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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팬을 위한 얕은 지식사전] 제2화 '스몰마켓의 생존 방식'

돈도 없고, 선수층도 얇고, 팬도 적은 팀이 어떻게 살아남을까?

2018-01-20 20:48:34

[빅데이터뉴스 정백희 기자]
[스포츠팬을 위한 얕은 지식사전] 제2화 '스몰마켓의 생존 방식'

◇ 스몰 마켓(Small Market)

‘스몰 마켓(Small Market)’은 스포츠계에서 작은 시장을 기반으로 둔 스포츠 구단, 리그를 뜻하는 용어다. 거대 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빅 마켓(Big Market)과는 상반된다. 대부분의 스몰 마켓은 시장성이나 투자에서 안정적인 거대 시장을 가진 빅 마켓 구단들과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때문에 스몰 마켓은 스포츠계에서 생존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여러 방법을 고안해야 했다.

사진=블랙번 로버스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사진=블랙번 로버스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스몰 마켓의 경쟁방식 1 : 하이 리스트 하이 리턴

현재의 성적을 위해 미래의 위험을 감수한다.

스몰 마켓이 빅 마켓과 경쟁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소유주의 개인 자금으로 투자력을 보유하는 방법이다. 이런 방법은 경쟁력에 대한 투자가 매우 즉각적이다. 가장 큰 장애 요소인 자금이 일시에 해결되기 때문에 강팀으로 빠르게 발전할 수 있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양날의 검이다. ‘하이 리턴 하이 리스크’의 성격을 가지기 때무니다. 팀 기반이 안정적이지 못한 만큼 투자 실패 위험도 높다. 빅 마켓은 투자에 비해 성과가 좋지 못해도 거대 시장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스몰 마켓의 투자 실패는 그대로 막대한 손실을 입거나, 곧바로 적자로 전환된다. 원래 불안한 경영 상황에 적자만 더 가중되는 셈이다.

스몰 마켓의 명운이 소유주의 투자 상황에 의해 좌지우지하는 점도 지속적인 불안요소다. 스몰 마켓이 소유주의 결정에 전적으로 따라가는 위험천만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의 강호였던 ‘블랙번 로버스(Blackburn Rovers)’의 사례는 개인 소유주 투자방식의 장·단점이 명확하게 보여준다.

블랙번 로버스는 EPL 출범 당시 원년 멤버로 참여했다. 당시 블랙번 로버스는 블랙번 출신 구단주 잭 워커의 적극적인 투자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블랙번 로버스는 리버풀 출신의 명장 케니 달글리쉬를 감독으로 임명했고 승격에 성공했다. 잭 워커의 투자는 승격 후에도 끝나지 않았다. 블랙번 로버스는 촉망받던 공격수이자 잉글랜드 역사상 최고의 공격수인 앨런 시어러를 사우스햄튼에서 영입했다.

잭 워커와 블랙번 로버스의 투자는 곧바로 결실을 맞이했다. 블랙번 로버스는 EPL 첫 시즌 4위의 성적을 기록했다. 두 번째 시즌도 승승장구해 2위의 성적을 거뒀다. 그리고 대망의 EPL 세 번째 시즌은 블랙번 로버스의 차지였다. 블랙번 로버스는 1994-95시즌 득점왕 앨런 시어러와 미드필더 팀 셔우드의 지휘를 앞세워 EPL 우승을 차지했다.

달콤한 우승의 기쁨도 잠시 블랙번 로버스의 몰락은 빠르게 찾아왔다. 블랙번 로버스는 케니 달글리쉬가 우승 직후 물러나자 크게 흔들렸다. 우승 다음 시즌 7위로 성적이 급락했다. 1996-97시즌을 앞두고 앨런 시어러마저 뉴캐슬 유나이티드로 이적했다. 새로 영입한 선수들은 제 몫을 하지 못했다. 잭 워커가 암 투병을 하면서 체계적인 투자가 힘들어진 것도 원인이었다. 블랙번 로버스는 1998-99시즌 EPL에서 강등 당하고 만다.

블랙번 로버스는 잭 워커가 사망하자 동력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2001년 EPL로 재승격했으나, 이전 같은 압도적인 성적을 보여주지 못했다. 재승격 후 6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2011-12년에는 다시 강등당했다. 화끈한 투자로 우승을 이뤘으나 하이 리스크를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무너져버린 대표적인 사례다.

사진=샌 안토니오 스퍼스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사진=샌 안토니오 스퍼스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스몰 마켓의 경쟁방식 2 : 머니볼(Money Ball) 운영

팀에 꼭 맞은 기준으로 선수을 선발, 적재적소에 수급한다.

스몰 마켓이 사용하는 두 번째 방법은 ‘머니볼’식 운영이다.

머니볼은 미국 메이저리그 베이스볼(이하 MLB)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단장 빌리 빈이 대중화시킨 스포츠 구단 운영 방식이다. 독자적인 방식으로 스몰 마켓의 문제를 보완하고, 새로운 평가 방식과 시장 개척으로 경쟁력을 갖추는 전략이다. ‘새로운 평가척도를 통해 팀에 필요한 요건을 갖추는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다.

