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뉴스 임이랑 기자] 지난해 말 매물로 다시 나온 롯데카드에 대한 매각 전망이 올해도 부정적인 평가 일색이다. △카드 업황 악화 △롯데그룹 유동성 문제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 외형 성장 리스크 등 올해는 과거 매각 불발 시기 대비 좋아진 것이 없다는 것. IB업계에서는 과거 롯데카드 매각 불발의 가장 큰 이유가 '고평가' 논란이었지만, "달라진 것 없는 상황"이라 일축했다.
3일 투자은행(IB) 및 카드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지난 12월 롯데카드 매각 주관사로 UBS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들어갔다. 앞서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9년 롯데카드를 인수한 후 2022년에 첫 매각을 시도했지만, 불발로 돌아간 바 있다고 전했다.
당시 MBK파트너스는 롯데카드 매각가를 3조원 이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롯데카드 기업가치는 2조원 안팎으로 평가되지만, IB업계에서는 내외부적 상황을 따져봤을 때 여전히 높다는 분석이다.
◆카드수수료 인하에 손익까지 급감, 건전성은?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7일 '2025년 카드수수료 개편방안'을 통해 다시 한번 카드 수수료 인하에 나섰다. 개편안에 따르면 신용카드 우대 수수료율은 연매출 10억원 이하 영세·중소 가맹점은 0.1%포인트(p), 10억에서 30억원 이하 중소 가맹점은 0.05%p 인하된다.
특히 카드수수료는 지난 2007년 이후 꾸준히 인하되고 있다. 현재 신용판매 부분이 적자인 상황에서 수수료 인하로 인한 적자 폭이 늘어날 일만 남았다. 카드사 신용 판매는 본업이다. 본업에서 적자를 보고 있는 마당에 롯데카드가 매물로서 매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 3분기 롯데카드 누적 당기순이익은 10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 자회사 로카모빌리티 매각으로 발생한 일회성 처분 이익이 실적 급감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지만, 카드사 중 유일하게 롯데카드만 손익이 급감했다.
그나마 분기 실적은 개선세를 기록했다. 롯데카드의 분기별 실적은 △1분기 249억원 △2분기 379억원 △3분기 397억원이다. 분기 실적 개선세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카드론 증가를 원인으로 꼽았다.
롯데카드 카드론 잔액은 올해 3분기 5조3340억원으로 전년동기(4조6040억원)대비 약 17%가 증가했다. 매각을 앞두고 수익성 제고를 위해 카드론 취급액을 늘렸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카드사를 비롯한 제2금융권에도 은행권과 마찬가지로 가계대출 목표치를 제출받아 총량 관리에 들어갈 것이라 밝혔다. 오는 7월부터 스트레스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시행되면 수익성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전반적인 카드론 증가에 건전성은 더욱 악화됐다. 롯데카드 3분기 연체율은 1.47%로 전년동기(1.58%) 대비 0.11%p 줄었지만,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47%로 전년동기(1.35%)대비 0.12%p 늘었다. 회수 가능성이 낮은 악성 채권이 증가한 것이라 설명된다.
◆롯데그룹 유동성 문제, 카드채 이자 부담까지 떠안아야
롯데그룹은 지난 2019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금산분리 정책에 따라 롯데카드를 매각했다. 현재 롯데카드 지배구조는 3분기 기준 △한국리테일카드홀딩스 59.8% △우리은행 20% △롯데쇼핑 20%다. 이 중 한국리테일카드홀딩스는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를 인수할 당시 세운 특수목적법인(SPC)이다.
롯데그룹은 롯데쇼핑을 통해 잔여지분을 남겨놨다. 또한 재매각시 함께 매각할 수 있는 권리인 태그얼롱(Tag along·동반매각참여권)을 확보했다. 따라서 롯데카드가 매각될 경우 롯데쇼핑이 보유한 지분도 현금화할 수 있다.
현재 롯데쇼핑은 롯데카드에 한해 롯데백화점 등을 이용할 경우,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며 해당 지분을 현금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만약 롯데쇼핑이 지분을 매각할 경우, 인수기업 입장에서 해당 지분에 대한 비용이 추가로 든다. 아울러 롯데카드 강점인 유통과 포인트 제휴 부문 등이 사라지는 것을 손 놓고 바라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 밖에도 롯데카드는 카드사 중 올해 상반기 만료되는 카드채가 많은 회사 중 하나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오는 6월30일까지 예정된 카드채 규모는 12조8100억원이다. 이 중 롯데카드는 2조5500억원으로 만기 물량이 가장 많다.
설상가상 카드채 평균 발행금리도 4.24%로 가장 높다. 이는 만기가 다가온 카드채 상환을 위해 더 높은 금리로 발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즉 롯데카드가 부담해야 할 이자비용 증가 가능성도 매각 과정에서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롯데카드 순익이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만기 되는 카드채를 더 발행해야 한다면, 기업가치는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첫 매각 시도보다 시장 상황은 더 좋지도 않고, 롯데카드 대내외적인 부분을 따져봤을 때 또다시 고평가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과거 매각 당시 업계에서 떠돌던 원매자들 이름이 다르지 않다는 점도 달라진 게 없다"며 "현재 시장 상황, 롯데카드 위상을 감안했을 때 2조원 아래가 인수자들이 원하는 가격일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