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최후통첩 1시간 앞두고 ‘2주 휴전’ 수용해 이란도 협상 의지 표명…호르무즈 해협 개방 시사 휴전 소식에 국제유가 급락…정유·석화 한숨 돌려 재고이익에도 실질 리스크 확대…재점화 불씨 여전
서울에 위치한 한 주유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빅데이터뉴스 김유승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후통첩 시한을 불과 한 시간 앞두고 ‘2주 휴전안’을 전격 수용하면서 일촉즉발의 중동 전쟁이 협상 국면으로 전환됐다. 이란 역시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통항을 보장하겠다고 화답하며 긴장이 다소 완화됐지만, 국내 정유·석유화학 업계는 여전히 불확실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하고 즉각적이고 안전한 개방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나는 이란에 대한 폭격과 공격을 2주간 중단하는 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를 결정한 이유는 우리가 이미 모든 군사적 목표를 초과 달성했으며, 이란과의 장기적 평화 및 중동 평화를 위한 최종 합의에 매우 근접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협상 데드라인으로 못 박은 ‘7일 오후 8시(미 동부시간 기준)’를 불과 1시간 여 앞둔 시점이다.
이란 정부도 곧바로 성명을 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이란에 대한 공격이 중단된다면 우리의 강력한 군대도 방어 작전을 중지할 것”이라며 “2주 동안 이란군과의 공조, 기술적 제한 사항에 대한 적절한 고려 하에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안전한 통행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양측은 오는 10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종전안 10개 항을 바탕으로 후속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협상 기간은 합의에 따라 연장될 수 있다.
휴전 소식에 국제유가는 즉각 반응했다. 7일 오전 9시 기준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9% 급락한 배럴당 91.64달러를 기록했다. 단기적인 공급 불안 우려가 완화되며 가격이 빠르게 조정된 모습이다.
휴전이 성사될 경우 국내 정유·석유화학 업계는 일단 한시름 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사태 장기화로 국제유가 급등기에 확보한 저가 원유 덕분에 정유업계는 1분기 대규모 재고평가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는 일시적인 장부상 이익에 불과하다. 오히려 2분기부터는 상승한 원유 가격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고유가에 따른 원가 부담과 원유 수급 불안, 여기에 유가 하락 시 발생할 재고 손실 가능성까지 겹치며 실적 변동성이 확대될 전망이다. 정부의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국내 판매가격 인상이 제한된 것도 업계에는 부담이 확대된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원유 가격이 오르며 정제마진이 개선됐지만 재고평가이익는 서류상의 이익일 뿐으로, 공급 차질과 가동률 부담, 가격 통제, 고가 재고 리스크 등으로 인해 상황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업계의 고민은 더욱 깊다. 중국발 공급 과잉 등으로 업황이 이미 악화된 상황에서, 핵심 원료인 나프타는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아 수급 불안이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같은 점을 고려해 수급 안정화를 위해 가용 자원을 총동원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2400만 배럴의 원유를 긴급 도입하기로 한 바 있다. 또, 브라질·호주 등 17개국으로 도입처를 다변화해 총 1억1000만 배럴 규모의 대체 물량을 확보했다. 다만 이 물량은 평년 대비 60~70% 수준에 그쳐 완전한 수급 안정을 기대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향후 전략경제협력 특사 자격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오만, 카자흐스탄 등을 방문해 추가 원유 및 나프타 확보 방안을 협의할 계획이다.
다만 전쟁이 소강 상태에 접어들더라도 에너지 공급망이 단기간에 정상화되기는 쉽지 않다. 항로 재개와 물류 체계 복구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급망이 점진적으로 회복될 경우 수급 불안은 완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당분간은 불확실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휴전 합의에도 불구하고 재점화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란은 미국이 자국 인프라를 공격할 경우 강력한 보복에 나서겠다고 재차 경고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에 따르면, 군 소식통은 "트럼프의 미친 행동 가능성에 대비해 몇 가지 '깜짝 선물'을 마련했다"며 "그 중 하나는 아람코 석유 시설과 얀부 석유 시설, 푸자이라 송유관 등을 타격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트럼프가 범죄를 저지를 경우, 이란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막대한 대가를 치르게 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실제 위협이 실행된다면 며칠 안에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