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검색

재계·일반

이재용 회장이 던진 조선 10조 원 투자 프로젝트, 삼성重 미래 힘 받았다

2026-10-25 15:13:46

삼성重 등 거제 지역에 ‘차세대 조선 사업 육성’ 의지 밝혀
총수가 직접 밝힌 대규모 투자계획은 조선소 완공 후 처음
2040년까지 ‘반드시’ 투자, HD현대, 한화오션과 미래 경쟁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6년 6월 29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삼성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6년 6월 29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삼성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직접 밝힌 10조 원 투자 프로젝트로 삼성중공업이 중흥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삼성중공업은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빗대어 소위 말하는 ‘삼성 후자’ 업체 가운데 하나다. 울산의 HD현대중공업, 같은 거제의 한화오션과 함께 세계 1위를 다투는 유력 조선사이며, 업계를 주도하는 기업이지만, 그룹 내에서의 존재감은 태생 때부터 터 미미했다. 삼성중공업은 건설은 했으나, 이병철 창업 회장은 운영에 애로를 겪자, 박태준 포항제철 사장에게 회사를 넘기려고 했고, 이건희 선대 회장 시기에도 자동차 사업을 했을 때 삼성중공업이 트럭 등 상용차 사업을 할 때만 언급했을 정도였다.
이재용 회장도 처음 임원으로 승진해 계열사 승진 임원과 함께 연수 차원에서 거제조선소를 다녀간 것이 전부였으며, 새 주인을 찾고 있던 대우조선해양의 미래 생존의 일환으로 삼성중공업과의 합병을 통한 독립법인 출범 안건이 아이디어로 논의되기도 했다. 이때도 삼성은 삼성중공업의 경영에서 손을 뗀다는 전제 조건이 붙었었다.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에서 최고 경영진이 삼성중공업에 대한 시각은 이랬다. 총수의 관심사에서 멀어져 있던 기업이다.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기에 아직 삼성 울타리에 있을 수 있었다는 역설은 흥미롭다.

[표-1] 숫자로 본 삼성그룹 내에서의 삼성중공업 위상
[표-1] 숫자로 본 삼성그룹 내에서의 삼성중공업 위상

삼성그룹 내에서 삼성중공업의 위상을 숫자로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표-1]을 보면, 2025년 기준 삼성중공업의 자산 총계는 14조9489억 원, 부채 총계 10조8538억 원, 자본 총계 4조950억 원이었다. 매출액은 10조6500억 원, 영업이익 8622억 원, 당기순이익 5358억 원을 기록했다.

이를 삼성전자와 비교하면, 자산 총계는 2.1%, 매출은 3.2% 영업이익은 2.0%였다. 삼성그룹 전체에서의 비중도 자산 총계 2.0%, 매출 3.0%, 영업이익 2.8%에 불과했다.

◇삼성重, 그룹에서 자산 2.1%, 매출 3.2% 비중

이러한 삼성중공업을 올해로 취임 4주년을 맞이한 이재용 회장이 언급했다. 그는 2026년 6월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민보고회’에 참석해 삼성그룹의 지역별 전략사업 투자 로드맵을 공개했는데, 영남권 투자계획의 일환으로 “차세대 조선 사업은 거제를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1세기 들어 삼성 총수가 삼성중공업이 영위하고 있는 조선 사업의 미래를 제시한 것은 이재용 회장이 처음이다.

이재용 회장 발언 4일 후인 7월 3일 경상남도 진주에서 열린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영남권에 60조 원 투자계획을 밝히며, 이 중 거제 삼성중공업에 총 10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10월 20일 서울에서 열린 ‘경상남도 수도권 투자유치설명회’에선 거제시·경상남도·삼성중공업이 10조 원 투자계획을 실행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협약(MOU)을 공식 체결함으로써, 10조 원 투자는 철회하지 않고 집행하는 계획이 되었다.

삼성중공업이 1974년 설립해 거제사업장을 완공하고 운영한 이후, 1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투자에 대한 수요는 오래전부터 있었으나 사업의 불황으로 말 한마디 못했는데, 총수의 말 한마디로 숙원을 한 번에 해결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전경 사진=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전경 사진= 삼성중공업

◇사상 최대라지만, 삼성 전체 투자에선 0.4% 비중에 불과


삼성중공업에 할당된 10조 원은 역대급이다. 그런데 삼성 전체의 투자 규모에서 본다면 통 큰 투자라고 보긴 쉽지 않다. 지난 6월 삼성이 발표한 중장기 국내 투자계획의 총액은 2655조 원에 포함된 것이니 비중은 0.4%로, 위에서 언급한 그룹 내에서 삼성중공업이 차지하는 수치적 비중에도 한창 미치지 못한다.

심지어 10조 원의 투자액을 삼성중공업이 모두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삼성중공업에 투자하지만, 거제가 아닌 지역도 포함되며, 그룹의 전략적 선택에 따를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더군다나, 10조 원의 투자액은 2040년까지 나눠서 진행한다. 계획을 발표한 2026년을 시작점으로 한다면, 14년에 걸치므로 매년 평균 투자 규모는 약 7143억 원으로, 대규모 장치 사업장으로 치면 평범함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2015년 착공해 2017년 완공한 반도체 제조공장 평택 1공장(P1)은 당시 세계 최대 규모로 지어지며 약 15조6000억 원이 투입되었으며, 2020년 착공해 2022년 준공한 평택 3공장(P3)은 공정이 복잡해지면서 투자비가 올라 약 50조 원을 들였다. 2025년 본격 공사에 들어간 평택 5공장(P5)은 단일 제조라인 기준 역대 최대가 될 전망인 만큼 투자액도 6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중공업의 역대급 투자액의 여섯 배에 달하는 금액을 반도체 제조라인 1개를 짓는 데 투입하는 것도 놀랍지만, 이러한 초거액을 단 2년 건설 기간에 집중적으로 집행한다는 사실이 더 대단하다.

