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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랑 속 철강업계, 향후 10년 변화에 유동적 대응해야”

2026-03-16 11:26:11

POSRI 보고서, 2015~2015년 중국 철강산업 예측 실패
지정학적 갈등, 기후 변화, 기술 패권 교차하는 복잡계 시장
수요-공급 예측 의존 말고 상황 따라 변화한 전술 필요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4고로 전경. 사진= 포스코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4고로 전경. 사진= 포스코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철강산업의 시장 변동성이 앞으로 10년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유연성을 갖고 대응하는 생존 전술을 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최근 펴낸 ‘격동의 철강, 10년 前과 10년 後’ 보고서를 통해 철강산업은 더 이상 단순한 ‘수요-공급’의 경제 논리가 아닌 지정학적 갈등, 기후 변화, 기술 패권이 교차하는 ‘복잡계(Complex System)’로 진입해 단일한 수급 예측에만 의존하는 선형적 계획 수립은 유효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향후 미래 전략 수립 시에도 흔들림 없는 ‘중심축 전략(Anchor Strategy)’과 유연한 ‘기동적 전술(Agile Tactics)’을 구분해 전략적 일관성과 유연성 간 균형을 잡아가며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심축 전략은 중국의 공급과잉(Overflow) 상시화, 각국 보호주의 고착화 등 산업 패러다임 레벨의 변화에 상응한 중장기 목표를 염두에 두고, 자원 배분의 우선순위를 최상위로 유지하여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동적 전술은 저탄소 시장 개화 시점, 수소 및 재생 에너지 인프라 구축 등 시장 및 정책 환경 변수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이에 맞춰 투자 수위와 속도를 맞춰가며 대응해 가는 전술적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부각했다.

결국, 각 기업이 나아가고자 하는 전략의 뼈대는 유지하되 이를 구현하는 전술적인 면에선 지역과 환경 등에 맞춰 제품의 종류와 질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것이 정답이라는 공식은 성립이 안 되는 시장 상황이 되었으니, 때에 맞춘 해답을 찾아가는 묘를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산에 밀린다는 이유로 무조건 고부가가치 철강재 생산‧판매 위주로 전환하는 것보다는 범용 철강재를 생산하는 해외 철강사를 인수‧합병(M&A)해 현지 수요 수준에 맞춘 철강 제품을 판매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이러한 예측은 철강업계가 지난 10년 전 그렸던 미래 전망이 완전히 어긋난 데서 비롯됐다. 특히, 중국의 거대화를 낙관적으로 바라본 게 화근이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매켄지(McKinsey) 등은 2015년 통계를 바탕으로 ‘경착륙’ 시나리오하에서 2025년경 중국의 철강 수요가 6억t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으나, 실제 2023~'204년 중국의 철강 수요와 생산은 여전히 9억~10억t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예측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의 공급 측 개혁에 대한 과대평가’였다. 중국 정부가 환경 규제와 구조조정을 통해 노후 설비를 폐쇄하고 생산량을 감축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치환(Replacement) 정책을 통해 노후 설비를 최신 대형 설비로 교체하면서 오히려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또한, 지방 정부는 지역 경제 붕괴를 막기 위해 철강 공장 가동을 지원하면서 요히려 생산이 늘었다.
다음으로 부동산 섹터의 구조적 위기가 2021년 헝다 사태 직전까지 지연되었고, 중국 정부는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해 막대한 인프라 투자를 지속하면서 철강 수요도 이어졌다.

2015년에는 예측하지 못했던 전기차(EV),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인프라용 철강 수요가 폭증했으며, 중국 정부가 ‘중국제조 2025’ 전략을 통해 기계, 조선, 가전 등 제조업 기반을 강화하면서, 이는 판재류 중심의 견조한 철강재 수요를 창출했다.

2015년 전문가들은 중국의 구조조정(공급 측 개혁)이 성공해 글로벌 공급과잉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2025년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글로벌 잉여 생산능력이 2027년까지 7억2100만t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철강사들은 내수 부진을 감산이 아닌 수출로 해결하고 있다. 2024년 중국의 철강 수출은 1억1800만t을 기록하며 2015년 수준(약 1억1000만t)을 넘어 역사적 고점(高點)을 경신했다.

또한 OECD 국가의 10배에 달하는 중국 정부의 철강사 보조금이 한계기업의 퇴출을 막고, 좀비 기업들이 생산을 지속하게 만드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본토의 설비 증설이 규제되자, 중국 자본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지역으로 우회하여 설비를 확장하고 있다.

맥킨지 등은 인도의 부상과 한국, 일본,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의 정체 또는 둔화는 정확히 예측했음에도 중국에 대한 영향력을 전혀 대비하지 못해 전망은 신뢰성을 상실했다.

여기에 무역의 정치화와 탄소 장벽 예측하지 못한 변수의 영향력도 컸다. 10년 전에는 기후 변화가 ‘환경 규제’의 영역이었다면, 현재는 ‘무역 전쟁’의 도구로 변모했다. 2026년부터 시행되는 EU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는 철강 무역의 패러다임을 ‘가격 경쟁’에서 ‘탄소 경쟁’으로 전환했다.

2018년 트럼프 1기부터 도입된 철강 관세는 바이든 행정부를 거쳐 2025년 2기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더욱 강화되면서 자유무역에서 보호무역으로 철강 교역 패러다임을 전면 교체했다.

따라서 보고서는 지난 10년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앞으로의 10년 예측(2026~2035년)도 거시적인 흐름이나 방향성에는 동의하되, 구체적인 시점이나 수치에 대한 해석에 있어서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10년 후 거의 확실할 것으로 보이는 전망으로 ▲중국 철강 수요의 구조적 감소와 저점 통과 ▲인도와 동남아의 수요 성장주도 ▲보호무역주의 강화 및 시장의 지역화(Regionalization)를 꼽았다.

불확실성이 높을 것으로 보이는 전망으로는 저탄소 기술 프로젝트의 실제 가동 및 도입 속도가 기대보다 늦춰질 것으로 내다봤다. 높은 자본 지출과 운영 비용, 그린 프리미엄(친환경 제품 할증)에 대한 고객의 낮은 지불 의사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상존한다.

미국 내 수소 기반(H2-DRI) 철강 생산의 낮은 경제성도 확산을 저해할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 등 세액 공제 혜택이 연장되지 않는다면 높은 생산 단가가 유지될 수소 기반 철강의 상업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시장 가격 상승으로 철스크랩 수거 시스템에 대한 투자가 가속화되고, 저품위 철광석의 고품위 펠릿 업그레이드 기술 혁신이나 대체 원료(업사이클링 철스크랩 등) 활용이 촉진되어 철스크랩 및 직접환원철(DR) 등급 펠릿의 수급 불균형은 시장 자정 작용에 의해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채명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cm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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