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뉴스 양민호 기자] 메리츠증권이 지난해 11월18일 '수수료 완전 무료'라는 핵폭탄급 카드를 꺼내든지 50여일이 지났다. 'Super365' 계좌를 필두로 'IB 강자'를 넘어 '리테일 강자'로 거듭나는 메리츠증권의 도전에 증권업계 이목이 쏠린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Super365' 계좌 대상 수수료 완전 무료화 이벤트 시행 이후, 예탁자산 규모가 20여일 마다 1조원씩 자금이 유입되며 지난 2일 기준 3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이벤트 시작 전(9300억원)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일평균 기준 1500여개 신규 계좌, 460억원 자금이 유입되는 등 성장세가 지속되는 모양새다. 주목할 점은 전체 유입 자금 3분의 1이 넘는 약 1조원이 해외주식 투자 자금이라는 것이다.
◆'서학개미' 블랙홀 되나... 해외주식 투자자 '정조준'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11월18일 'Super365' 계좌를 통해 2026년 말까지 국내외 주식 거래 수수료와 달러 환전 수수료를 전면 무료화했다.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 등에 납부하는 제반 비용까지 모두 회사가 부담하는 파격적인 '완전 무료' 정책이다.
메리츠증권의 이번 전략은 특히 '서학개미'로 불리는 해외주식 투자자들을 정조준했다고 분석된다. 지난해 11월 해외주식 전체 거래규모가 94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보유금액도 183조원(1283억달러)으로 2년 전 대비 132% 급증했다.
이러한 시장 흐름 속에서 메리츠증권의 '수수료 완전 무료' 정책은 해외주식 투자자들에게 강력한 유인책이 되고 있다. 특히 미국 주식 매도 시 발생하는 증권거래위원회(SEC) 수수료 0.0278%까지 회사가 부담하는 조건은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해외주식은 일반적으로 0.07~0.25% 수준의 수수료가 부과돼 국내주식(0.01% 내외) 대비 수수료 부담이 큰 만큼, 무료화 혜택이 더욱 매력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메리츠증권이 100% 환율우대까지 제공하면서 해외주식 투자자들의 대거 유입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국내 증시 부진과 미국 증시 호조가 맞물리며 해외주식 투자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메리츠증권의 이번 전략은 시의적절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리테일 기준 해외주식 일평균 거래금액은 4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2023년 1분기 2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1년 반 만에 63.1% 증가한 수치다.
세일즈앤트레이딩(S&T)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끌어 온 장원재 대표는 취임 이후 줄곧 리테일 부문 강화를 역설해왔다. 그는 2024년 3분기 메리츠금융지주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고객 채널 별로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며 "패밀리오피스 등 고액자산가 고객에게는 그동안 기업금융(IB)과 트레이딩 부문에서 축적한 메리츠만의 역량을 바탕으로, 타사와 차별화된 경쟁력 있는 상품을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Super365 계좌의 수수료 무료화는 이러한 의지가 반영된 첫 조치로 평가받고 있다.
◆메리츠증권 'Super365' 긍정 여론 80%...수수료 무료 효과 톡톡
소비자 반응도 매우 긍정적이다. 메리츠증권 '수수료 0원' 정책에 연 3.15%(달러 4.45%)의 RP(환매조건부매매채권:Repurchase agreement) 수익을 제공하는 파킹통장 기능까지 더해지자, 개인 투자자들도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이다. 특히 단기 거래를 선호하는 투자자, 해외주식 투자 비중이 높은 투자자, 그리고 간편한 서비스를 원하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빅데이터뉴스가 데이터앤리서치에 의뢰해 뉴스·커뮤니티·블로그·카페·X(옛 트위터)·인스타그램·유튜브·페이스북·카카오스토리·지식인·기업/단체·정부/공공 등 12개 채널 23만 개 사이트를 대상으로 최근 약 두 달간 메리츠증권 'Super365' 관련 게시물 수를 조사한 결과, 총 1537건의 관련 게시글이 확인됐다. 이 중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게시글은 52.11%(801건)에 달했으며, 부정 게시글은 1.89%(29건)에 불과했다.
특히 긍정 여론은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벤트 초기(2024년 11월18일~12월1일)에는 긍정 비율이 40.9%였지만, 2025년 1월1일~8일에는 80.7%까지 급증했다. 반면 부정 비율은 1.6%에 불과했다. 이는 '수수료 0원' 정책의 효과가 실제 투자 경험을 통해 입증되면서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Super365' 계좌의 장밋빛 미래를 위해서는 개선해야 할 점도 보인다. 일부 '서버 불안정', '고객센터 연결 지연', 'HTS/MTS 불편' 등의 키워드도 나타났다. 이는 메리츠증권이 향후 집중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 대형 증권업계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의 수수료 무료는 해외주식 투자 열풍 속에서 나온 승부수라 긴장하며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단순한 수수료 경쟁이 아닌 IB 역량을 접목한 차별화 전략이라는 점에서 시장 판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