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뉴스 한시은 기자] 우리나라 제사상에 오르는 기본 과일 4가지가 있다. 이를 조율이시(棗栗梨柿)라고 하는데 '대추, 밤, 배, 감' 이 네가지를 뜻한다.
어떤 선비가 같이 공부하는 지인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게 된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날이 제삿날이라 예를 갖추고 밖에서 지켜봤는데 선비는 제사상 위의 과일들의 위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선비는 '대추', '밤', '감', '배' 순이라고 했고, 그 지인은 '대추', '밤', '배', '감' 순이 맞다고 했다. 선비와 지인이 서로 자신이 옳다고 하자, 보다 못한 집주인이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하지 마라'라고 말했다.
사실 제사에 대추하고 밤은 순서가 정해져 있지만, 배하고 감은 순서가 집안마다 지방마다 다른게 현실이다. 이런 연유로 감놔라, 배놔라 간섭하게되고 그런말이 유래된 것이다
최근 정치권에선 고금리로 인한 예대마진 확대로 수익을 평소보다 거두고 있는 은행에 대한 횡재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어서 큰 논란이 일고 있다.
야당은 급기야 횡재세를 거두는 법안을 발의하기 까지 했다.
사실 고금리 사태에 대해 은행측은 단 1%의 책임도 없다. 고금리는 러-우전쟁으로 인해 촉발된 고물가 사태를 잡기위해(실은 强달러 유도를 위해 고물가를 유도했다는 주장도 있지만) 미국 사설 은행에 불과한 지위이면서도 달러화 발권력을 가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자국의 금리를 5.5%까지 올리면서 벌어진 일이다. 이 과정에서 예대마진으로 먹고 사는 은행의 이익이 더 늘어난 것은 부인할수 없는 사실이다.
문제는 이러한 비정상적 고금리가 길게 간다는 보장이 없다. 미국에선 벌써부터 내년 5월께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어가고 있다. 금리가 내리면 이익은 축소될수 밖에 없다. 즉 지금의 이익은 한시적인 이익이며 언제든지 증발할수 밖에 없는 수익인 것이다.
언제부터 정치권은 기업의 일시적인 수익에 '감놔라 배놔라'하고 있는가. 고수익난다고 세금으로 뜯어간 후, 경기 상황이 돌변해 은행이 적자를 보게 된다면 그때는 세금으로 적자를 보전해줄 것인가.
수익이 많이 날 경우 법인세 등 여러 방법으로 세금을 내게 되는데, 이에 횡재세를 더한다면 그야말로 완전한 이중과세라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무엇보다 은행에 투자한 주주들은 수익이 더 발생한다면 배당 등을 더 가져가야되는데 정치권은 이러한 주주들의 배당을 무슨 권리로 빼앗가 가는지 반문할수 밖에 없다. 배당이 늘어날 상황에서 배당은 늘어나지 않고 손해보는 상황에서 손해만 고스란히 떠안으라고 한다면 누가 투자를 하겠는가. 자본주의의 근간이 흔들릴수 밖에 없는 사안인 것이다.
최근엔 이복현 금감원장도 횡재세에 대해 "거위 배를 가르자는 게 아니냐"며 "금융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횡재세를 도입하게 되면, 이중과세 논란은 물론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리에 반하게 됨은 당연한 이치이며 횡재세는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며 만불성설(萬不成說)이다.
이러한 내용은 최근 데이터앤리서치가 발표한 횡재세에 관한 빅데이터 분석에서도 잘 나타났다.
이 분석에서 횡재세 관련 포스팅의 긍정률은 13.8%에 불과한 반면 부정률은 무려 48.4%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횡재세 찬성 키워드 포스팅은 23건이었던데 비해 반대 키워드 포스팅은 339건으로 10배이상 크게 앞질렀다.
은행권에 대한 횡재세 부과에 대해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네이버종목 토론방의 hjle****라는 한 유저는 "(심지어) 반도체 경기가 호황일 때는 반도체 기업에, 정유나 조선, 자동차가 호황일 때는 소득세율에 따른 세금 외에 더 걷지 않았다"며, "은행에만 횡재세를 부과하는 것은 경제주체간 투자자들간에 세부담의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은행권에선 지속적으로 저소득층과 취약계층 및 소상공인 등과의 상생금융을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는 상황인데 횡재세 법안이 발의된 것은 결국 약자의 몫을 가져다가 국고를 채운다는 비난을 받을수도 있다.
은행은 초과수익의 사회환원을 위해 상생금융안을 마련, 저소득층을 챙기려고 하고 있는 이때 은행의 수익을 횡재세로 빼앗아간다면 결국은 취약계층 지원금에 대해, 일부이든 전부이든 간에 세금으로 강탈하는 상황과 진배 없다.
정치권은 남의 재무제표를 들여다보고 감놔라 배놔라 할 것이 아니라, 전세계 경제가 장기 침체로 들어갈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이때 반도체 자동차 등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소상공인을 살리기 위한 정책 지원에 진지하게 고민해야할 때이다.
한시은 빅데이터뉴스 기자 hse@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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