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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시설 잇단 차질에 수출 호황 기대…복잡해진 정유사 셈법

2026-08-16 09:00:00

카타르 생산설비 타격·러시아 정유시설 가동 차질에 대체 수요 부상
한국산 윤활기유 수출액 급증 추세...글로벌 공급 부족 반사이익 '톡톡'
호주·일본 등 공급 확대 요청...국내 수출 규제·물류비 부담은 걸림돌

서울 한 주유소에 표기된 유가 정보. 사진=연합뉴스
서울 한 주유소에 표기된 유가 정보. 사진=연합뉴스
[빅데이터뉴스 김유승 기자] 중동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글로벌 정유시설 가동 차질이 이어지면서 정제마진과 윤활기유 가격 상승에 따른 국내 정유사의 수출 및 수익성 확대 기회가 커지고 있다. 다만 국내 최고가격제와 수출 제한에 원유 조달·물류비 상승까지 겹치면서 정유사들의 경영 전략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16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은 2분기 윤활기유 사업을 중심으로 호실적을 거뒀다. GS칼텍스는 2분기 영업이익 2조5507억원을 기록했으며, 이 가운데 윤활기유 부문에서만 3577억원을 거뒀다. 에쓰오일(S-OIL)도 영업이익 9650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윤활기유 부문 영업이익은 4774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 자회사 SK엔무브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14.4% 급증한 6919억원을 기록하며 정유 사업을 웃도는 실적을 냈다.
수출 실적도 크게 개선됐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정유사의 석유제품 수출량은 2억2623만 배럴로 집계됐다.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6.5% 증가한 약 282억달러(약 40조원)를 기록했다. 특히 한국산 프리미엄 윤활기유 수출액은 지난 6월 7억879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24.8% 급증했다.

이 같은 실적 개선에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따른 반사이익이 작용했다. 미국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긴장이 고조되고,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러시아 정유시설 가동 차질까지 발생하면서 글로벌 석유제품 공급 불안이 확대되고 있어서다. 반면 하루 330만 배럴의 정제능력을 갖춘 한국 정유업계는 분쟁 지역과 상대적으로 떨어져 있다.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들은 안정적인 생산 인프라와 고도화설비를 바탕으로 대체 공급선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글로벌 고급 윤활기유(그룹3) 시장의 약 30%를 차지하는 카타르 생산설비가 중동 분쟁으로 타격을 받으면서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및 마진 상승이 이어졌다. 원유 가격과 윤활기유 가격 간 차이를 나타내는 스프레드는 1년 전 배럴당 70달러 초반에서 올해 2분기 180달러대로 약 2.5배 상승했다.

다만 업계는 국내 정책 규제가 해외 수요에 대응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호주·일본·뉴질랜드 등 주요국이 한국산 석유제품 공급 확대를 요청하고 있지만, 국내 정유사들은 수출 규제로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국내 수급 안정을 위해 휘발유·경유·등유의 국내 반출량을 전년 대비 90% 이상 유지하도록 하고, 수출 물량은 전년 수준(100%)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정유업계는 “석유제품은 정제 과정에서 여러 제품이 동시에 나오는 연산품 특성상 특정 제품만 생산량을 조절하기 어렵다”며 “내수 물량을 채우고 남는 잉여 물량에 대해서는 수출 규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해 가동률과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물가와 수급 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3~6월 휘발유·경유·등유 수출량은 전년 동기의 78.7% 수준으로 정부 허용치(100%)에도 미치지 못했다”며 “항공유와 윤활기유 등을 포함한 전체 석유제품 수출액도 같은 기간 50.9%나 증가한 만큼 수출 기회가 과도하게 제한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자료를 통해 반박했다.

이와 함께 원유 조달 부담 증가도 정유업계의 수익성을 압박할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3~6월 한국의 원유 수입량은 3850만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7% 감소했다. 반면 원유 가격 상승과 운송·보험료 등 물류비 증가로 수입액은 21.1% 늘어난 302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국내 정유사들은 중동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국산 원유 도입과 해외 직접 생산 원유 확보 등 조달선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홍해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이어지는 가운데 유가 하락에 따른 부담도 배제할 수 없다. 유가가 하락하면 높은 가격에 들여온 원유로 인해 정제마진이 줄고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하는 ‘역래깅 효과’가 나타날 수 있어서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글로벌 공급 차질에 따른 수출·수익성 확대 흐름이 한동안 이어지면서 정유업계의 호황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유승 빅데이터뉴스 기자 ky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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