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이 말하는 한국의 중공업 정책 ④-끝 나라가 산업 발전시키는 이유는 국가안전보장 위해 안전보장은 정치, 사회, 산업, 문화 이전의 문제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1978년 울산 현대조선 조선소 1도크를 배경으로 촬여을 하고 있다. 사진=HD현대중공업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국제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최소한 10만 대는 생산을 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 자동차 공업이 좋은 국내시장에서 비싼 값을 받아가면서 10만 대를 팔려고 한다면 그것은 백년하청일 것입니다. 세계시장을 상대로 10만 대 규모의 자동차 공장을 차려서 대담하게 세계시장에 도전할 수 있느냐가 바로 자동차 공업 발전의 핵심적인 열쇠인 것입니다. 그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확신합니다.
제가 저희 얘기를 하는 것 같아서 안됐지만 오늘날 <조선공사>나 <현대조선>이 세계시장을 상대로 배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 배의 질이 세계시장에서 뒤떨어져 있을 것 같으면 한국에 배를 주문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또한 세계시장 가격보다 비싸도 한국에 와서 배를 살 사람은 없습니다. 지금 우리는 일천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가격과 질의 양면에서 세계와 훌륭하게 경쟁하며 배를 팔고 있습니다. 지동차라고 그렇게 못하라는 법은 없는 것입니다 우리 조선업계가 세계시장을 상대로 3억 불 내지 5억 불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는 데 비해 자동차업계는 국가에서 보호해주는 정책 밑에서 국내 시장만을 상대로 그 조그만 이익을 향유하느라고 오늘날 너무 오래 잠을 자고 있습니다.
자동차 업계도 조선 업계와 마찬가지로 해외를 상대로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것은 한 2년 전에 일본의 <동양공업>이 한국에 자동차 공장을 세우고 10만 대를 만들어 일본을 위시해서 세계 각국에 팔아보겠다고 우리 정부에 신청한 사실로만 보아도 충분히 증명됩니다.
일본 사람들은 한국에서 한국의 기능공들을 데리고 10만 대를 국제가격으로 만들 수 있는데 한국 사라이 한국 노동자를 쓰면서는 만들지 못한다면 이상하지 않습니까? 현재 우리가 취약한 것은 관리 기술면입니다. 우리도 선진 자동차 공업국인 미국, 영국, 구라파에서 일본보다 손색이 없는 품질을 생산해낼 수 있는 기술자 10명 정도만 데리고 온다면 완전무결하게 국제시장에 경쟁력있는 제품을 낼 수 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저희 조선소도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우리가 외국인 기술자들 10여 명을 2년 계약으로 불러다가 각 위치에 배치해 가지고 우리의 미비점과 경험이 부족한 점을 보완했습니다. 그 결과 현쟈에 와서는 완전무결하게 국제 규격에 맞는 질로 만들어 내는 데까지 도달했습니다.
자동차 공업은 현 정부가 들어선 후에 장기적으로 많이 육성했고 현재에는 약 70% 가량 국산부속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장 어렵다고 생각되던 부품까지도 직접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 부품이 국제시장의 자동차들보다 질이 떨어져서 말썽을 일으킨 예는 한 번도 없습니다. 그래서 모든 것이 충분이 가능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현 시점에서 우리가 중공업이나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와 여건이 비슷한 일본경제를 모방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이 오늘날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것은 원자재가 생산되지는 않지만 세계시장에서 한 품종에 고가로 수출할 수 있는 공업이 무엇인가에 착안해서 조선과 자동차 공업을 일으킨 데 있는 것입니다.
현재 일본의 수출품 중에서 대종을 이루는 것은 선박과 자동차입니다. 작년의 경우 일본은 세계시장에 총 2백61만 대의 자동차를 수출해서 62억 불에 달하는 금액을 벌어 들였습니다. 또한 그 판매선을 보더라도 자동차 대국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미국이 99만5000대를 수입해 갔고, 그밖에 호주, 캐나다, 영국, 남아프리카에서 수입해 갔으며, 최근에는 오일쇼크 이후 막대한 부를 누리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6만5000대나 사갔습니다.
