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뉴스 곽현철 기자] 11월 수도권의 아파트 공급 물량은 폭증했지만,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은 요원하기만 하다.
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레버리지를 일으킬 현금을 마련할 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직방 빅데이터랩에 따르면 11월 수도권 공급 물량은 전국 전체(3만6642가구)의 74%인 총 2만7031가구로 전월보다 약 9배 급증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2만437가구로 가장 많고, 인천 5364가구, 서울 1230가구다.
공급물량이 급증했음에도 실수요자들이 발만 동동 구르는 이유는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 때문이다.
정부는 10·15 부동산 대책에서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를 규제 대상(조정대상지역,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며 대출 한도와 거래 난이도를 높였다. 조정대상구역으로 지정되면 담보인정비율(LTV)은 70%에서 40%로 낮아지며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15억원 이하 6억원,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 주택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제한된다.
10·15 부동산 대책은 실거주를 희망했던 중산층의 청약 난이도를 대폭 높여 분양 시장을 '현금 부자'들의 잔치로 만들었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반포 래미안 트리니원(삼성물산 건설부문 시공)'의 분양가는 전용기준 59㎡가 20억600만~21억3100만원, 84㎡는 26억8400만~27억4900만원이다. 정부의 대출 규제를 감안하면 국민평형 기준 최소 25억원의 현금이 필요하다.
수도권도 혼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힐스테이트 광명11(예명, 현대건설 시공)'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힐스테이트 광명11은 경기 광명시에 총 4291가구 규모로 들어서는 대단지다. 광명시는 이번 대책에서 조정대상구역으로 지정됐다. 예상 분양가(전용 59㎡ 12억원, 74㎡ 14억원)를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현금 요구량이 최소 2배 늘어났다. 대단지는 실수요자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향후 입주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규제를 비난 일부 지역·단지는 '풍선 효과'로 인해 가격이 치솟는 중이다.
성남 분당구에 있는 '더샵 분당 티에르원(포스코이앤씨 시공)'은 본래 규제를 받아야 했으나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전에 분양 신청을 받아 비규제단지로 분류됐다. 4일 부동산 업체에 따르면 더샵 분당티에르원의 분양가는 전용 면적 84㎡ 26억8400만원을 기록하며 분당 내 국평 신고가를 갱신했다.
높아진 대출 문턱에 실수요자들은 김포·파주 등 규제를 받지 않는 수도권 외곽으로 발길을 옮기는 모양새다.
김포시 풍무지구에 위치한 '김포 풍무 호반써밋(호반그룹 시공)'은 지난 28일 1순위 청약을 실시해 최고 경쟁률 14대 1을 기록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다음날 문을 연 견본주택에는 나흘간 2만5000여명의 인파가 몰리며 과열 조짐을 예고했다.
파주시 운정신도시에 위치한 '운정 아이파크 시티(HDC현대산업개발 시공)'는 지난 31일 견본주택 개장 이후 사흘간 2만3000여명이 방문했다. 단지 인근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선이 지나가는 데다 규제 대상이 아님을 확인한 실수요자들이 관심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전날인 4일 현재 1순위 청약을 진행 중이며 5일 2순위 청약을 시행한다.
직방 빅데이터랩에 따르면 "규제 지역 확대와 대출 제한 강화로 청약 문턱이 높아지면서 자금 여력이 있는 수요자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며 "자금 부담이 큰 수요자들은 가격대·면적 등을 조정한 대체 선택지로 이동해 수요와 공급 모두가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현 부동산 시장을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