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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중공업

[정주영 25주기-1] “부(富)와 강(强) 겸비한 중화학 공업 완성해야”

2026-03-20 15:56:16

아산이 말하는 한국의 중공업 정책 ①
“경제 성장뿐만 아니라 나라 생존 위해 긴요한
방위 산업의육성 문제를 자동적으로 해결 가능”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3월21일은 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타계 25주년을 맞는다. 정주영 명예회장은 다수의 사업을 일으켰으며, 특히 중공업의 전 분야에 참여해 성공 신화를 만들었다. 그가 주도해 발전시킨 대한민국 중공업은 현재 조선산업 세계 1위, 자동차 세계 3위, 철강 세계 6위 등의 강국으로 부상했다. 최근 미래 성장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방위산업도 중공업의 뒷받침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정주영 명예회장은 1975년 2월 17일 국방대학원에서 ‘한국의 중공업정책’이라는 주제로 특별 강연을 시행했다. 이 강연은 현대그룹의 중공업 사업을 통해 한국의 중공업 산업 변천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진행됐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강연 내용을 4회로 정리해 소개한다. <편집자주>

1972년 3월 23일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가 현대울산조선소 기공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현대그룹
1972년 3월 23일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가 현대울산조선소 기공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현대그룹
오늘 국방대학원에 와서 여러분들게 몇 말씀 드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오늘 강의 주제로 되어 있는 “한국 중공업의 장래와 80년대 한국경제”에 관해 저는 제가 정부에 있는 사람도 아니고 학계에 있는 사람도 아니기 때무에 학문적인 통계 숫자나 사례를 가지고 말씀드리기 보다는 한 실업인으로 현장에서 체험한 실례를 가지고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다는 강의나 설교를 하는 사람이 아니고 항상 현실에 입각해서 생활하는 한 기업인이기 때문에 말씀 도중에 모순된 점이 많이 있더라도 넓으신 아량으로 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농업을 하든, 경공업을 하든, 중공업을 하든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발전할 수 있는 소질을 다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 와서 한국경제가 중공업에 좀 더 중점을 두어 치중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는 여러분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사대강국에 둘러싸여 있는 지정학적 측면에서나 남북이 대치해 있는 군사적 측면에서나 우리의 경제가 부만을 창출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는 위치에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아시아 대륙의 한 끝에 위치하고 있어서 부만 가지고는 강대국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습니다. 또 북한이 중공업을 하면서 공격무기를 생산해 내며 남침 기회만을 엿보고 있기 때문에 부만으로는 우리의 생존을 보장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의 불행했던 과거 1백년 간의 역사를 돌이켜 보아도 그렇습니다. 1876년 제물포조약으로 문호를 개방한 이래로 우리는 1895년의 청‧일전쟁, 1905년의 러‧일전쟁, 1937년부터 1945년까지의 제2차 세계대전, 1950년의 한국전쟁, 그리고 1968년의 월남전쟁에 이르기까지 다섯 차례의 전쟁을 치렀습니다.

세계 역사를 아무리 돌아보아도 제 나라 제 백성의 의사와는 아무 상관없이, 오히려 그 뜻에 역행해서 1백 년 동안 다섯 차례나 대전을 치른 나라는 이 지구상에 없습니다. 우리 국가, 우리 민족의 이해와는 아무 상관없이 단지 강대국의 이해에 희말려 이 나라 백성들 가운데 수 백만 명이 다치고 죽어갔습니다. 바로 이것은 나라가 힘이 없어서 주권행사를 제대로 못했기 때문입니다. 나라가 힘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 문제를 가지고 강대국들이 좌지우지하는 데도 우리는 그 자리에 끼지도 못했던 것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다시 이러한 불행한 역사를 후손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 또 이 나라의 진정한 독립을 보장하고 이 민족의 무한한 생존을 보존하기 위해서 부(富)와 강(强)을 겸비한 산업을 완성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그 첩경은 바로 중화학 공업을 위주로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남을 침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평화를 지킬 수 있는 부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중화학 공업을 일으켜야 합니다. 중화학 공업을 하루라도 빨리 완성하면 할수록 그만큼 빨리 국가의 평화와 생존의 보존능력이 확보되어 갈 것으로 나는 믿고 있습니다. 중화학 공업은 경제를 성장시킬 뿐만 아니라 나라의 생존을 위해서 긴요한 방위 산업의 육성이라는 문제를 자동적으로 해결해 주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다른 산업은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어 줄 수 없더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국방이라는 것은 우리 손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비록 세계는 지금 서로 왕래하며 교류, 교역하고 또 서로 돕고는 있지만 자기 문제를 자기가 해결하지 않고 남에게 의존해서는 그 나라가 성장하거나 부유해지거나 강해질 수 없는 것입니다.