일본이 자동차 수출을 시작한 것이 10년 전후밖에 안 되며 또 이를 제작하기 시작한 것도 2차 대전 중에 시제품이 나왔으므로 20년 전후입니다. 불과 20년의 역사를 가진 이들이 어떻게 261만 대를 세계시장에 수출하고 62억 불을 벌어들였나 하는 것을 우리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한국 자동차 업계가 일본을 모방한다면 일본이 딴 나라를 모방한 것처럼 그렇게 많은 시간이 절대로 필요 없습니다.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빨리 발전한 나라를 목표로 하여 자료를 수집하고 또 한걸음 앞서서 모든 것을 계획한다면 일본이 20년에 이룩한 것을 우리는 5년에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한국의 자동차 공업은 세계시장을 상대로 하지 않고는 도저히 발전할 수 없고 국제적인 가격으로 국민에게 자동차를 공급할 수도 없습니다. 국내를 목표로 하면 생산량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자동차 가격을 도저히 떨어뜨릴 수 없고 따라서 경쟁력도 높일 수가 없습니다. 급진적인 발전을 기대하려면 처음부터 국제시장을 목표로 해 나가야만 합니다.
<현대자동차>에서 디젤엔진과 가솔린엔진을 만들고 있는데 디젤엔진은 제작과 동시에 영국시장에 팔기로 약속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 나라가 기술을 제휴해 주었고 기술자도 보내주고 있습니다. 금년 말에는 시제품을 내고 내년 초부터는 국내에서 쓰면서 모든 결함을 보완해 가지고 후년부터는 세계시장에 몇 만대 목표로 수출을 시작해서 3년 내에 10만 대를 세계시장에서 소화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말로는 쉽지만 그것을 해나가는 데에는 많은 애로가 뒤따를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문제없이 극복해 나갈 것으로 믿습니다.
지금까지 한국 중공업의 현주소를 포괄적으로 말씀드렸습니다만 1980년대의 한국 중공업은 2000만t이 생산되는 제철공업을 가진 산업으로하여 모든 분야에서 획기적으로 발전할 것이며 우리나라를 국제 공산품 시장에서 최강의 공업국가들 중의 하나로 끌어 올릴 것이라고 저는 굳게 믿고 있습니다. 보유 자원이 없으면서도 경제재 국을 이룩한 일본의 공업경제는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집념을 고무해 줄 수 있는 실증적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중공업은 우리의 국방산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저는 한 나라가 산업을 발전시키는 목적은 우선 첫째로는 국가안전보장을 위해 경비와 장비를 조달하자는 데 있고 다음으로는 국민생활의 안정을 위하여 사회보장제도를 확립하기 위한 제반 경비를 염출하고, 그 안정이 이룩되면 보다 나은 문화를 창달하고 좀 더 격조 높은 소비생활을 영위하려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같은 국가의 목표를 살펴볼 때도 중공업 분야의 발전은 필수불가결하다고 생각합니다. 중공업 분야의 발전은 국가안전보장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안보 문제나 국방 문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제가 보는 관점에서 안전보장이란 정치, 사회, 산업, 문화 이전의 문제라고 느끼고 있으며 그러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대국인 미국을 보면 이 사실을 더욱 실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들은 지리적으로 대서양, 태평양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막대한 국력과 막강한 국방력을 가지고 있어서 감히 아무도 침공해 올 수 없는 위치에 있지만 그들은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를 머지않아 태평양을 건너서 자기네 안전을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측면에서 판단하여 기민하게 대처해 가고 있습니다.
그들은 한국 전쟁 때에도 많은 청장년을 보내 목숨을 바쳐가면서 자유수호에 앞장을 섰습니다. 그들이 한국 전쟁을 한국만의 문제라고 생각했다면 절도 그같은 희생을 치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먼훗날 그것은 여러 측면에서 자기네의 안전보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점을 가졌기 때문에 그같은 희생을 감수했을 것입니다.
하물며 지리적인 위치로 보나 국력으로 보나 훨씬 더 위험한 처지에 있는 우리가 안보에 대한 관념을 투철하게 가지지 못한다면 크나큰 불행을 자초하고 말 것이란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 산업화의 길은 이 나라를 강대국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중화학 공업의 길과 일치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저는 중공업을 위주로 산업을 발전시키면서 국가의 안전이 확고하게 보장되면 우리가 목표로 하는 100억 불 수출, 1000불 소득은 1980년대가 시작되기 전에 이룩되고, 1983년 전후가 되면 200억 불 수출, 2000불 소득도 충분히 이룰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국민들은 노력하면 어떤 일이고 해낼 수 있다는 신념에 가득차있기 때문에 이같은 활기차고 치열한 분위기가 식지 않도록 잘 이끌기만 한다면 우리는 머지않아 부와 강을 겸비한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갈 수 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