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적 성능 저하" 삼성 상대 1882명 손배소 法, "과장 광고 맞지만 손해 입증할 근거 부족"
지난 2022년 3월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 행사장 앞에서 GOS 사태 관련 시위가 진행 중인 모습 ⓒ연합뉴스
[빅데이터뉴스 성상영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2022년 출시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2' 시리즈에 성능 제한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일명 'GOS 사건'과 관련해 소비자가 제조사 측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결과 법원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
게임 최적화 서비스인 GOS는 게임을 비롯한 애플리케이션(앱) 구동 성능을 제어해 기기 과열을 방지하는 기능으로, 삼성 측이 무차별적으로 GOS가 동작하도록 설계하면서 '사기' 논란까지 빚어졌다. 법원은 삼성 측 과장 광고 행위를 인정하면서도 "제조사 배상 책임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삼성 측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지혜)는 12일 갤럭시 S22 사용자 1882명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낸 손배소를 기각했다. 이번 판결은 소송이 제기된 2022년 3월 이후 3년 3개월 만에 나왔다.
이날 1심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삼성전자가 소비자를 기만하는 표시·광고 행위를 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판결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갤럭시 S22를 출시할 당시 최신 프로세서를 탑재해 우수한 게임 환경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기기 성능을 홍보했다. 그러나 삼성은 특정 앱을 대상으로 실행 초기부터 GOS가 작동하도록 했고, 그 결과 일부 게임에서 성능 지표인 클럭(프로세서 동작 속도)과 FPS(1초당 화면 수)가 현저히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삼성전자)는 소비자로 하여금 속도 제한 없이 가장 빠르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고 알게 할 우려가 있는 광고를 했다"고 지적했다. GOS로 인해 기기 성능이 과도하게 제한돼 게임을 원활하게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는데도 삼성 측이 기만적인 표시·광고 행위를 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같은 행위와 손해배상 여부는 별개라고 봤다. 1심은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손해가 발생했다거나 손해 원인이 (피고의) 기만적인 표시·광고라는 점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했다. 또한 "모바일 기기를 구매하려는 일반 소비자 전체에 대한 신의칙상 고지 의무 또는 소비자기본법상 고지 의무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쉽게 말해 삼성전자가 소비자를 혼동하게 할 광고를 한 건 맞지만 그로 인해 소비자가 어떤 손해를 입었는지 따질 만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GOS가 동작하는 앱이 무엇인지 등을 모든 소비자에게 알릴 의무는 없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소송에서 GOS가 기기 안전이나 핵심 기능에 관한 중대 결함이 아니라는 점, GOS는 고사양 게임을 이용하는 일부 소비자에게 적용된다는 점 등을 이유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 배상 책임과 관련해 재판부가 사실상 삼성전자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셈이다.
이번 판결은 향후 진행될 2차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GOS 관련 집단 소송은 1882명이 참여해 이날 선고된 1차 소송과 495명이 2022년 4월 제기한 2차 소송으로 나뉜다. 2차 소송 공판 기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