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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수입선 다변화 효과는 확인…장기적 대응 과제는

2026-06-09 17:15:45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 이후 4월 원유 수입량 중동 비율↓
반면 미국산 원유는 최대 수입국 사우디 근접 수준 확대
"국내 설비 및 수익성 고려하면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
"다변화에 미국산 원유 지원 효율적...업계는 중질유 집중"

서울에 위치한 한 주유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에 위치한 한 주유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빅데이터뉴스 김유승 기자] 원유 안정 수급을 위한 수입선 다변화 노력이 일정 부분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 이후 미국산 원유 비중이 크게 확대되면서 중동 의존도가 눈에 띄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 정유업계는 고도화된 설비 구조상 중질·고황 원유 중심 운영이 여전히 경제성과 수율 측면에서 유리한 만큼, 최근의 변화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된 이후 국내 원유 수입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한국의 원유 수입량 가운데 중동산 원유 비중은 51.5%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 65.2%와 비교하면 큰 폭으로 감소한 수치로, 중동산 비중이 50%대까지 떨어진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반면 미국산 원유는 수입량이 214만5144톤까지 늘며 비중이 같은 기간 17.3%에서 25.3%로 확대됐다. 이는 최대 수입국인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 수입량인 214만6202톤(점유율 25.4%)과 사실상 비슷한 수준이다. 미국이 높은 생산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공급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국내 수입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아울러 호주산 원유 비중도 2.1%에서 5.2%로 늘었고, 캐나다산 역시 0.7%에서 2.9%로 증가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곧바로 중동산 원유의 장기적인 대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2015년 82.3%에 달했던 중동 의존도를 2021년 59.8%까지 낮춘 바 있다. 그러나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원유 도입이 중단되면서 대체 물량 상당수가 다시 중동산 원유로 채워졌고, 2023년 이후 중동 의존도는 다시 70%대로 상승했다.

수입선 다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했음에도 중동산 원유 비중이 높은 수준을 유지한 배경에는 국내 정유설비의 구조적 특성이 자리 잡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오랜 기간 중동산 중질·고황 원유를 투입해 고부가가치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방향으로 설비를 고도화해 왔다. 중질유를 정제한 뒤 남는 중질 잔사유를 추가 가공하는 고도화 설비 비중이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벼운 미국산 경질 원유를 과도하게 투입할 경우 공정 효율과 경제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중동산 원유 비중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해야 수율과 경제성이 가장 잘 나온다"며 "지금은 상황상 미국산 원유 등의 투입이 늘고 있지만 경제성 측면에서는 불리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유사들은 스팟 시장 등을 통해 중동산 원유와 성질이 비슷한 원유를 최대한 확보해 블렌딩하고 있다"며 "일정 비율 이하로 내려가면 설비 운영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미국산 원유를 무작정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산유국인 미국 역시 경질유 생산 비중은 높지만 상당수 정유설비는 중질유 처리에 맞춰 설계돼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미국도 경질유를 수출하는 동시에 중질유를 수입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설비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대규모 추가 투자(CAPEX)가 필요해 단기간에 전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정책적 관점에서는 미국산 원유 확대가 다변화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수단으로 거론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자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산 원유 지원금을 25% 증액할 경우 도입 비중이 연평균 1.7%포인트 늘어나고, 75%까지 확대하면 5.1%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변화 지역 전체에 지원을 일괄 증액하는 것보다 미국산 원유에 대한 선별적 지원이 비용 대비 효과가 더 높다는 분석이다.
반면 업계는 미국산 원유 등 경제성이 낮은 원유 도입에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특정 국가에 한정된 선별적 지원보다는 다변화 지역 전반에 걸쳐 폭넓은 지원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또 다른 정유사 관계자는 "정유사 입장에서 필요한 것은 미국산 원유나 경제성이 다소 떨어지는 원유를 도입할 때 정부 차원의 지원이다. 예를 들어 장거리 운송에 따른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국가 차원의 무역 협력 차원에서 미국산 원유 도입에 추가 지원을 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며"현재로서는 그런 정책적 지원 외에 뚜렷한 대안이 많지 않다. 설비 구조를 단기간에 바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다변화 전략이 반드시 미국산 원유 확대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중동산 원유와 성질이 유사한 중질유를 다양한 공급처에서 최대한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전략으로, 이는 최근 중동 정세와 무관하게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김유승 빅데이터뉴스 기자 ky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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