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뉴스 성상영 기자] "공짜로 줘도 안 탄다" 중국 북기은상이 지난 2017년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켄보 600'을 국내에 출시하자 대다수 소비자가 보인 반응이다. 켄보 600은 어디선가 본 듯한 생김새에 마감은 엉성했다. 성능이나 품질과 관련해선 "굴러가는 게 다행인 수준"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이러한 분위기는 약 10년 만에 확연히 달라졌다. BYD가 매서운 기세로 국내 승용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면서다. 초반 반짝 흥행일지, 새로운 '스타플레이어'의 등장일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BYD가 첫 작품으로 내놓은 '아토3'는 시선을 잡아끄는 데 일단 성공했다.
◆'1명 VS 4명'…전시장 가보니 "다르네"
아토3가 지난달 16일 출시된 이후 약 3주가 지났지만 여전히 국내 소비자의 관심은 뜨거웠다.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BYD 전시장에서 만난 한 영업사원은 "주말에는 고객이 30팀 넘게 오시고 평일에도 15팀 이상은 꾸준히 찾아주신다"고 말했다.
BYD 용산 전시장은 전자상가로 유명한 용산역 뒤편 청파로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몇 년 전부터 이곳 일대는 '전자제품 메카'라는 명성이 무색하게 인적이 뚝 끊겼는데 BYD 전시장이 들어오면서 모처럼 활기를 뛴 모습이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유난히 많은 직원이 눈에 띄었다. 안내 데스크 직원과 영업사원을 포함해 4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여타 자동차 브랜드 전시장엔 1~2명이 교대로 상주하며 손님을 맞는 게 보통이다.
기자와 상담을 진행한 영업사원에 의하면 용산 전시장은 서울 시내에 있는 다른 BYD 전시장과 비교해서도 큰 편이다. 실제 내부에는 '서프 블루'를 비롯해 4가지 색상의 아토3가 전부 전시돼 있었다.
아토3는 3000만 원 초반대 가격으로 국내 출시 전부터 화제가 됐다. 용산 전시장 영업사원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먼저 언급했다. 소형 전기 SUV인 아토3의 기본 가격은 3150만 원에 불과하다. 영업사원은 "유럽보다는 약 1000만 원, 일본보다는 800만 원 정도 싸게 국내에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본 트림(세부 모델)은 주로 법인 고객께서 많이 찾으시는데 웬만한 옵션(사양)은 다 들어가 있어서 자가용으로도 괜찮다"며 "경쟁 차종과 달리 트림에 따라 외관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에 있는 BYD 서초 전시장. = 성상영 기자
◆'강남 전시장' 발길 이어져 '인기'
차량 문의 전화와 방문 행렬은 소득 수준이 높은 강남 지역 전시장도 마찬가지다. 지난 5일 BYD 서초 전시장에는 이른 시간 손님을 맡기 위한 직원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이곳 역시 용산 전시장과 마찬가지로 4명이 근무 중이다.
BYD 서초 전시장에서 만난 직원은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물론 메르세데스-벤츠, BMW, 렉서스 같은 수입차 매장이 즐비한 반포대로에서도 방문객이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까지 폭스바겐 딜러사가 현재 장소에서 영업했었다"며 "지난 2010년대 중반까지 디젤 수입차 시장을 주름잡은 폭스바겐이 빠지고 그 자리를 중국 전기차 브랜드가 꿰찼다"고 말했다.
하루 몇 대 정도 팔렸나는 질문에 그는 "사전계약이 진행된 지난 3주 동안 40건 조금 넘게 계약을 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는 전시장 전체 실적이 아닌 직원 개인이 따낸 계약 수다.
그는 중간에 계약이 취소되는 물량을 고려하더라도 20대 정도는 출고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일반적으로 영업사원이 한 달에 차량 30대를 팔면 '판매왕'이 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강남 지역에서 이같이 관심을 받은 점에 비춰, 아토3의 경쟁력을 단순히 저렴한 가격으로만 치부하기 어렵다고 평가된다.
실제 용산과 서초 전시장 영업사원 모두 품질을 강조했다. 조립 미숙으로 인한 부위별 단차가 없는 데다 시간이 지나더라도 잡소리가 안 나도록 마감에 신경을 썼다는 것이다. 이들은 "유럽 신차 안전도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별 다섯 개를 받았다"고 공통적으로 언급했다.
삼원계 배터리와 비교해 화재 문제에서 자유로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썼다는 점도 BYD가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다. 서초 전시장 영업사원은 "BYD가 LFP 배터리 기술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사람들이 LFP 배터리 단점이라고 말하는 주행거리, 저온 성능 등도 문제가 거의 없다"고 자신했다.
지난달 16일 인천 중구 상상플랫폼에서 열린 '중국 BYD 승용 브랜드 론칭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조인철 BYD코리아 승용부문 대표가 아토3(가운데)를 비롯한 차량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격의 BYD'…수입차 1위 BMW 넘본다
아토3를 향한 국내 소비자의 반응이 뜨거워지자 현대자동차·기아·KG모빌리티(KGM) 같은 국내 제조사들도 잇따라 할인 공세를 펼치며 대응에 나섰다.
현대차와 기아는 차종에 따라 최대 300만~500만 원을 할인해주기로 했다. 지난해 토레스 EVX 가격을 200만원 인하한 KGM은 올해 보조금 감소분(75만원)만큼 지원금을 준다.
특히 1회 충전 주행거리, 차체 크기 등 제원이 아토3와 거의 비슷한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스탠다드는 보조금 등을 고려한 실구매가 기준 기본 가격이 3152만원으로 내려갔다. BYD가 전기차 가격 경쟁에 불을 붙인 모습이다.
국내 법인인 BYD코리아 의지도 남다르다. BYD코리아는 국내 딜러사 6곳을 통해 2월 현재 전시장 15곳을 운영중이다. 국내 진출과 동시에 오픈한 전시장 수는 수입차 업계에서 이례적이다.
한편, BYD코리아는 오는 2026년까지 전시장 수를 총 70곳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판매량 감소로 전시장 철수에 나선 일부 브랜드와 상반되는 행보다. 예정대로 전시장 확충이 이뤄진다면, 지난해 판매량 기준 수입차 업계 1위 BMW(65곳) 대비 5곳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