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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하락에도 방심 못해...종전 바라보는 정유사들 '표정관리'

2026-05-28 15:20:13

25일 이후 유가 100달러 아래 유지...하락세 지속
"단기 손실에도 수급이 우선...장기 수요 회복 기대"
최고가격제 종료 가능성도 주목…종전 여부 관건

서울에 위치한 한 주유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에 위치한 한 주유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빅데이터뉴스 김유승 기자] 이란과의 종전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며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이던 가운데,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이 지속되며 정유업계는 아직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정유사들은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한 래깅 효과 탓에 단기 실적 악화를 우려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유가 안정이 수요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원유 수급의 불확실성 해결이 더 시급한 과제라는 주장이다.

28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지난 25일부터 배럴당 100달러 선을 하회하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가격의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거래 두바이(Dubai) 현물 가격 추정값은 지난 26일 기준 배럴당 98.01달러를 기록하며 100달러 선 아래로 내려왔다.
27일(현지시간)에도 국제유가는 이란 종전 협상 진전에 대한 기대감이 유입되며 하락세를 유지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 대비 배럴당 5.21달러 내린 88.6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북해산 브렌트유(Brent) 역시 5.29달러 하락한 94.29달러로 마감했다. 다만 중동산 두바이유는 싱가포르 휴일로 인해 가격이 집계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가격 하락을 종전 협상에 대한 기대감이 국제유가에 선반영된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세를 바라보는 정유업계의 시선은 단기적인 실적 충격을 감안하더라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고가에 매입한 원유가 제품 가격에 반영되는 시차로 인해, 재고평가손실과 래깅(원재료 투입 시차) 효과에 따른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완제품 가격은 떨어지는데 원재료 부담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에는 래깅 효과에 힘입어 주요 정유사들이 소위 ‘깜짝 실적’을 기록했으나, 가파른 물류비 상승 등을 고려하면 착시 효과에 가까운 회계상 이익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유가 하락에 따른 실적 충격이 장부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2분기부터는 수익성 악화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

그럼에도 장기적으로는 고유가 기조가 완화되어야 석유제품 수요가 회복되고 시장이 안정화될 수 있는 만큼, 업계는 대체로 종전 가능성과 유가 하락세를 반기는 기류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단기간에 급락하면 재고평가손실과 래깅 효과 등으로 실적 측면에서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고유가가 장기간 지속되면 석유제품 수요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만큼 유가 안정은 장기적으로 수요 회복과 경제 성장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최고 가격제를 유지하고 있으니 유가가 하락하게 된다면 아무래도 국제 현물가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만 현재는 유가 자체보다 수급 안정이 더 중요한 상황으로, 유가 하락이 공급 안정으로 이어진다면 긍정적 신호”라고 전했다.

실제 글로벌 원유 재고 상황을 살펴보면 여전히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이다. 현재 세계 원유 및 석유제품의 합산 재고는 약 79억 배럴로 추산된다. 그러나 실질 가용 재고는 전체의 1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글로벌 원유 재고는 하루 평균 400만 배럴씩 감소하고 있다. 걸프 지역 산유국의 생산 규모 역시 전쟁 이전 대비 1400만 배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세계 원유 수요의 약 14%에 달하는 규모다. 이에 따라 향후 종전 협상이 타결되어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되더라도, 수급 정상화와 기존 재고 비축에는 최소 5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원유 수급 전망도 비슷한 실정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7월까지는 예년 대비 85% 수준의 원유 물량을 확보했으나 8월 이후 수급 상황은 불확실하다”는 내용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기욱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자원안보실장 역시 지난 26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을 통해 “호르무즈 봉쇄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8월 이후 원유 수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며 “정부 비축유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수단인 만큼 방출 여부를 매우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가격이 내려가면 최고가격제를 종료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 요인이다.

유가 하락세가 유지되자 김정관 장관은 지난 2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고가격제 종료 시점에 대해 '전쟁 종료와 국제유가 90달러'라는 완화된 기준을 새로 내놓았다. 김 장관은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끝나야 한다"며 "호르무즈 해협이 정상화되고 국제유가가 적정 수준인 배럴당 90달러 정도를 유지하면 최고가격제 종료를 고려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누적 손실액이 이미 3조원대에 달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정유업계가 최고가격제로 인한 손실 책정 기준을 2분기 이후 실적의 분수령으로 보는 이유다.

휴전 기대감이 유가에는 선반영됐지만 현지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점은 여전한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28일 백악관 관료회의에서 중간선거와 관계없이 이란과 형편없는 합의는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폭스뉴스 등 미국 현지 매체들도 27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이란 군사시설 1곳을 공습하고 이란의 공격용 무인기(드론) 4개를 격추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미국 측은 이번 조치가 방어적 성격의 대응이며, 해당 충돌에도 불구하고 휴전 기조 자체는 깨지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유승 빅데이터뉴스 기자 ky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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