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6'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잭 잭코우스키 보스턴다이나믹스 아틀라스 개발 총괄과 아야 더빈 보스턴다이나믹스 휴머노이드 응용전략 담당이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빅데이터뉴스 김다경 기자]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국내 배터리 3사가 로봇과 산업 자동화 분야로 시선을 분산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의 투자 조정으로 대형 전기차 배터리 동맹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로봇용 배터리를 새로운 수요처로 삼아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서는 모습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현대위아가 글로벌 생산 거점에 공급 중인 물류로봇(AGV)과 주차로봇에 삼원계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해당 로봇들은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를 비롯해 미국 앨라배마공장(HMMA), 중국 수소산업 거점인 HTWO 등에 적용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생산·물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스마트팩토리 구축이 확대될수록 배터리 수요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SK온이 로봇을 신규 수요처로 삼아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수요 둔화를 이유로 증설 시점을 늦추거나 배터리 물량을 조정하고 있다. 배터리 업체 입장에서는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따라 물량은 제한적이지만 기술 장벽이 높고 고객 다변화가 가능한 로봇·자동화 시장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로봇용 배터리에서는 전기차와 달리 국내 배터리 업계가 강점이 있는 삼원계 배터리가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봇은 높은 에너지 밀도와 출력 성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배터리 3사는 로봇을 차세대 유망 수요처로 지목하고 관련 기업들과의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2월 현대차·기아와 로봇 전용 배터리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에너지 밀도와 출력, 사용 시간을 동시에 끌어올린 고성능 배터리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설계 최적화와 고용량 소재 적용을 통해 ‘로봇 맞춤형 배터리’라는 차별화 전략을 가져간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와 서비스로봇 ‘달이’에 배터리를 공급 중이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에도 삼성SDI 배터리가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회사 측은 “결정된 사안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완성차 업체들이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선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은 그 여파를 직격탄으로 맞았다. 지난달 미국 포드와 약 9조6000억원, FBPS와 3조9217억원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이 해지됐다. 이후 전기차 중심에서 벗어나 로봇·자동화 분야로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네이버랩스의 자율주행 로봇과 베어로보틱스의 서비스 로봇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으며 LG전자의 '클로이드'에도 탑재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테슬라 휴머노이드 로봇에 적용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회사 측은 해당 사안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삼갔다.
증권가에서는 로봇용 배터리 시장을 두고 기대와 신중론이 공존하고 있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휴머노이드 로봇 배터리 시장이 “현재 전기차 시장의 20~40%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정경희 LS증권 연구원은 “로봇시장에서 발생하는 2차전지 수요는 2030년 기준 전체의 0.46%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로봇은 배터리 무게가 곧 성능과 직결되는 구조라 에너지 밀도와 출력 성능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며 “삼원계 배터리에 강점을 가진 국내 배터리 3사가 기술적으로 우위에 설 수 있는 영역”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