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창사 이래 유례없는 경영 위기 국면에서 이사회 결정을 앞두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대표이사 공백과 그 과정에서 드러난 지배구조 논란 속에서, 이번 이사회는 단순한 인선 절차를 넘어 현 이사회가 스스로에 대한 책임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정리할 것인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국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빅데이터뉴스 조재훈 기자] KT 이사회가 사외이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연임 여부를 검토하면서 경영 공백 책임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KT 이사회는 김용헌 의장을 포함해 김성철·최양희·곽우영·윤종수·안영균·이승훈 등 7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12월 조승아 전 이사가 겸직 논란으로 사퇴한 데 이어, 안영균·윤종수·최양희 이사의 임기가 만료되면서 이사회는 동시에 다수의 공석과 거취 문제를 안고 있다.
이사회 내부에서는 기류가 엇갈린다. 일부 이사들은 대표이사 공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사회 구성까지 급격히 바뀔 경우 경영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임기 만료 사외이사들의 연임을 포함한 체제 유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경영 안정성과 연속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 대표이사 선임 이후 이사회가 충분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누적된 상황에서, 동일한 이사진의 연임은 책임 회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사회가 일정 부분 책임을 인정하는 차원에서 임기 만료 사외이사들의 퇴진을 수용하고, 새로운 이사진 구성으로 국면 전환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안팎에서 제기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 연임 여부는 단순한 인사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며 "현 이사회가 스스로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고, 향후 대표이사 선임 절차와 지배구조 개편 논의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사회가 연속성을 택하든 변화를 선택하든, 그 결정 자체가 시장과 내부 구성원에게 명확한 메시지로 전달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노동조합의 압박도 거세다. KT 노동조합은 현 이사회가 경영 공백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일부 사외이사 교체나 제한적인 인적 조정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이사회를 실질적인 사용자로 규정하고 있으며 근본적인 변화가 없을 경우 경영 정상화 역시 어렵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의 시선도 이사회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기업 지배구조와 이사회 책임을 둘러싼 문제 제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사외이사 연임 여부에 따라 주주권 행사 강화 가능성도 거론된다. 내부 구성원과 외부 주주의 압박이 동시에 가해지는 상황에서 이사회의 선택 폭이 점차 좁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또다른 재계 관계자는 “대표이사 선임 이후 이사회가 보여준 판단 과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 여전히 많다”며 “사외이사 연임 여부는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니라, 현 이사회가 책임 논란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기준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