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가운데)이 온산제련소를 방문해 생산한 아연괴를 살펴보며 직원들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고려아연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24일 고려아연 주주총회를 일주일여 앞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개인투자 기업에 회사 자금이 투입됐다는 논란을 두고 성명서와 입장문을 주고 받으며 충돌했다.
◆MBK·영풍 “최윤범 개인 투자 뒤 고려아연 자금 1000억 투입”
MBK·영풍은 17일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의 개인 투자 이후 고려아연 회사 자금이 뒤따라 투입되는 투자 구조가 반복적으로 확인되면서 자본시장에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 회장은 개인 투자조합을 통해 2019년부터 2021년 사이 엔터테인먼트 기업 4곳에 약 320억 원을 먼저 투자했다. 이후 고려아연이 주요 출자자로 참여한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를 통해 동일 기업들에 약 800억원의 회사 자금이 후속 투자된 것으로 알려졌다.
MBK·영풍은 “개인 투자 이후 회사 자금이 뒤따라 투입되는 이러한 구조는 전형적인 이해상충 구조다. 결과적으로 개인 투자 가치 상승과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익편취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자금 흐름이 단발성 사례가 아니라고 했다.
MBK·영풍은 “과거 청호컴넷 투자 사례에서도 동일한 구조가 확인된다. 최 회장은 개인 투자조합을 통해 청호컴넷 지분을 취득한 이후 고려아연 자금 200억 원이 청호컴넷의 자회사 매각 과정에서 청호컴넷으로 흘러들어간 사실이 공시를 통해 확인되었다”며, “이후 청호컴넷 주가 상승 과정에서 최 회장은 보유 지분을 매각해 10억 원에 가까운 규모의 차익을 실현했다. 결과적으로 회사 자금이 투입되는 과정에서 개인 투자 이익이 실현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엔터테인먼트 기업 투자 약 800억 원과 청호컴넷 관련 투자 약 200억 원을 합치면 고려아연 자금 1000억 원 이상이 최 회장의 개인 투자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구조 속에서 활용된 것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문이 제기된다”고 설명했다.
MBK·영풍은 “상장회사 경영진이 개인적으로 투자한 기업에 회사 자금이 뒤따라 투입되는 구조는 그 자체로 심각한 이해상충을 내포한다. 이번 사례는 통상적인 투자 판단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자금 흐름이며, 회사 자금이 최 회장 개인의 이해관계 속에서 활용됐다는 중대한 지배구조 문제를 드러냈다”고도 했다.
이어 “더욱 심각한 점은 이러한 구조가 반복적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상장사인 고려아연 자금 운용의 공정성과 독립성이 근본적으로 훼손됐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더구나 투자 대상 기업 상당수가 고려아연의 본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며 상당수 기업이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회사 자금이 최 회장 개인의 관심사와 이해관계에 따라 유용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더욱 키우고 있다”고 부연했다.
MBK·영풍은 “이 모든 것은 상장회사 지배구조와 주주가치 보호 원칙을 훼손하는 중대한 사안”이라면서, “최 회장은 고려아연의 소유자가 아니다. 단지 그 경영을 위임받은 경영 대리인에 불과하다. 경영진에게 부여된 권한은 회사와 모든 주주의 이익을 위해 행사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최 회장 개인 투자와 이해관계가 얽힌 거래에서 회사 자금이 반복적으로 활용된 정황이 나타났다면 이는 경영 책임의 관점에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까지 최 회장은 이러한 자금 흐름과 투자에 대해 주주와 시장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설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최 회장은 더 이상 모호한 해명으로 이 사안을 넘어갈 수 없다”며, “이번 사안은 단순한 투자 논란을 넘어 상장회사 자금 사용과 지배구조의 적정성에 관한 문제다. 금융당국의 감리 절차와 관련 조사 절차를 통해 관련 사실관계가 철저히 규명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아연 “적대적M&A 위한 사실 왜곡과 호도, 법적조치”
이에 대해 고려아연도 이날 입장문을 배포해 “제대로 된 사실 확인 없이 왜곡과 호도에 기반해 일방적인 주장을 하고 있는 투기자본 MBK와 영풍의 마타도어 및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하며 이에 대한 민형사상 법적조치에 나설 예정이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회사는 재무적 투자 목적으로 회사의 여유 자금을 펀드 등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있다. 모든 투자 결정과 출자는 관련 법령과 회사 내부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하고 있다”면서, “다른 상장사와 마찬가지로 여러 펀드에 출자한 LP(출자자)로, 펀드의 구체적인 투자 계획 수립과 투자 집행은 GP인 운용사가 주도하며 독립적으로 출자금을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적대적M&A 시도에만 눈이 먼 MBK·영풍 측은 자신들이 내세운 거버넌스 개선이라는 명분과 전혀 다른 불법 행태를 이어오고 있다는 의혹이 최근 많은 언론 보도를 통해 지적되고 있다”며, “MBK·영풍 측은 최근 의결권 위임 권유 과정에서 고려아연 직원을 사칭하며, 주주들의 정상적인 의결권 행사를 방해하는 등 표심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다는 논란에 휩싸였으며, 이에 대한 수사기관의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거버넌스 개선을 외치면서 정작 개정 상법에 따른 감사위원 분리선임 요건 충족을 위한 정관 변경 안건을 반대하는 등 자신들의 유불리에 따라 고무줄 잣대와 말 바꾸기를 이어가고 있다”고 부연했다.
고려아연은 “더 큰 문제는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거버넌스가 심각한 비판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내로남불’의 전형”이라면서 “MBK가 차입매수를 통해 인수하고 운영해온 홈플러스는 청산 위기에 놓이며, 노동자들의 실직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또한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큰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이에 대한 정치권과 노동계, 시민사회단체들의 비판이 거세다”고 했다.
이어 “영풍도 환경오염 리스크 등으로 적자가 확대되며 주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배당 정책 등을 둘러싸고 주주들 사이에서도 불만과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비판했다.
고려아연은 “MBK와 영풍 모두 심각한 거버넌스 문제를 일으키며, 특히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 과정에서도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보다는 단기적인 이해득실만을 따지며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면서, “MBK·영풍은 더 이상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직 적대적 M&A를 위해 말 바꾸기와 여론 호도, 마타도어를 일삼는 ‘꾼’의 행태를 버리고 우리 사회에 건전하게 기여하는 정상화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사회적 분위기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글로벌 국가간 공급망 협력의 핵심 축을 담당하는 전략광물 공급망 중추 기업으로서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한미 공급망 협력과 경제안보에 기여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면서, “중요한 사회적 책무를 이행해야 할 고려아연이 투기자본의 놀이터와 환경오염 논란 등 사회적 지탄을 받는 기업에 의해 망가지지 않도록 경영진과 근로자 모두가 합심해 반드시 적대적M&A 시도를 막아낼 것이다. 또한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경영 성과를 지속적으로 달성해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