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1분기 실적 발표...영업적자 3545억원 기록 매출 성장률도 8% 불과...전체 시장 성장세 대비↓ "광고 등 수익 모델 다변화 필요...정부에도 협조"
쿠팡 배송 차량 모습. 사진=연합뉴스
[빅데이터뉴스 김유승 기자] 쿠팡이 올해 1분기 적자 전환하며 대외적 악재로 인한 수익성 타격을 입었다. ‘탈쿠팡’ 사태라는 국민적 정서 위기 속에서도 매출 규모를 유지하며 외형 방어에는 성공했으나, 전체 온라인 쇼핑 시장의 성장세를 밑도는 한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성장 둔화 리스크가 부각됐다. 전문가들은 한국 리테일 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수익성 다변화가 시급하다고 진단한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Inc는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한 85억 400만달러(12조 4597억원)를 기록했다. 다만 내실을 들여다보면 위기 징후가 뚜렷하다. 분기 매출은 지난해 4분기(12조 8103억원)에 이어 두 분기 연속 전분기 대비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상장 이후 유지해온 두 자릿수 성장률이 이번 분기 8%에 그치며 처음으로 꺾였다는 점은 성장 엔진 둔화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특히 프로덕트 커머스(로켓배송·로켓프레시·로켓그로스·마켓플레이스) 매출은 71억 7600만달러(약 10조 5139억원)로, 전년 동기 68억 7000만달러(약 9조 9797억원) 대비 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4분기 성장률(12%)보다 크게 낮아진 수준이다. 와우 멤버십 회원 수는 사고 이후 일시 감소했다가 4월 말 기준 약 80% 수준까지 회복됐으나, 활성 고객 수는 2390만명으로 전년 대비 2%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 대응 등의 영향으로 수익성도 악화됐다. 1분기 쿠팡의 영업손실은 3545억원에 달했다. 이는 2021년 4분기(약 4800억원) 이후 분기 기준 최대 적자 규모로, 약 4년 3개월 만의 최대치다. 당기순손실도 2억6600만달러(약 3897억원)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1억1400만달러(약 1656억원) 순이익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전문가들은 일회성 비용 지출로 인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외형은 일정 부분 방어해냈다고 평가하며 2분기 흑자 전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다만 진짜 문제는 성장성 둔화에 있다는 지적이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2분기는 1분기에 비해 보상 쿠폰 발급 등으로 인한 비용이 줄어들어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보이지만, 지금 지켜봐야 할 것은 성장률"이라며 "현재 전체 성장률은 8%, 상품 부문은 4%대로 하락했는데 이는 우려 요인이다. 수급 측면에서 보면 1분기 성장률은 전체 온라인 유통 시장의 성장세보다도 낮다”고 분석했다.
성장성에 한계가 올 경우 매출 최대치를 기록하고도 주가가 하락하는 네이버의 사례를 따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네이버는 사상 최대 실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4% 넘게 하락한 바 있다. 이는 검색 엔진으로서의 독점적 지위가 흔들리고 AI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우려으로, 쿠팡 역시 단순 물류 기반의 리테일 구조에만 안주할 경우 시장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수익 다변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예컨대 아마존은 단순 상품 판매가 아닌 클라우드와 광고 사업에서 영업이익을 확보하며 안정적인 사업을 구축하고 있다. 쿠팡 역시 확보된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 구매 패턴을 분석해 ‘리테일 미디어’로 사업을 확장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탈쿠팡 사태로 국민 정서상 타격이 있었음에도 이 정도면 비교적 양호하게 방어한 수준”이라며 “일부 고객이 이탈하더라도 매출이 감소하지 않았다는 점은 위기 상황에서 선방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손실 역시 매출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발생한 일시적 요인인 만큼, 특별 손실로 간주한다면 큰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서 교수는 “여전히 쿠팡은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물류를 비롯한 여러 이슈가 존재하고, 명품 브랜드 이커머스 등 미래 산업에서도 추가 성장이 필요하다”며 “한국 리테일 시장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어 현재 상황을 위기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즉, 광고·미디어 등 추가 수익 모델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시장 경쟁이 치열한 만큼 리테일 미디어 확대와 사업 고도화가 필수적이며, 클라우드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아마존식’ 모델 구축과 함께 한국·대만을 넘어 아시아 전역으로의 시장 확장도 요구된다고 서 교수는 강조했다.
규제 리스크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의 동일인을 법인에서 김범석 의장 개인으로 변경하면서 사익편취 규제와 총수 지정에 따른 법적 책임이 강화될 전망이라서다. 이는 경영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종우 교수는 “쿠팡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해소하면 실적이 회복되겠지만 현재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조돼 정부 규제에 협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5일(현지시간)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프로덕트 커머스 매출 성장률은 1월을 저점으로 반등해 2~3월 들어 회복 속도가 빨라졌다”고 밝혔다. 다만 “근본적인 성장 회복세가 실적에 온전히 반영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