그룹 전체 투자액에 비해서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다른 ‘삼성 후자’ 기업보다는 그래도 삼성중공업의 투자 규모는 매우 큰 편이라는 반응이다. 액화천연가스(LNG) 관련 선박과 해양플랜트 등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지키고 유지하며 최근 사세를 키워온 덕분이다.

◇계획 실행되면, HD현대重, 한화오션보다 투자 많아

10조 원의 투자액을 2026년부터 2040년까지 14년으로 나누면 약 7143억 원으로 줄어든다고 언급했다. 금액의 느낌이 매우 낮아진다. 하지만 이같은 규모의 투자액은 조선업계로선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삼성전자의 연도별 설비투자액은 2002년 1232억 원으로 연간 1000억 원 시대를 연 뒤 2007년 5700억 원에 이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2008년 8450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조선해운경기가 급락하면서 투자액도 줄더니, 2017년 635억 원으로 1000억 원대 구조가 깨졌고,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치며 2021년 330억 원까지 낮춰졌다.

2021년은 길었던 조선업 불황이 끝나고 카타르발 초대형 LNG선 발주가 본격화한 해이기도 하다. 투자가 줄었다는 것은 조선소의 기초체력이 매우 떨어졌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자칫 몰려오는 수주 물량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2022년 코로나19 암흑기를 보낸 삼성중공업은 2023년 1548억 원을 시작으로 2024년 1733억 원, 2025년 2241억 원으로 투자 규모를 늘렸다. 중요한 점은 기 계획한 투자계획을 예정대로 집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중공업의 계획 대비 투자 집행률은 매년 30~40% 수준에 머물렀다. 계획을 실행할 수 있을 만큼 삼성중공업의 자금력이 여유가 생겼다.

2026년엔 11년 만에 4300억 원의 계획을 잡아두었으며, 상반기까지 992억 원을 집행했다. 통상 투자는 하반기, 그중에서도 연말에 집중되므로 계획 달성률이 높다. 더군다나 이재용 회장이 직접 투자하겠다고 언급한 순간부터, 투자계획은 “시장 상황과 여건을 봐서 집행하겠다”가 아니라, “필요를 찾아서라도 반드시 집행하겠다”라는 뜻으로 바뀌었다.

연평균 7143억 원의 투자액이 계획대로만 집행되면,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는 경쟁사인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같은 거제에 소재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능가하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표-2]에서 보듯이 현재 삼성중공업의 연간 투자 규모는 HD현대중공업과 절반 이하 수준이며, 한화오션에도 비교 열위에 놓여 있다. 두 경쟁사가 모기업의 집중 지원을 받으며 조선 사업에서 양대 구도로 판도를 만들고 있다. 이재용 회장의 선언대로 삼성중공업이 ‘반드시’ 투자할 7143억 원은 한화오션 투자액의 두 배 이상이자 HD현대중공업과도 비교 우위에 있는 규모다. 삼성의 역량을 동원한다면 삼성중공업은 충분히 K-조선 빅3 중에서도 선두에 설 수 있을 전망이다.

[표-2] 삼성중공업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연도별 설비투자액
[표-2] 삼성중공업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연도별 설비투자액

과거엔 버릴 수도 있는 카드였지만, 지금 삼성중공업은 삼성에 있어 매우 중요한 존재가 되었다. 방위산업을 진행하지는 않지만, 한국과 미국 정보가 공동 추진하는 마스가(MASGA) 프로젝트에 따라 미국 현지 조산 사업 진출 및 미 해군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사업 등에 참여하고 있다. 이는 사업적인 측면 이외에도 정치‧외교적으로도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미국 등 서방 국가들에 대한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또한 삼성중공업은 삼성물산, 삼성 E&A와 함께 삼성의 EPC(설계‧조달‧시공) 사인을 담당하는 한 축이자. 삼성전자, 삼상 E&A와 더불어 해외 사업이 회사 매출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이러한 삼성중공업에 대한 10조 원 투자는 다소 시기가 늦은 감이 없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HD현대가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어에 이어 미국에 신규 조선소를 건설하고, 필리핀에도 조선 네트워크를 구축했으며, 한화오션은 미국 필리조선소를 이수해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한편, 호주 오스탈 조선소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중국에 블록 공장을 운영한 것 이외에 직접 해외 진출을 한 경험이 없는 삼성중공업도 이러한 국내 조선업체의 세계화 움직임에서 뒤처져선 안 된다. HSG성동조선에 선박 건조를 외주로 맡긴 것은 회사가 그리는 세계화 전략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편, 삼성중공업은 10조 원의 투자액을 최첨단 고부가가치선 및 해양 인프라 건조 기지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했다. 인공지능(AI) 팩토리 설비, 로봇, 자율운항 기술을 집약한 디지털·AI·로봇 전환(3X) 기반의 ‘자율형 스마트 조선소’를 조성해 건조 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관내 전후방 협력업체들의 생태계 육성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는 구상일 뿐이며, 세부 계획은 검토 중이라고 회사 측은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10조 원이라는 금액 못지않게 이재용 회장이 삼성중공업을 보증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라면서, “한화의 공세와 HD현대의 맞불 등으로 잊혀진 3등으로 전락할 수 있었던 삼성중공업이 경쟁의 새로운 판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채명석 빅데이터뉴스 기사 news@thebigdata.co.kr
리스트바로가기

헤드라인

빅데이터 라이프

재계뉴스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