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2027년 HBM 물량 완판…SK, 2029년까지 D램·HBM 사실상 완판 양사 주요 고객사와 장기공급계약…중장기 생산 물량 선점 HBM4·HBM4E부터 서버용 SSD까지 AI 메모리 공급 확대
경기 평택 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빅데이터뉴스 김다경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장기공급계약을 늘리고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뿐 아니라 서버용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도 늘어나자 고객사와 공급 물량을 미리 확정하면서 생산시설과 설비 투자도 확대하는 모습이다.
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주요 고객사와 체결한 메모리 장기공급계약(LTA) 현황을 공개했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주요 고객사 14곳과 계약을 맺었으며 이를 통해 2027~2028년 전체 생산능력의 50% 이상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대형 고객사 10곳과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으며 추가로 10곳과 계약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 장기계약으로 확보하는 물량을 전체 생산능력의 60~70%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 AI 메모리 수요, 공급능력 웃돌아…HBM 주문은 2배
양사의 장기계약 확대는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 부족이 커진 데 따른다. SK하이닉스는 컨퍼런스콜에서 “고객사들의 HBM 물량 요구가 현재 공급 가능한 규모의 두 배를 넘는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고용량 QLC SSD 주문이 대량으로 들어오고 있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이 2028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HBM은 일반 D램보다 제조 공정이 복잡하고 적층과 후공정에 추가 생산 자원이 필요해 단기간에 공급을 늘리기 어렵다. 고객사들은 AI 가속기 생산에 필요한 메모리 물량을 미리 확보해야 하고 메모리 업체들은 장기계약을 토대로 중장기 수요를 가늠해 생산계획과 투자 시기를 조율할 수 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장기공급계약은 안정적인 수익성을 뒷받침할 뿐 아니라 시장 가격과 제품 가치가 개선될 때 이를 반영해 기회를 포착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수요를 미리 확보하면서도 시장 상황과 제품 가치 변화를 계약에 반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SK하이닉스는 장기계약 물량과 고객사와 논의 중인 수요를 합치면 2029년까지 D램과 HBM 공급 물량을 사실상 모두 확보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고객사의 구매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보증금 등 안전장치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BM 공급 부족은 고객사의 제품 설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고객사의 물량 요구는 현재 공급할 수 있는 규모의 두 배를 넘는다"고 말했다. HBM 적층 단수 등 제품 구성을 조정하며 제한된 공급 물량을 활용하려 한다는 설명이다.
◇ HBM4 양산 본격화…차세대 제품 개발도 속도
제품 경쟁에서는 HBM4 공급 확대가 핵심이다. SK하이닉스는 "3분기부터 HBM4 양산 출하를 시작했으며 4분기에는 HBM4가 전체 HBM 출하량과 매출에서 HBM3E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HBM4 수율도 당초 목표를 웃돌아 목표치를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차세대 제품 개발도 진행 중이다. SK하이닉스는 HBM4E 샘플을 2분기에 고객사에 출하했으며 고객 일정에 맞춰 개발과 인증을 진행하고 있다. 고객별 AI 가속기 시스템과 작업 부하에 맞춘 커스텀 HBM 개발도 주요 고객사와 협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2027년 HBM 공급 물량이 이미 완판됐으며 기존 고객사들이 추가 물량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3분기 HBM4 매출은 전분기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HBM4에 이어 HBM4E 양산도 준비하고 있다.
메모리 사업부는 HBM뿐 아니라 8000Mbps 이상의 고성능 DDR5와 PCIe Gen6 서버 SSD, 초고용량 QLC eSSD 등 AI 서버용 고부가 제품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클라우드 AI 에이전트 서비스 확산으로 고용량 QLC SSD 주문이 늘고 있으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장기계약 물량 맞춰 생산시설 투자…실제 공급까지는 시간
삼성전자는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28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메모리 사업부의 김재준 부사장은 컨퍼런스콜에서 "공급과 수요의 타이트한 상황은 2028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공사비와 장비 가격 상승으로 투자액이 늘어나는 데다 핵심 반도체 장비의 확보 기간도 길어져 신규 설비가 곧바로 생산량 증가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HBM 생산 확대가 일반 D램 공급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변수다. HBM4E와 차세대 HBM으로 갈수록 다이 면적이 커지고 제조 공정이 복잡해지면 동일한 웨이퍼에서 생산할 수 있는 칩 수가 줄어든다. AI용 HBM 생산을 늘리는 과정에서 일반 서버·PC용 D램 생산 여력까지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SK하이닉스는 청주 M15X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을 통해 D램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내년 설비투자를 올해보다 대폭 늘릴 계획이다. 낸드 사업에서도 AI 서버용 고용량 eSSD 수요에 대응해 제품 공급과 생산능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신규 설비투자가 곧바로 메모리 공급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회사 측은 "투자나 신규 팹 건설이 반드시 정비례한 공급 증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HBM 등 고성능 제품의 비중이 커지고 공정이 복잡해질수록 생산에 필요한 자원도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역시 AI 메모리 수요에 대응해 생산능력과 제품 구성을 조정하고 있다. HBM4E를 2027년 상반기 양산하고 하반기부터 생산량을 본격적으로 늘리는 한편 서버용 D램과 SSD 공급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는 컨퍼런스콜에서 고객사와의 기술 협력이 장기계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기술 리더십을 통해 쌓아온 고객 신뢰가 장기계약으로 이어지면서 중장기 수요 가시성과 지속적인 수익성을 위한 기반이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