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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그룹 톺아보기][SK①] 최태원이 그리는 SK 다음 단계, 메모리 호황 넘어 AI 인프라로

2026-02-03 10:55:04

AI 인프라 기업으로의 정체성 전환… SK하이닉스, HBM4 주도권 공고화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빅데이터뉴스 김다경 기자] <편집자주> 국내 산업을 이끄는 주요 그룹들이 격변하는 글로벌 경영 환경 속에서 다시 한 번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인공지능(AI) 확산, 반도체·배터리·방산·모빌리티 등 핵심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심화 등에 의해 기업의 전략과 실행력이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빅데이터뉴스는 2026년 주요 대기업 총수들의 현장 경영 행보와 핵심 사업 전략, 그리고 올해 사업 전망을 짚어보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각 그룹이 직면한 위기 요인과 기회 요인을 분석하고, 기술 경쟁력과 투자 방향, 조직 운영 전략을 통해 향후 성장 경로를 조망한다. 삼성, SK, LG, 현대차, 한화 등 5대 그룹이 단기 실적을 넘어 중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총수들의 판단과 결단이 각 그룹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해온 ‘AI 중심 전환’ 전략이 SK하이닉스의 HBM 실적을 통해 수치화되기 시작했다. 단순한 메모리 호황을 넘어 AI 인프라 핵심 기업으로의 포지셔닝이 실적으로 증명됐다는 평가다.
3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025년 4분기 매출 32조8270억원, 영업이익 19조1700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연간으로는 매출 97조1000억원, 영업이익 47조2000억원으로, AI 인프라 투자 확산에 따른 메모리 수요 구조 변화가 실적을 견인했다. 영업이익률은 58%로 수익성 또한 과거 사이클과는 다른 국면에 진입했다.

이번 실적의 핵심은 HBM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이다. HBM3E 12단 양산 확대와 함께 HBM4를 고객 일정에 맞춰 양산 단계에 올리며 SK하이닉스는 차세대 AI 메모리에서도 주도권을 이어가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SK하이닉스는 컨퍼런스콜에서 “HBM4는 적층 경쟁을 넘어 커스텀화가 핵심”이라며 고객 맞춤형 설계와 패키징 역량을 차별화 요소로 제시했다. 이는 최 회장이 단순 메모리 제조사가 아닌 ‘AI 인프라 기업’으로 강조해온 것과 맞닿아 있다.

HBM 중심 실적 개선은 AI 인프라 확장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재무적·기술적 기반을 마련했다. 최 회장의 구상은 AI 컴퍼니 설립으로도 구체화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미국에 AI 설루션 회사인 AI 컴퍼니를 신설해 단순 메모리 공급자를 넘어 생태계의 파트너로 역할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는 "AI 역량을 갖춘 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협업을 통해 메모리 경쟁력을 강화해 AI 데이터센터 전 분야의 설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회사로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내 AI 핵심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하며 고객이 필요로 하는 가치를 한발 앞서 창출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AI컴퍼니를 단순 솔루션 제공 조직이 아닌 AI 밸류체인 플레이어로 키우겠다는 최 회장의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여러 공개 석상에서 “AI는 반도체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통신·데이터·서비스가 결합된 종합 산업”이라고 강조해 왔다.

이 같은 AI컴퍼니 구상은 SK하이닉스를 중심축으로 삼되 그룹이 보유한 인프라 역량을 단계적으로 결합하려는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전력과 에너지, 데이터센터 운영, 클라우드와 시스템 통합 역량을 각각의 사업 영역에서 축적해온 계열사와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SK그룹은 이를 통해 특정 제품이나 설비가 아닌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운영 전 과정에 관여하는 ‘종합 파트너’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필수 요소로 꼽히는 전력·에너지 부문에서는 SK이노베이션 계열이, 통신·데이터 처리 영역에서는 SK텔레콤과 SK AX가 각각 축적해온 역량이 활용될 전망이다.

이 같은 전략 속에서 최 회장은 연초부터 대외 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 초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9년 만에 열린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하며 글로벌 경영 행보에 나섰다. 포럼 개회사에서 그는 “차이는 존중하되 공통의 이익을 중심으로 성장의 실마리를 함께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기술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도 AI·반도체·공급망 등 전략 산업에서는 협력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 발언으로 해석된다.

오는 2월 중에는 미국을 찾을 예정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AI 솔루션 회사와 관련이 크다는 설명이다. SK하이닉스의 협업을 통해 AI 데이터센터와 SK그룹 내 시너지 효과를 낼 예정이다.

실적 자신감은 주주환원 강화로도 이어졌다. SK하이닉스는 기존 배당에 더해 주당 1500원의 추가 배당과 함께 1500만주(지분율 2.1%)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성장 투자에만 쓰지 않고 주주 신뢰 회복과 기업가치 제고로 연결하겠다는 신호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 최태원 회장의 움직임은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한 행보라기보다 SK의 미래 먹거리를 어디에 걸 것인지 보여주는 방향성 제시에 가깝다”고 전했다.

김다경 빅데이터뉴스 기자 dk@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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