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뉴스 성상영 기자] KG모빌리티(KGM·003620)의 간판 차종인 토레스가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하며 풀 라인업을 갖췄다. 이는 지난 2022년 7월 가솔린 모델 출시 이후 2년 8개월 만이다. 현대자동차·기아나 르노코리아 대비 한발 늦은 감이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오래 기다린 만큼 토레스 하이브리드가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했다. 지난 25일 만난 토레스 하이브리드는 시승이 진행되는 동안 장·단점이 선명하게 갈리기도 했다. 실제 서울 강남구 KGM 익스피리언스 센터 강남에서 경기 용인시까지 편도 40㎞를 약 1시간가량 달려 봤다.
외관은 앞서 출시된 토레스 가솔린 모델과 거의 차이가 없다. 토레스는 원판의 완성도가 높았기에 특별히 흠을 잡기 어렵다. 정통 SUV다운 면모를 그대로 보여주면서 어떤 길도 잘 헤쳐 나갈 듯한 인상을 풍긴다.
실내 역시 넓은 면적과 세련된 형상이 그대로 이어진다. 좌우로 이어진 형태의 디지털 계기반과 중앙 인포테인먼트 화면은 각각 12.3인치로 시인성이 뛰어나다. 메뉴 구성이나 정보를 보여주는 영역은 직관적이어서 사용하기 편했다.
KGM 토레스 하이브리드 뒷모습. =성상영 기자
토레스 하이브리드의 가장 큰 장점을 꼽자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라고 할 수 있다.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이 차의 실질적인 경쟁 상대는 현대차 투싼이나 기아 스포티지 같은 준중형 SUV인데, 가격 경쟁력이 월등하다. 트림(세부 모델)별 기본 가격을 보면 T5는 3140만원, T7은 3635만원으로 경쟁 차종 대비 최대 300만원 정도 저렴하다.
다음으로는 연비를 꼽을 수 있다. KGM에게는 첫 하이브리드 차량임에도 연비만큼은 경쟁 차량 대비 뒤처지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시내에서 20㎞/ℓ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며 동급 중에서 남다른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이날 편도 주행을 마친 후 계기반에 표시된 연비는 18.1㎞/ℓ다. 시승 경로가 하이브리드차 연비에 유리한 시내 도로 위주로 구성된 점을 고려하더라도 매우 준수한 수준이다. 토레스 하이브리드 복합연비는 15.7㎞/ℓ다.
토레스에 적용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KGM과 중국 전기차 업체 BYD가 함께 개발한 것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BYD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기술이 밑바탕 됐다. 이 기술은 충전과 구동을 각각 담당하는 모터 2개로 효율성을 높인 게 특징이다. KGM에 따르면 시내 도로에서 모터만으로 바퀴를 굴리는 전기차(EV) 모드 비중은 94%에 이른다.
KGM 토레스 하이브리드 실내. =성상영 기자
회생제동 강도를 스티어링 휠(조향대)에 있는 패들시프트를 통해 간편하게 조절할 수 있는 점도 높이 평가할 만한 요소다. 회생제동은 모터의 작동 방식을 이용해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회수하는 기능이다. 토레스 하이브리드는 0부터 3까지 총 4단계를 지원한다.
정숙성은 기존 가솔린 모델 대비 확실히 우수하다. 창문에서 들어오는 바람 소리는 무난한 수준이지만, 노면 소음은 상당히 잘 억제됐다. KGM은 엔진룸과 휠 하우스(바퀴를 감싸는 부분)에 흡·차음재를 보강했는데, 특히 소음이 커지는 콘크리트 포장 도로에서 정숙함이 돋보인다.
서스펜션(현가장치)은 기본적으로 단단하다. 큰 충격은 충실히 걸러내는 편이지만, 바퀴가 처음 요철을 만날 때 엉덩이를 툭툭 치는 느낌이 전해진다. 요철을 넘고 난 뒤에 남는 진동은 비교적 깔끔하게 처리한다.
주행 성능은 하이브리드차답게 초반 가속이 뛰어났다. 전기 모터가 힘 있게 바퀴를 굴리며 빠르게 속력을 붙였다. 일상에서 주행 빈도가 높은 50~80㎞/h 영역에선 제법 경쾌하게 움직였다.
KGM 토레스 하이브리드 실내. =성상영 기자
하지만 고속도로나 오르막 경사를 만났을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배터리가 충분히 충전돼 있음에도 불구, 차가 힘겨워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엔진 회전수가 올라가며 소리는 커지는데 계기반 숫자는 변화가 더디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꿔도 큰 차이가 없다.
토레스에 탑재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130킬로와트(㎾·177마력) 출력을 내는 모터가 바퀴를 굴리고, 최고출력 150마력, 1.5ℓ 가솔린 터보 엔진이 보조를 해주는 방식이다. 큰 힘이 필요할 때 엔진은 바퀴를 직접 굴리기보단 모터에서 끌어 쓰는 전기를 충당하는 데 역할이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수치는 알 수 없지만, 엔진·모터를 합쳐 300마력을 내는 게 아니라 모터 출력에서 약 10~20마력 정도 더 보태는 느낌이다. KGM은 토레스 하이브리드의 시스템 총 출력(엔진·모터 합산 출력)을 발표하지 않았다.
새로운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소비자 입장에선 불만 요소일 듯하다. 모든 기능을 터치스크린으로 다 집어넣은 불편함도 여전했다. 토레스 하이브리드에는 KGM의 차세대 사용자 환경(UX) '아테나 2.0'이 적용됐는데, 미적 개선 외에 반응은 느린편이다. 출시 초기라는 점을 감안해 소프트웨어 최적화가 완벽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는 만큼, 향후 보완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