때문에 저는 한국은 반드시 중공업 분야를 발전시켜야 된다는 생각으로 일찍부터 이 분야에 총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제가 사업을 시작한 것은 건설이었지만 건설업에 모여 있는 모든 인재와 유사한 분야의 인재를 총동원해서 지금 저희 <현대그룹>은 중공업 분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 공업경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모든 여건이 구비되지 못한 어려움 속에서도 중공업 분야를 급진적으로 성장 발전시키는 것이 바로 저의 책무라고 느끼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현재 저희는 중공업 분야에서도 조선, 자동차, 그리고 기계산업 등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만 오늘은 이 분야에 있어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산업들 전반에 대해서 언급해 보고자 합니다.

먼저 제철공업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중공업을 발전시키려면 제일 먼저 제철공업을 일으켜야만 합니다. 제철공업은 중공업 분야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인 동시에 중공업을 선도해가는 기초공업입니다. 중공업에서는 시설에서부터 생산, 소재에 이르기까지 각종 철강재가 원자재로 쓰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우리가 중공업을 발전시키려면 우선 해결해야 할 문제가 바로 철입니다. 현재 한국은 <포항제철>이 100만t을 생산하고 있고, 곧이어 1976년까지는 160만t을 더 증설해서 260만t을 생산하게 됩니다. <포항제철>은 1983년까지 850만t을 생산하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습니다. 이 <포항제철> 말고 <한국제철>이라 부르는 제2제철이 있습니다. 제2제철은 가능하면 미국의 <US스틸>과 합작투자로 700만t 규모로 시작해서 2차 확장으로 1400만t까지 생산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만약 외국의 철강업자와 합작하는 여건이 여의치 않으먄 우리 독자적으로 300만t부터 시작해서 1980년대에는 600만t, 1983년에는 1000만t까지 생산해 내는 목표를 세우고 정부가 이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렇게 되면 철강공업은 1983년을 전후해서 2000만t 규모의 생산능력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계획이 현재 겨우 100만t밖에 생산하지 못하는 한국으로서는 어떻게 보면 매우 어리석고 지나치게 야심적이라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한국 국민 각자의 능력에 정부의 행정력을 보태고, 오늘날의 경제 발전을 토대로 내외의 모든 자본을 동원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포항제철>은 개발도상국에서 처음으로 만든 제철소답지 않게 우수하게 경영되고 있고 생산을 순조롭게 진행시키면서 일본보다 훨씬 싸고 미국보다는 절반 가격밖에 되지 않으면서도 질좋은 철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제철소를 짓는다고 다 성공하지는 않습니다. 인도의 경우는 자체 내에서 양질의 철광석을 생산해서 수출하고 있으며 제철소에서는 500만t에 달하는 양을 생산하고 있고 그 역사도 상당히 길지만 작년 재작년 같은 철강경기에도 이익을 내지 못했습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어떤 일이든 간에 그 여건보다도 국민성이 일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비록 오랜 산업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는 못하지만 국민성이 근면하고 지도자나 중간 관리자, 기능 노동자들이 모두 우수하기 때문에 어떤 분야든지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제철소를 선진 공업국보다 더 싸게 더 짧은 기간에 건설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경쟁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시간입니다. 특히 후진 개발도상국의 경우 그 자금을 국내외의 부채로 충당하기 때문에 그 건설 기간이 길어지면 매년 발생하는 수 십억, 수 백억 원의 막대한 금리를 감당하지 못해서 생산이 시작되기도 전에 파산하거나, 실제 생산한다 해도 비싼 원가상각 때문에 국제 경쟁력을 읽는 예가 허다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빠른 시일 내에 건설할 수 있는 인적 여건과 기업의 체제가 되어 있으므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 참고
포항제철소에 이어 정부가 건설하려는 제2제철, 이 연설문에서 언급되는 한국제철은 일본제철과 합병으로 한창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US스틸이 참여할 뻔 했다. 제2제철은 정주영 창업회장이 건설을 추진했으나 정부의 결정으로 포항제철에 밀렸다 현대는 양대 제철소 건설에 참여한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정리= 채명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cm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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