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카나 총리 현지시간 6일 오후 CPSP 우선협상 대상자 발표 가능성 우선협상대상자 선정돼도 최종 계약서에 서명까지 수 년 걸릴 수 있어
한화오션이 건조한 장보고 III 배치-2 잠수함. 사진= 한화오션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서방국가의 방산 프로젝트 가운데 최대 규모로 꼽히는 캐나다 해군의 차기 잠수함 12척 도입 사업을 담당할 기업이 캐나다 현지시간 기준 6일 캐나다에서 전격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
캐나다 유력 일간지 글로브앤메일은 5일(현지시간) 두 명 소식통을 인용해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이날 현지 캐나다 동부 대서양 연안 지역 최대 도시인 핼리팩스에서 캐나다 잠수함 프로젝트(CPSP) 우선협상대상자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핼리팩스는 캐나다의 대규모 해군기지가 있다.
카나 총리는 터키에서 열리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하기 전에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CPSO 프로젝트에는 최종 후보에 오른 한국의 한화오션과 독일의 TKMS가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와 관련, 캐나다 총리실은 카니 총리의 6일 일정에 대한 글로브앤메일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고 했다.
대신 캐나다 총리실은 카니 총리가 6일 오후 5시10분(현지시간)에 노바스코사주 핼리팩스에서 “캐나다를 더욱 안전하고 회복탄력적이며, 번영하도록 만들기 위한 새 조치들을 발표할 것”이라고 공지했다. 헬리팩스는 서울보다 12시간 느리며, 3월부터 11월까지는 서머타임을 적용해 1시간을 앞당겨 11시간으로 줄어든다. 이 시간에 우선협상대상자가 발표된다면, 한국에선 7일 새벽 6시10분 경에 소식을 접하게 된다.
글로브앤메일은 대부분의 주요 방산 장비 조달 사업과 마찬가지로 이날 발표에서도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될 가능성이 높으며, 선정이 되었다고 계약 체결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관련해 캐나다 국방 정책을 연구하는 칼턴 대학교의 필립 라가세 교수는 글로브앤메일과의 인터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어도 협상이 계속될 것이며, 최종 계약 체결까지는 수 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CPSP는 노후한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대체하기 위해 디젤 잠수함 최대 12척을 도입하는 대형 사업이다. 잠수함 건조 비용과 도입 후 30년간 유지·보수·운영(MRO) 비용까지 포함하면 사업 규모는 최대 6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잠수함 계약은 냉전 이후 볼 수 없었던 수준으로 국방비를 끌어올리려는 카니 정부의 노력의 일환이다. 캐나다는 나토의 목표인 2035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로 늘리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캐나다는 냉전 시대였던 1960년대 이후로는 잠수함을 구매한 적이 없으며, 한 번에 12척에 가까운 잠수함을 주문한 적도 없다. 캐나다 해군은 현재 4척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는데, 모두 중고로 구입했으며 그중 실제로 작전 가능한 것은 단 한 척 뿐이다.
캐나다군은 국가 방어를 위해서는 12척의 잠수함이 필요하다고 밝혔는데, 이는 최고 수준의 준비 태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4척 중 1척만 실전 배치가 가능하고 나머지는 정비 또는 훈련에 사용된다는 가정에 근거한 것이다.
CPSP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하면, 캐나다는 언제든 배치 가능한 3척의 잠수함을 확보하게 된다. 이 스텔스 잠수함들은 적대국이나 경쟁국이 캐나다의 북극, 태평양, 대서양 연안을 배회하는 것을 억제하는 능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싱크탱크인 캐나다 국제문제연구소의 데이비드 페리 소장은 “이번 구매로 캐나다 연안 해역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훨씬 더 독립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정부는 일찌감치 한국 한화오션의 KSS-III 배치2형 잠수함과 독일 TKMS의 212CD 모델 모두 캐나다의 목적에 부합하며, 최종 결정은 각 기업이 캐나다에 제공할 수 있는 경제적 이익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캐나다 정부는 치열한 경쟁을 이용해 미국 보호무역주의에 맞서 산업 역량을 보존하고 확대하려는 ‘캐나다 우선 산업 정책’에 도움이 될 투자 약속을 입찰 업체들로부터 받아내려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화오션과 TKMS, 이들을 지원하는 한국, 독일 정부와 양국 기업들은 2025년 8월부터 캐나다 정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공개적인 캠페인을 벌여왔다.
한화오션은 2026년부터 2044년까지 캐나다에 700억 달러 이상의 무역 및 투자를 약속했으며, 매년 2만5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2026년 1월엔 계약을 수주할 경우 경영난에 시달리는 현지 철강업체 알골마(Algoma)가 온타리오주에 철골 공장을 건설하는 데 2억 달러를 투자하고 CPSP 프로젝트에 필요한 철강재를 알골마로부터 5천만 달러어치를 구매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화오션이 계약을 따낼 경우 알골마는 한화 전투 차량에 필요한 금속을 공급할 예정이다.
라가세 교수는 “한화오션과 한국 정부의 공개 캠페인은 캐나다의 일반적인 군사 조달 사례보다 훨씬 더 눈에 띄고 적극적이었다”고 말했다.
독일의 경우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부 장관은 지난 5월 “노르웨이와 공동으로 제안한 TKMS 입찰이 계약 기간 동안 캐나다의 GDP에 860억 달러의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측은 이 제안이 계약 기간 동안 캐나다에서 고용연수(job-year) 65만 개 이상의 고용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고용 연수’는 ‘1명에게 1년 동안 주어지는 일자리’를 뜻하는 경제 용어다.
한국 뿐 아니라 독일과 노르웨이의 정치인과 고위 관리들이 캐나다를 방문해 제안서를 제출했다. 한국은 올봄 자국의 기술력을 선보이기 위해 잠수함을 캐나다에 파견했고, 독일은 NATO를 비롯한 캐나다와의 오랜 협력 관계와 TKMS의 국제 고객 대상 잠수함 건조 실적을 강조했다.
티요르벤 벨만 주캐나다 독일 대사는 “캐나다, 독일, 노르웨이는 함께 가장 크고 현대적이며 위험 부담이 적은 재래식 잠수함 함대를 구축할 수 있다. 나토 동맹국 3개국이자 북극권 국가 2개국이 함께 건조, 훈련, 유지 관리를 할 것”이라며 “지난 75년간 양국은 파트너십과 공유된 가치, 그리고 서로에 대한 약속을 지켜왔기에 특별한 관계를 발전시켜 왔다”고 강조했다.
이번 경쟁에서 상대적 열세에 있는 한국은 군사 산업 확장을 위해 막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TKMS는 이미 20개국 해군에 잠수함을 수출하며 명성을 쌓아왔지만, 한화오션의 잠수함 고객은 한국과 인도네시아에 불과하다.
한국은 세계 4위의 방위산업을 구축하겠다는 경제적 목표를 세운 가운데 이번 사업 수주를 통해 아시아 국가 경제에 획기적인 발판을 마련하고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한국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세계 10대 방산 수출국에 이름을 올렸다.
라가세 교수는 “한국은 이번 사업에 많은 것을 걸고 있기 때문에 광고와 대외 홍보에 막대한 투자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캐나다 정부가 최종적으로 한화오션과 잠수함 건조 계약을 체결한다면, 캐나다 정부가 서방 국가가 아닌 곳에서 주요 무기 플랫폼을 구매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글로브앤메일은 설명했다.
라가세 교수는 “북미의 주요 나토 동맹국인 캐나다 시장에 잠수함을 공급하는 것은 한국에게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