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대전환'에 사활 건 재계… 총수들 베이징서 라스베이거스로 '강행군' 중국 경제사절단·CES 2026 찾아 '미래 먹거리' 발굴 총력 '실용'과 '기술' 키워드로 현장 경영 가속
(왼쪽부터)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그룹 회장이 5일 베이징 조어대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서 대화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빅데이터뉴스 조재훈 기자] 삼성, SK, 현대차, LG, 두산, 한화, 신세계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이 신년 벽두부터 운동화 끈을 바짝 조여 매고 전세계 현장을 누비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의 첨단 기술 전쟁터에 이어 베이징을 거쳐 국내 핵심 사업장으로 이어지는 이들의 강행군은 인공지능(AI) 대전환 시대에 생존을 넘어 초격차를 유지하겠다는 의지의 결과로 풀이된다. 올 초 재계 총수들의 동선은 '공급망 안정'과 '미래 기술 선점'이라는 두 축으로 요약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들총수들이 일제히 귀국했다. 이들은 9년 만에 재개된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공급망 불확실성 해소를 위한 실리 외교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는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도 '최대 시장'인 중국과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판단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공식 일정 외에도 베이징의 오프라인 쇼핑몰 '징둥몰'을 찾아 현지 소비 트렌드를 직접 살피는 등 치밀한 현장 감각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미·중 패권 경쟁 심화 속에서도 최대 시장인 중국과의 경제 협력 모멘텀을 다시 살렸다는 점이 이번 방중의 가장 큰 성과"라며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 핵심 산업 분야에서 32건의 MOU가 체결된 것은 향후 실질적인 실적 반등의 기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방중 일정을 마치자마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으로 날아갔다. 정 회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부스를 찾아 협력을 타진하는가 하면,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2차 깐부 회동'을 갖고 '피지컬 AI(물리적 AI)' 분야의 동맹을 공고히 했다.
2026 신년 메시지 핵심 키워드 "AI 없이는 생존 없다"
올해 총수들의 신년사는 어느 때보다 구체적이고 단호했다. 단순히 희망을 말하기보다 AI가 가져올 산업 지형 변화에 대한 냉철한 진단과 체질 개선을 주문했다. 올해 그룹총수 키워드는 이재용·최태원·정의선·박정원 회장의 'AI', 구광모 회장의 '혁신', 김승연 회장의 '우주', 정용진 회장의 '1등 전략'으로 요약된다.
재계에서 가장 강렬하게 울려 퍼진 단어는 단연코 'AI'다. AI를 단순한 신기술이 아닌 기업의 운명을 가를 '생존 과제'로 규정했다는 공통점이 포착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연초 사장단 만찬에서 'AI 드리븐 컴퍼니(AI Driven Company)'를 화두로 던졌다. 별도의 공식 신년사 대신 실질적인 사업 전략으로 메시지를 갈음한 이 회장은 반도체 설계부터 제조, 품질 전반에 AI를 적용해 기술 초격차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AI를 '거대한 변화의 바람'에 비유했다. 그는 "우리가 수십 년간 걸어온 길은 결국 AI 시대를 준비해 온 여정이었다"며 "AI는 이미 우리 일상 깊숙이 들어온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반도체뿐만 아니라 에너지, 통신, 배터리 등 그룹 전반에 AI를 결합해 무한한 기회를 창출하자고 주문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피지컬 AI(물리적 AI)'라는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했다.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넘어 로봇, 자율주행 등 하드웨어 제조 역량에 AI를 내재화해 고객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복안으로 보인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역시 'AX(AI 대전환) 가속화'를 선언하며, 발전·건설기계·로봇 분야에서 세계 수준의 하드웨어 데이터와 AI를 결합해 '피지컬 AI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 회장은 CES 2026 현장에서도 "AI 시대의 막대한 전력 수요를 뒷받침할 맞춤형 에너지 솔루션으로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기술 패러다임이 바뀌는 현재를 '변곡점'으로 정의하고, '혁신'을 강조했다. 구 회장은 "지금까지의 성공 방식을 넘어선 새로운 혁신으로 도약해야 한다"며 '선택과 집중'을 통한 근본적 변화를 요구했다.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수준까지 파고들어 LG만의 차별화된 가치를 만들자는 의지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시선은 하늘을 넘어 '우주'로 향했다. 김 회장은 "어려워도 반드시 가야 할 길을 가는 것이 한화의 사명"이라며 우주 사업을 그룹의 100년 미래를 책임질 핵심 동력으로 꼽았다. 그는 제주우주센터를 방문해 "우리가 만든 위성이 안보를 지키고 인류의 더 나은 삶에 기여하는 것이 한화가 추구하는 진정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압도적 1등 전략'을 신년 키워드로 내세웠다. "다시 성장하는 해가 되겠다"고 목표를 제시한 정 회장은 스타필드마켓 죽전점 방문 등 현장 경영에 박차를 가하며 기존 전략을 개선하는 수준을 넘어 '패러다임 시프트'를 이뤄야 한다고 주문했다. 고객의 욕구 자체를 재창조해 시장 정상의 위치를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올해가 재계가 AI 전환에 따른 실행력을 바탕으로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 수 있는 해가 될 것이라 진단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신년 총수들의 신년사에 보면 여러 키워드들이 있었지만 많이 회자되고 언급되는 게 AI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AI에 대한 중요성을 이번 기회에 다시 인식하게 됐고 한화는 강점이자 경쟁력인 우주산업 쪽으로 계속 활동 영역을 넓혀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올해는 우리 기업들 또 총수들이 우려하는 부분인 국가 간 무역 갈등 대응이 중요한데 정부 차원에서도 조율을 해나가면서 운영의 묘, 즉 지혜가 많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