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피알, 시총 6조원대 진입…LG생활건강 앞질러 LG생활건강, 중국 시장 소비 둔화에 해외 매출 '주춤' 국내 주요 K-뷰티 기업 2분기 실적 전망, 희비 교차
CI=LG생활건강
[빅데이터뉴스 최효경 기자] 한때 K-뷰티 열풍을 이끌며 국내 대표 화장품 회사로 불렸던 LG생활건강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최근 중국 시장의 소비 둔화로 인해 부진해진 화장품 사업 실적이 회사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평가다.
더불어 현재 국내 화장품 시장은 후발주자로 등장한 에이피알이 매서운 속도로 성장함에 따라 업계 판도가 뒤바뀌고 있는 상황. 오는 31일부터 순차적으로 예정된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2분기 실적 공개를 앞두고 업계 관계자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 LG생활건강, 상장 2년차 에이피알에 시총 밀려…5분의 1토막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상장 25년차 기업 LG생활건강의 시가총액이 상장 2년 차에 접어든 화장품 회사 에이피알에게 밀려났다. 에이피알은 지난해 3월 상장한 K-뷰티 기업으로, 최근 상장 1년 4개월만에 시총 6조원을 넘어서며 업계 신흥강자로 거듭났다.
LG생활건강의 시총은 불과 5년 전만 해도 25조원대에 육박했지만, 최근 몇 년간 부진한 실적을 지속하며 현재 시총은 5조원대에 불과하다.
LG생활건강이 국내 뷰티 업계에서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던 2021년 당시 뷰티 부문 매출은 4조 4414억원에 달했다. 이에 비해 지난해 LG생활건강의 뷰티 부문 매출은 2조 8506억원으로 35.8% 급감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무려 83.3% 줄었다.
직전 분기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올해 1분기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부문 매출은 7081억원, 영업이익 58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3.4%, 11.2% 감소했다.
LG생활건강의 실적과 시총이 함께 곤두박질치는 동안, 에이피알은 빠른 속도로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에이피알의 매출은 7228억원, 영업이익은 1227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8.0%, 17.7% 증가했다.
이어 지난 1분기 에이피알은 매출 2660억원, 영업이익 54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79%, 97% 신장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갱신했다. 특히 전체 매출에서 무려 71%를 차지하고 있는 해외 매출은 19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186% 급증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에이피알의 급성장으로 인해 K-뷰티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에이피알은 LG생활건강의 시총을 뛰어넘었을 뿐만 아니라 현재 국내 화장품 기업 중 시총 7조원대로 업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과의 격차도 1조원대까지 좁혔다.
◆ LG생활건강 뷰티 사업, 전체 매출 42% 차지…"중국 의존도 높아"
LG생활건강의 사업 부문은 화장품과 생활용품, 음료 등으로 구분됐다. 이 중 뷰티 부문 매출은 약 42%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부진한 뷰티 사업이 회사 전체 실적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LG생활건강의 화장품 사업이 몰락하고 있는 주요 원인으로 높은 중국 시장 의존도를 꼽는다. LG생활건강은 그간 면세점 등 오프라인 채널에서 '설화수', '더후' 등 자사 고가 브랜드를 앞세워 중국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었다.
현재 중국은 LG생활건강 해외 매출의 38%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애국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고 면세점에서 '큰손'으로 불리던 중국 보따리상들이 대거 감소함에 따라 해외 매출이 급감했다는 것.
더불어 최근 북미 시장이 주요 K-뷰티 수출 국가로 급부상한 데 비해 LG생활건강은 북미 시장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을 받는다. LG생활건강의 지난해 북미 매출은 5662억원으로 전년 대비 11.8% 감소했고, 전체 매출에서 북미 비중도 9.4%에서 8.3%로 줄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화장품 수출 규모는 약 55억달러(7조6214억원)로,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보다 14.8%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출액 기준 1위를 지키던 중국의 비중은 19.6%로 전년 대비 10.8% 감소한 반면 미국의 수출 비중은 18.5%로 무려 17.7% 증가했다.
◆ 국내 주요 화장품 기업, 2분기 실적 발표 임박…시장 전망 '희비'
한편 국내 주요 화장품 기업들은 오는 31일부터 순차적으로 2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LG생활건강은 오는 31일, 아모레퍼시픽 8월 1일, 에이피알 8월 6일 등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2분기 매출 추정치는 1조7418억원, 영업이익 1375억원으로 각각 지난해 동기 대비 1%, 13.3% 감소한 수치다. 아모레퍼시픽이 매출 1조 154억원, 영업이익 7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2%, 1660% 급증할 것으로 집계된 것과 상반된 전망이다.
중국 시장 수요가 둔화했음에도 아모레퍼시픽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예측되며 많은 이목이 쏠렸다. 이는 아모레퍼시픽이 최근 북미 시장에서 '라네즈' 브랜드 등을 앞세워 매출을 견인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북미 매출에서 전년 대비 83% 증가한 5246억원을 기록, 사상 처음으로 중국 매출을 넘어섰다.
업계 시총 2위에 올라선 에이피알 역시 높은 실적이 예상된다. 에프앤가이드는 2분기 에이피알 추청 매출은 2877억원, 영업이익 59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85%, 11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오린아 LS증권 애널리스트는 "LG생활건강의 2분기 매출은 1조7290억원, 영업이익은 12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 19.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1분기에 이어 면세점 매출 하락이 이어지고 있으며 중국 현지 사업 매출액의 회복 역시 지연되고 있어 수익성이 하락할 것으로 관측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