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뉴스 장소영 기자] 삼성SDI가 전기차 배터리 업황 침체 속에서 미래 기술력 확보를 통한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전기차 캐즘 장기화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비롯해 로봇·방산 등 신시장 배터리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 배터리 부문은 지난해 매출 12조3841억원, 영업손실 1조851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은 21.1% 감소했고 영업손익은 적자로 전환됐다. 전기차용 배터리 판매 부진과 ESS 관세 부담이 겹치며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 중심 사업 구조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중장기 기술 경쟁력 강화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다. 최주선 삼성SDI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올해는 재도약의 원년이 되어야 한다”며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밝혔다.
최 사장은 앞선 2024년 신년사에서도 “결국 정답은 ‘기술’이라는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우리 모두가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맞닥뜨린 상황은 간단치 않지만 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슈퍼사이클을 향해 한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머지않아 가슴 벅찬 미래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같은 기조 아래 삼성SDI는 로봇용 배터리 시장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삼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로봇 전용 배터리 개발에 착수했다. 현대차의 배달 로봇 ‘달이’와 로봇 플랫폼 ‘모베드’에는 삼성SDI의 삼원계 원통형 배터리가 적용됐다.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도 핵심 전략으로 꼽힌다. 삼성SDI는 2027년을 목표로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추진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안정성과 에너지 밀도가 높아 휴머노이드 로봇, 차세대 이동체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에서는 향후 현대차그룹의 휴머노이드 로봇에 삼성SDI 배터리가 적용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최 회장은 현대차와의 협력 확대와 관련해선 “전기차 협력을 지속하는 과정에서 로봇 분야까지 협력이 확장됐다”며 “앞으로도 협업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SS 부문에서도 미국 현지 생산을 앞세워 실적 반등을 노린다. 삼성SDI는 미국 내에서 유일한 비(非)중국계 각형 배터리 제조사로 평가받으며 현지 시장 공략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삼성SDI는 최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ESS 매출이 전년 대비 약 50%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실제로 삼성SDI는 북미 인디애나에 위치한 스타플러스에너지(SPE) 1공장 내 4개 생산 라인 중 3개를 ESS용으로 전환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삼원계(NCA) 기반 ESS 배터리 라인 1기가 가동을 시작했으며, 올해 4분기부터는 리튬인산철(LFP) 기반 ESS 라인도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글로벌 수주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SDI 아메리카는 지난해 12월 미국 현지 에너지 인프라 개발·운영 업체와 2조원 규모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1월에도 추가 공급 계약을 맺으며 북미 ESS 시장에서 수주를 확대하고 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북미 ESS의 올해 생산능력(CAPA) 전망은 당초 약 20GWh에서 약 30GWh로 상향됐다”며 “내년 양산 준비 중인 전고체 전지의 로봇용 적용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기대감이 확대되고 있고, 배터리백업유닛(BBU) 성장으로 소형전지 부문 턴어라운드도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