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포항·광양 제철소 생산능력 3981만t, 2014년 이후 처음 생산 실적도 3453만t, 2022년 힌남도 태풍 홍수 피해 때와 비슷 4000만t은 심리적 마지노선, 국내 줄이고 해외 조강 늘릴 전망
포스코 광양제철소 드론 전경. 사진= 포스코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포스코의 국내 조강 생산량이 11년 만에 4000만t 아래로 줄었다.
포스코는 세계 상위 10위권 철강사 중에서 외부 업체를 인수·합병(M&A) 하지 않고 자력으로 생산능력을 키워온 유일한 업체이자, 국내 양대 제철소인 포항과 광양제철소가 전체 조강 생산량의 95를 담당하는 기업이다.
국내 생산능력을 축소했다는 것은 향후 포스코의 생산설비 투자가 미국과 인도 등 해외에 집중될 것임을 보여준다.
12일 <빅데이터뉴스>가 포스코홀딩스가 매년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연도별 조강 생산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포스코의 국내 조강 생산능력은 3981만t으로 집계됐다. 2014년 3820만t 이후 11년 만에 4000만t 아래로 떨어졌다. 2021년 포항제철소를 탄생시킨 1고로를 폐쇄한 뒤, 2024년 1선재공장과 1제강공장 등을 비롯해 생산 규모가 작고 노후한 설비를 연이어 폐쇄하고, 운영 중인 설비도 시장 상황에 따라 가동을 중단시키는 한편, 질을 앞세운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체제로 전환하면서 양을 추구하는 범용제품 생산량을 줄인 것이 원인으로 풀이됐다.
2004년 연간 국내 생산 3000만t 체제를 구축한 포스코는 2015년 4241만t으로 정점을 찍었다. 2025년 생산능력을 2015년과 비교하면 9.9% 줄었다.
2025년 조강 생산 실적도 3453만7000t에 머물렀다. 이는 태풍 ‘힌남노’로 인한 인근 냉천 범람으로 포항제철소가 49년 만에 전 공장 가동을 중간한 2022년(3421만9000t)에 버금가는 낮은 수준이다. 생산능력과 생산량이 모두 줄어 지난해 두 제철소의 평균 가동률은 86.8%로 2024년(86.6%)보다 높았다. 만약 포스코가 2015년 생산능력을 유지했다고 가정하면, 2025년 평균 가동률은 81.4%로 떨어진다.
생산 부진의 가장 원인은 내수 경기 부진과 중국과 일본산 철강재의 저가 수입 물량과의 경쟁 심화가, 수출시장에선 고부가가치 제품에서도 중국, 일본산과 경쟁이 심화한 가운데 미국이 촉발한 각국의 통상 규제가 걸림돌로 작용했다. 단일 제철소 기준 세계 1위인 광양제철소와 3위인 포항제철소는 생산 축소에 따른 손해가 중소 규모 제철소에 비해 크다. 대규모 생산 체제에서 철강 제품을 대량 생산해 원가를 낮추는 시스템은, 생산 물량을 줄이면 설비의 가동시간이 줄어 설비 운용비 유지보수비, 인건비, 원재료 구매비 등 모든 원가 부담이 중소 철강사보다 배 이상 더 들기 때문이다.
포스코 연도별 국내 생산능력 생산실적 가동률
무엇보다도 포스코는 세계시장의 철강 공룡들과의 경쟁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충분조건으로 조강 생산량 4000만t 전략 고수해 왔다. 거대 자본과 협력하거나 중앙 정부의 지원을 받아 M&A를 통해 덩치를 키우든 경쟁사에 대응해 고부가제품으로 선택과 집중하면서 이 시장에서 의미 있는 생산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4000만t 전략을 마련했고, 여기서 핵심 사업장은 포항‧광양제철소다.
이를 바탕으로 포스코는 지난 2021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을 앞두고 2030년까지 조강 생산량을 ‘6000만t+α(알파)’로 키우겠다고 했으며, 이듬해에는 이를 구체화해 회사 전체 조강 생산의 3분위 1을 해외에서 이뤄낼 수 있도록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회사 측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하지만, 국내 생산량 축소 작업은 2026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신 미국의 관세장벽에 대응하는 조치로 현대제철의 루이지애나 전기로 일관제철소 프로젝트와 유력 철강업체인 클리블랜드 클리프에 전략적 지분 투자를 단행해 현지 생산 능력을 키우고, 성장 중인 인도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현지 1위 철강사인 JSW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연산 600만t 고모의 일관제철소 건설도 성공시킨다는 방침이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 부진이 계속되면서 철강 소비도 줄고 있어 포스코가 내수시장을 지키기 위해 포항·광양제철소에만 집중할 순 없는 상황이다”라면서 “해외 경쟁사와 맞서기 위해 현지 생산 체제 구축을 위한 투자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