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의료용 장갑 원료인 NB라텍스 등 고기능 소재 집중 포트폴리오 확대차 전기차 타이어·배터리 소재도 강화 나서 3년간 영업이익 감소에도 낮은 부채비율 덕에 사업 안정적 "구체적 매출 목표보단 중장기 전략 차원서 흐름 맞춰 대응"
금호석유화학 본사 전경. 사진=서울 중구
[빅데이터뉴스 김유승 기자] 금호석유화학이 범용 제품 중심의 전통적인 사업 구조에서 탈피해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과 전기차 배터리 소재를 아우르는 ‘미래형 소재 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석유화학 업황 한파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 배경에는 한 발 앞선 선제적인 포트폴리오 재편과 탄탄한 재무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23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2000년대 초반 국내외 석유화학사들이 대규모 장치 산업의 이점을 살린 범용 플라스틱 생산에 집중할 당시, 의료용·조리용 장갑의 핵심 원료인 NB라텍스에 선제 투자하는 등 일찍부터 스페셜티 분야의 기틀을 닦았다.
최근에는 이 같은 전략이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핵심 제품 중 하나인 솔루션스타이렌부타디엔고무(SSBR)는 전기차 시대를 이끌 전략 제품으로 꼽힌다. SSBR은 마모, 연비, 내구성 등에 강점이 있는 고기능성 합성 고무를 뜻한다. 타이어 소재는 완성차 적용까지 장기간의 검증이 필요해 후발주자의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다. 특히 전기차는 타이어의 내마모성과 연비 효율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 입지를 굳힌다는 복안이다.
앞서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3만5000톤 규모의 SSBR 증설을 마무리하고 올해 1분기부터 본격적인 상업 가동에 돌입했다. 이와 함께 재활용 원료 기반의 RSM SSBR과 바이오 기반 제품 등 친환경 라인업 고도화도 추진 중이다.
배터리 소재 부문의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3월 포스코퓨처엠, 비이아이(BEI)와 체결한 ‘무음극 리튬메탈 배터리’ 공동 개발 협약이 대표적이다. 차세대 배터리 공정에서 금호석유화학의 탄소나노튜브(CNT)는 충전 속도와 수명을 좌우하는 핵심 소재로 활용될 전망이다. 회사는 지난해 여수 율촌산단에 연간 360톤 규모의 플랜트를 준공하며 국내 최대 수준의 CNT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자회사들도 발을 맞추고 있다. 금호미쓰이화학은 최근 글로벌 LNG 수출 확대에 따른 운반선 보냉재 수요 급증에 맞춰 메틸렌디페닐이소시아네이트(MDI) 생산능력을 확대 중이다. 금호폴리켐 역시 기능성 합성고무(EPDM) 설비 증설을 통해 자동차 및 산업용 소재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다만 중장기적 전략으로 추진되는 만큼 전기차 및 CNT 등 신사업의 매출 비중은 아직 한 자릿수 수준이다. 여기에 대외적인 불확실성까지 더해진 상태다. 실제로 최근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단기적인 업황 부담이 작용하고 있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유안타증권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금호석유화학의 수익성 지표가 2026년 1분기 203을 기록하며 10개년 평균(329)을 하회했다고 진단했다.
하나증권 역시 금호석유화학의 1분기 영업이익을 컨센서스 대비 약 13% 낮은 642억원으로 전망했다. 다만 2분기부터는 원료인 부타디엔(BD) 가격 상승분의 판가 전가가 이루어지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20%가량 개선되는 등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실적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재무 건전성은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금호석유화학은 2022년 이후 영업이익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나, 지난해 기준 부채비율은 35.7%에 불과하다. 이는 LG화학(114.5%), 롯데케미칼(76.5%), 한화솔루션(196.3%) 등 주요 경쟁사들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고금리와 실적 부진으로 경쟁사들이 이자 비용 부담에 노출된 상황에서, 금호석유화학이 상대적으로 신사업 투자에 집중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신사업을 중장기 전략으로 추진 중이며, 그중 한 축이 전기차용 타이어"라고 밝혔다. 다만 "전기차 시장이 현재 캐즘(Chasm) 구간에 있고 여러 경쟁 요인으로 도전을 받고 있는 만큼, 특정 시점의 수요를 가정해 구체적인 매출 수치를 밝히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업계 모두가 이를 중장기 전략으로 보고 있는 만큼, 당사 역시 시장 흐름에 맞춰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