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힌 프로젝트, 공정률 97% 막바지 단계서 파업 갈림길 사후조정 절차 합의에도 원청 교섭 요구 등 불씨 여전해 인력 대체 불가 플랜트 현장 특성상 장기화 시 타격 우려
샤힌 프로젝트 현장. 사진=에쓰오일
[빅데이터뉴스 김유승 기자] 지난달부터 건설현장 파업이 잇따르는 가운데, 에쓰오일이 추진 중인 대형 석유화학 프로젝트인 '샤힌 프로젝트'에 미칠 영향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울산플랜트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이 샤힌 프로젝트 현장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플랜트 현장은 보안과 기술 유출 우려 등으로 인해 작업자가 사실상 내국인으로만 구성되어 있어 대체 인력 투입이 극히 어렵기 때문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 최대 규모 플랜트 노조인 민주노총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울산지부(울산플랜트건노조)의 파업 진행 여부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노조와 사용자단체인 울산플랜트산업협의회는 울산지방노동위원회 중재 아래 사후조정 절차에 돌입하기로 합의했으나, 최종 타결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양측은 23일 오후 4시 첫 회의를 시작으로 집중 교섭을 진행한 뒤 교섭 지속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앞서 양측은 지난달 7일부터 이달 8일까지 10차례에 걸쳐 교섭을 진행했으나 임금 인상 폭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일급 1만 3000원 인상을 요구한 반면 사측은 3000원 인상안을 제시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이후 지방노동위원회 조정이 중지되고 노조가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파업권을 확보하며 23일부터 본격적인 쟁의행위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사후조정에 합의하며 협상을 재개했다. 이 과정에서 울산플랜트노조는 "노란봉투법(개정 노조법) 취지에 따라 원청사인 에쓰오일도 단체교섭에 참여해야 한다"며 직접 교섭을 강력히 촉구한 바 있다.
노사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면서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국내 최대 석유화학 투자 사업인 샤힌 프로젝트의 차질 여부다.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에 들어서는 이 설비는 총 9조 2580억원이 투입됐으며 에틸렌 180만 톤, 프로필렌 75만 톤 안팎의 생산능력을 갖춘 대형 프로젝트다.
현재 전체 EPC 공정률이 97%에 육박해 이달 말 기계적 완공을 앞두고 있다. 막바지 공정과 올해 말 시운전을 거쳐 내년 초 상업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어, 플랜트 노조가 현 시점에서 파업에 돌입할 경우 공기가 지연될 수 있다.
실제로 플랜트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현장 운영에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도 일정 부분 대비책을 마련해두기 때문에 단기 파업이 당장 현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면서도 "문제는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라고 짚었다.
그는 이어 "플랜트 현장은 일반 건설 현장과 달리 대체 인력 수급이 매우 어렵고 작업 인력의 공백이 발생하면 공정 전반에 미치는 타격이 다른 곳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최근 해당 현장에서 발생한 안전사고 역시 노조가 원청의 직접 교섭을 요구하는 명분이자 공정 운영의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 DL이앤씨가 시공을 맡은 구간의 밀폐공간(타워 드럼 내부)에서 하청 노동자가 쓰러진 데 이어, 상태를 확인하려던 안전관리자가 숨진 채 발견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DL이앤씨 측은 모든 현장의 밀폐공간 작업을 중지하고 자체 점검을 실시했으며, 외부전문기관의 진단과 재발 방지 교육 등 안전대책을 수립한 뒤 절차에 따라 작업을 재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고위험 공정이 집중되는 플랜트 건설의 특성상, 현장에서는 안전 관련 우려가 지속되어서다.
다만 건설현장 전반에 파업 리스크가 확산되는 가운데, 레미콘 운송노동조합의 파업 영향은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달 수도권 등 타 지역에서는 레미콘 노조가 8일 파업에 돌입해 주요 공사현장에 차질이 빚어진 바 있다.
반면 샤힌 프로젝트 현장은 전체 공정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어 레미콘 수요가 크지 않았다. 울산 지역 역시 신축 아파트 건설과 도시 재개발 등으로 물량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확보돼 있어 직접적인 타격을 피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다만 건설업계에서는 노사 갈등과 안전 변수, 원청의 교섭 책임을 둘러싼 리스크가 동시다발적으로 얽혀 있는 만큼, 샤힌 프로젝트가 완공되는 순간까지 현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파업의 영향력을 현 시점에서 판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쟁의행위가 가결된 상태인 만큼 파업이 현실화된다면 일정 부분 타격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사고 방지를 위해 건설사에 안전 관리 시 더 만전을 기할 것을 요청했다"며 "구체적인 관리 방안이나 현장 운영 계획은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 계약에 따라 시공사가 담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