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서울 강남구 빗썸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돼 있다. 미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미 동부시간 5일(현지시간) 오후 1시 기준 비트코인 1개의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약 8% 하락한 6만6천6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종가 기준 2024년 10월 말 이후 15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이다. / 사진=연합뉴스
[빅데이터뉴스 조재훈 기자]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이벤트 당첨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비트코인을 잘못 지급한 사고가 발생하면서, 2018년 삼성증권의 이른바 ‘유령주식’ 사태가 재소환되고 있다. 단위 입력 실수로 천문학적 규모의 자산이 지급됐고, 일부 매도가 시세 급락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구조가 유사하다는 평가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지난 6일 오후 7시께 자체 ‘랜덤박스’ 이벤트 당첨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지급 단위를 ‘원’이 아닌 ‘비트코인’으로 잘못 입력했다. 당초 1인당 2천~5만원 상당의 포인트를 지급하려 했으나, 실제로는 총 62만원을 지급할 계획이었던 당첨금이 62만 비트코인으로 잘못 집행됐다.
이벤트 참여자는 695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랜덤박스를 개봉한 249명에게 비트코인이 지급됐다. 일부 이용자들이 이를 즉시 매도하면서 같은 날 오후 7시30분께 빗썸 거래소 내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8111만원까지 급락하는 등 시장 혼란이 발생했다.
이번 사고는 삼성증권이 2018년 4월 우리사주 배당 과정에서 발생시킨 ‘유령주식’ 사태와 닮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삼성증권은 우리사주 배당금을 주당 1천원씩 지급하려다 단위 입력 오류로 직원 1인당 자사주 1천주를 지급했다. 당시 주가 기준으로 1인당 약 3980만원 상당의 주식이 지급됐고, 전체 규모는 112조원대에 달했다.
일부 직원이 지급받은 주식을 매도하면서 삼성증권 주가는 장중 한때 12% 가까이 급락했다. 발행 한도를 초과한 주식이 주주총회 절차 없이 유통되면서 ‘존재할 수 없는 주식’이 거래됐다는 논란도 불거졌다.
금융당국은 이후 현장 검사를 통해 삼성증권에 과태료 1억4400만원을 부과했고, 관련 직원 23명에 대해 해고·정직·감봉 등 중징계를 내렸다. 주식을 매도한 직원 일부는 형사 처벌을 받았고, 대표이사는 직무정지 조치 이후 사임했다. 투자자 손해배상 소송도 이어졌으나 대법원에서는 회사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이번 빗썸 사고와 관련해 현장 검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사고 발생 경위와 내부 통제 체계, 비트코인 회수 가능성, 자본시장법·가상자산 관련 법령 위반 여부 등을 집중 점검할 방침이다.
비트코인 가격 급락으로 손실을 본 이용자들이 빗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고가 빗썸의 가상자산사업자(VASP) 면허 갱신이나 추진 중인 기업공개(IPO)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빗썸은 현재 가상자산사업자 면허 갱신을 당국에 신청한 상태이며, IPO 역시 물밑에서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