아 빅데이터뉴스는 인공지능(AI)를 중심으로 산업 패러다임 변화의 정점에 있는 대한민국 산업을 재조명하는 기사를 게재합니다.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걸어온 발자취를 돌아보고 현재 매출 상황 그리고 미래 성장 동력 확보와 투자 전략 등을 다룰 계획입니다. 대한민국의 'K-산업'이 전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데 빅데이터뉴스의 이번 기획이 조금이라도 일조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편집자주>
SK그룹이 반도체를 단순한 ‘사이클 산업’을 넘어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로 보고 AI와 반도체를 축으로 한 생태계 구축에 그룹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용인과 청주에 54조원 이상을 투입해 AI 메모리 생산 기반을 확충하고, 미국 인디애나에는 국내에서 생산한 웨이퍼를 가공하는 HBM 후공정 거점을 구축한다. 이를 토대로 AI 데이터센터(AIDC)와 에너지·서비스, 제조 AI 전환(AX)까지 연결하는 ‘AI 풀스택 프로바이더’ 전략을 구체화하는 모습이다.
◇국내외 AI 메모리 거점 확대…생산능력 확보 ‘속도전’
18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급증하는 AI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 계열사인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국내외 반도체 생산 기반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앞서 SK그룹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청주, 서남권 등에 중장기적으로 총 1100조원 규모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구체적으로, SK하이닉스는 지난달 7일 이사회 결의를 거쳐 용인 ‘Y2’ 팹에 35조2000억원, 청주 ‘M17’ 팹에 19조1000억원 등 총 54조3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투자는 2031년 10월까지 순차적으로 집행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내 4개 팹의 완공 목표 시점도 기존 2045년에서 2033년으로 12년 앞당기며 AI 메모리 수요에 대응할 생산능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청주에서는 낸드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도 이어간다. M17은 연면적 20만6000평 규모로 조성되며 내년 2월 착공해 2028년 12월 첫 번째 클린룸을 가동할 예정이다. 청주캠퍼스에는 M11·M12·M15 등 기존 생산시설이 자리 잡고 있는 데다 부지와 전력·용수 등 기반 인프라도 상당 부분 확보돼 있다. 기존 팹과의 연계성을 높이면서 신규 생산능력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생산거점 확대는 해외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40억달러를 투입해 차세대 HBM 첨단 패키징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한 웨이퍼를 들여와 현지에서 후공정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2029년 하반기부터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급증하는 AI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는 동시에 반도체 관세와 보조금 등을 앞세워 현지 생산을 유도하는 미국의 정책 기조까지 고려한 행보로 풀이된다.
추가적인 글로벌 생산거점 확보 가능성도 열어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낸드플래시 기업 키옥시아와의 공동 생산을 ‘하나의 선택지’로 언급했다. 특정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서 생산능력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인텔과 협력해 메모리 칩을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방안도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업 호조’에 투자 여력 확대…대규모 설비투자 뒷받침
대규모 생산능력 확충에는 SK하이닉스의 현금 창출력 개선이 뒷받침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91조7425억원으로 본업 호조에 힘입어 현금 유입이 크게 늘었다. 설비투자 등을 제외하고 기업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잉여현금흐름(FCF)도 약 72조7000억원을 기록하며 추가 투자 여력을 확보했다.
유동성 역시 대규모 투자를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단기금융상품과 단기투자자산 등을 포함한 현금성 자산은 약 88조원으로 차입금 약 18조6000억원을 크게 웃돈다. AI 메모리 시장 선점을 위한 대규모 설비투자를 지속할 수 있는 재무적 기반도 갖춘 셈이다.
◇반도체 넘어 AIDC·제조 AX로…‘AI 풀스택’ 구체화 지속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가 AI 밸류체인의 출발점이라면 그룹 차원에서는 이를 AIDC와 에너지·서비스, 제조 AX로 연결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각 계열사가 보유한 반도체·ICT·에너지·제조 역량을 하나의 밸류체인으로 묶어 AI 인프라 구축부터 산업 현장 적용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AIDC 사업 확대에 맞춰 전력·용수·부지 등 기반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계열사 간 연계를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하는 AIDC 특성상 에너지 인프라 확보가 사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이 최근 AI 관련 사업장을 잇달아 찾은 것도 이 같은 밸류체인의 구축 상황을 직접 점검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지난 10일 ‘SK AI 데이터센터 울산’과 SK이노베이션 울산CLX(Complex)를 차례로 방문해 AI 인프라 구축과 제조 AX 추진 상황을 살폈다.
‘SK AI 데이터센터 울산’은 비수도권 최대 규모의 AI 전용 데이터센터로 조성되고 있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SK케미칼, SK하이닉스, SK AX 등 주요 계열사가 참여해 AWS와 함께 2027년 말 가동을 목표로 구축 중이다. SK그룹이 전국에 15GW 규모로 추진하는 AI 인프라 전략의 첫 거점으로, 향후 영남권에 2GW 이상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 울산CLX에서는 AI를 실제 제조 현장에 적용하는 AX가 진행되고 있다. 정유·화학 공정에 AI를 접목해 생산성과 안전성을 높이고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AI 인프라 구축에서 한발 더 나아가 그룹이 보유한 제조 현장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단계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는 셈이다.
◇그룹 전반 밸류체인 연결… “투자 넘어 실질적 수익 창출 시기”
SK그룹이 그간 구상해 온 AI 밸류체인도 이 같은 투자를 거치며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AI 메모리 반도체를 출발점으로 ICT 계열사의 AIDC·AI 서비스와 에너지 계열사의 전력 인프라를 결합하고, 이를 제조 현장의 AX까지 연결하는 구조다. 이번 현장경영 역시 밸류체인 각 단계의 진행 상황을 살피고 계열사 간 연계를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SK그룹은 반도체와 AIDC 등 AI 인프라에서 확보한 경쟁력을 그룹 계열사의 사업과 외부 시장으로 확장해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동안 많은 기업 총수나 전문가들이 AI·AX 시대를 맞아 투자나 연구개발(R&D)을 지속적으로 언급해 왔지만, 최태원 회장처럼 수익성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AX 전환기에는 수익 창출보다 투자 확대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은데, SK는 지금이 정말 좋은 기회로 선도적으로 현금을 확보할 때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며 “이는 최근 제기되는 AI 거품론 등에 대해서도 경종을 울리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