머니볼은 팀의 경제적 요소까지 고려해 팀을 구성한다. 언제나 불안한 재정에 시달리는 스몰 마켓 구단에는 안성맞춤인 운영 방식이다. 효과를 내기까지 많은 시행착오와 긴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리스크가 적어 스몰 마켓을 장기적인 우승 컨텐더 팀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고의로 시즌을 포기하는 ‘탱킹’도 최소화할 수 있다. 따라서, 팀에 대한 팬들의 충성도도 지속시킬 수 있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단장 '빌리 빈'은 저평가받던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빌리 빈은 타격력이 좋은 선수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든 투수를 제치고 출루하는 '출루형’ 타자들로 팀을 구성했다. 선수의 몸값을 쓸데없이 올린다고 판단한 주루, 수비는 계획에서 철저히 배제했다. 투수진은 선발을 단단히 구성하되 구원, 마무리 등은 싼값의 선수를 데려다 쓰거나 유망주들을 성장시켜 활용했다.

빌리 빈의 운영은 적중했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가난한 운영에도 불구하고 매번 강팀들과 같은 수준에서 경쟁했다. 빌리 빈 단장의 부임 후 10년 이상 동안 총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했다. 스몰 마켓 구단의 대부분 들쭉날쭉한 성적을 보유하거나 5할 미만의 승률을 기록하기 일쑤였다. 당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성적은 확연하게 우월한 성과였다. 합리적인 방향의 머니볼식 운영이 스몰 마켓의 미래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 셈이다.

(사진=영화 머니볼)
(사진=영화 머니볼)

‘머니볼’식 운영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구단은 NBA에도 있다. 텍사스주의 ‘샌 안토니오 스퍼스’다.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연고지 자체는 큰 시장이다. 하지만 샌 안토니오 스퍼스는 전형적인 스몰 마켓이다. 구단 소유주의 자산이 매우 적다. 거대한 텍사스 연고지 시장은 '휴스턴 로케츠'와 '댈러스 매버릭스'에게 빼앗겼다. 샌안토니오 스퍼스만의 생존 방식을 찾아야만 했다.

샌 안토니오 스퍼스가 주목한 것은 ‘유럽리그의 우량주’였다.

2,000년대 초반, NBA의 유럽리그에 대한 인식은 매우 빈약했다. 샌 안토니오 스퍼스는 이런 점을 파악하고 베테랑 스카우터를 통해 유럽리그의 우량주들을 물색해나갔다. 이렇게 얻게 된 선수들이 '마누 지노빌리', '토니 파커' 같은 선수들이었다. 많은 팀이 신인 선수를 뽑는 드래프트에서 이 2명의 선수를 지나쳤다. 하지만 샌 안토니오 스퍼스는 이들을 유럽리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저평가하지 않았고 자신들의 차례에 지명했다. 마누 지노빌리와 토니 파커는 각각 샌 안토니오 스퍼스의 20번, 8번 유니폼을 입고 많은 우승을 일궈냈다.

샌 안토니오 스퍼스의 머니볼에는 명장 ‘그렉 포포비치(Gregg Popovich)’ 감독의 모션 오펜스도 한몫했다.

그렉 포포비치 감독 (사진=nba.com)
그렉 포포비치 감독 (사진=nba.com)

샌 안토니오 스퍼스는 적은 연봉의 선수단의 효율적이면서도 강력하게 만들 방법을 고민했다. 그 결과가 샌 안토니오 스퍼스식 '모션 오펜스'다.

모션 오펜스는 팀 단위의 약속된 플레이를 통한 공격이 기반인 전술이다. 샌 안토니오 스퍼스의 모션 오펜스는 모션 오펜스 중에서도 상당히 복잡하고 어려운 전술이다. 선수들이 습득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하지만 샌 안토니오 스퍼스는 이런 전술적인 모션 오펜스로 각 선수의 강점을 극대화 시킬 수 있었다.

장·단점이 분명한 선수를 잘 활용했기에 적은 연봉으로도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샌 안토니오 스퍼스는 모션 오펜스와 저평가된 선수들, 드래프트로 얻은 NBA 역사상 최고의 파워포워드 '팀 던컨'을 잘 조합해 NBA를 호령하는 강팀으로 군림했다.

실제로 샌 안토니오 스퍼스는 2,000년대 NBA의 최강자 중 하나로 등극했다. 샌 안토니오 스퍼스의 정규시즌 통산 승률은 역대 NBA에서 최고 승률이다. 플레이오프 성적 역시 좋다. 2,000년대 총 4회의 NBA파이널 우승을 경험했다. 샌 안토니오 스퍼스식 머니볼 운영의 성공은 타 NBA 스몰 마켓에 모범적인 운영의 선례로 많은 영향을 끼쳤다.

정백희 기자 new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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