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HMM이 부산 의존도를 낮춰 세계 각지에 구축한 기항지 ‘허브항’을 중심으로 주변 지역을 연결하는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 전략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HMM은 7월부터 스페인과 서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신규 컨테이너 서비스 ‘MA2(Mediterranean West Africa)’를 개설한다고 16일 밝혔다. MA2 노선은 HMM이 추진하고 있는 허브 앤 스포크 전략의 일환으로 마련한 것이다.
허브 앤 스포크는 회사가 추진하고 있는 ‘2030 중장기전략’의 핵심이다. 2만400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급과 같은 대형 컨테이너 운반선이 중국과 유럽 등 원양 항로의 핵심 거점 항만(Hub) 간 운송을 책임지고, 허브항 주변 물동량이 많은 거점 항구는 1만TEU 이하급 중소형 크기의 컨테이너선이 주축을 이루는 피더선(Feeder Ship)이 지선망(Spoke)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원양과 근해 항로 사이에 서비스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선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해운사들은 2010년대 말부터 2020년대 초반까지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대량 발주하며 운항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국가별 항만 인프라 투자는 더디게 이뤄져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정박할 수 있는 항구는 제한받았고, 선복량이 늘면서 대기시간과 화물을 싣고 내리는 시간도 길어지면서 또 다른 역효과를 낳았다. 또한 전략 항구 화물 물량은 피더선을 운영하는 지역해운사에 빼앗기는 등 경쟁력이 약화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에 스위스 MSC와 덴마크 머스크 라인, 독일 하팍로이드 등 글로벌 해운사들도 새로운 해운 동맹을 통해 허브 앤 스포크 전략을 마련, 컨테이너 사업의 밀도를 보다 촘촘히 해 나가고 있으며, 나아가 육상과 항공화물까지 포괄하는 복합운송 서비스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HMM도 일본의 ONE, 중국 양밍과 함께 ‘프리미엄 얼라이언스’를 구성하면서 허브 앤 스포크 전략을 본격 추진하게 된 것이며, MA2 서비스는 허브 앤 스포크 전략을 구체화한 지선망이다. 즉, 지중해 핵심 거점 항만인 스페인 알헤시라스(Algeciras)를 중심으로 서아프리카 주요 항만들을 연결한다. 특히 성장 잠재력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기항하지 않던 아프리카를 연계함으로써 대 화주 서비스를 크게 제고한 것으로 평가된다.
MA2는 프리미어 얼라이언스 회원사인 ONE와 공동 운항한다. 7월 둘째 주 알헤시라스에서 시작되며, 2800TEU급 컨테이너 운반선 5척이 투입된다. 왕복 35일이 소요되며, 기항지는 알헤시라스 - 탕헤르(모로코) - 다카르(세네갈) - 테마(가나) - 레키(나이지리아) - 아비장(코트디부아르) 순이다.
HMM 관계자는 “이번 MA2 서비스는 허브 앤 스포크 전략으로 HMM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는 물론 차별화된 서비스 경쟁력 확보를 통해 고객 만족도를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HMM이 2026년 7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하는 스페인과 서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신규 컨테이너 서비스 ‘MA2(Mediterranean West Africa)’ 서비스. 사진= HMM
HMM은 허브 앤 스포크 전략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 이후 피더선을 꾸준히 확보해 왔다. 2026년 3월에는 HD현대중공업에 2800TEU급 컨테이너선 10척을 발주했고, 2026년 초에는 1900TEU급 컨테이너선 2척을 시장에서 확보했다. 2025년 10월에는 1만3000TEU급 친환경 컨테이너선 12척과 함께 1800TEU 및 2700TEU급 12척을 동시에 발주하는 등 6개월 사이에 24척의 피더선을 확보했다.
한편, HMM은 4월부터 허브 앤 스포크 전략을 도입한 아시아-북유럽 항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가장 큰 변화가 있는 노선은 HMM의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투입하는 FE3(Far East Europe 3) 서비스와 FE4 서비스다.
FE3 서비스는 중국과 유럽의 핵심 허브를 잇는 고속도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기항지를 11개에서 8개로 단축했다. 기항지는 칭다오(중국)-닝보(중국)-옌톈(중국)-싱가포르-알헤시라스(스페인)-펠릭스토우(영국)-함부르크(독일)-앤트워프(벨기에) 순이다.
FE4 서비스는 부산항을 동북아의 핵심 허브로 삼아 북유럽 주요 항만으로 직행한다. 13개의 기항지를 5개로 축소해 화물 운송 시간을 단축했으며, 기항지는 상하이(중국) - 부산(한국) - 로테르담(네덜란드) - 함부르크 - 르아브르(프랑스) 순이다.
허브 항만에서 제외된 항만 중 가오슝(대만), 샤먼(중국)에는 프리미어 얼라이언스 3사가 공동으로 신규 피더 서비스를 개설했다.
HMM 관계자는 “서비스 개편은 단순한 항로 변경이 아니라 고객에게 예측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전략적 결단”이라며 “허브 앤 스포크 전략을 통해 HMM의 서비스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허브 앤 스포크 전략이 전체 노선으로 확대되어 활성화하면, HMM의 본사 개념은 희석된다. 흡사 과거 대우그룹이 구상했던 ‘세계 경영’ 컨셉과 유사하다. 한국 본사의 지원으로 진출 지역의 사업을 키운 뒤 일정 규모로 성장하면 허브 지역을 본사로 독립해 경영의 전권을 부여한다. 최종적으로 지역 본사는 ‘대우’라는 브랜드와 최소한의 제품, 서비스, 지배구조는 공유할 뿐, 경영의 모든 것은 한국 본사와는 별개로 움직이는 독립기업으로 진화한다. ‘세계 경영’은 대우를 한국기업, 다국적기업이라는 한국 수렴 주의를 넘어 어느 국가와도 함께 하는 ‘무국적기업’이라는 개념을 낳은 첫 경영 방식이기도 하다.
대우는 사라졌지만, 대우에서 성장해 살아남은 기업은 물론 외국의 다국적기업들이 세계경영의 개념을 따라가고 있으며, HMM도 마찬가지다. 이러면 현재 서울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하는 것이 의미가 없으며, 허브 앤 스포크 전략이 궤도에 오르면, 해당 허브 지역에 한국 본사의 경영 권한을 이양해 자발적 성장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