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重, 선수·선미 따로 건조해 결합하는 ‘반선(半船) 건조공법’ 성공 삼성重 이미 2007년 세계 최초 ‘테라블록’ 개발해 같은 공법으로 건조 뒤늦은 ‘최초 성공’ 알리기에 업계 “의도가 궁금” 반응 삼성重, HSG성동조선과 2021년부터 테라블록 협력, 전선(全船) 건조로 확장 현대重 중소 협력사와의 상생협력 횔동도 삼성重에 뒤처져 따라가는 상황
HSG성동조선 통영 조선소에서 2022년 8월5일 삼성중공업으로부터 수주해 제작한 컨테이너 운반선 테라블록(반선)을 배경으로 인도식을 개최하고 있다. 사진= 통영시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삼성중공업이 20년 전 개발하고 상용화해서 더 이상 신기술이라고 보지 않는 건조 공법을 HD현대중공업이 최근 성공했다고 알려 의도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2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지난 7일 각각 다른 조선소에서 제작한 선체 선수와 선미를 이어 붙이는 새로운 협업 방식인 ‘반선(半船) 건조 프로젝트’ 시도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조선소 한 곳에서 선박 전체를 만드는 게 기본 공정(全船·전선)이지만, 반선은 선박을 앞뒤로 나눠 만들고 결합도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두 개를 다른 조선소에서 건조해서 한 조 곳에서 조립하는 것이다.
이러면 공간이 한정된 도크 활용도를 극대화하고, 외부 협력사에 맡겨서 건조하므로 상생효과를 얻을 수 있으면서 인력과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또 가장 중요한 점은 건조시간을 단축해 선주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HD현대중공업은 이번 반선 프로젝트를 위해 2025년 3월 전담팀(TF)을 구성하고 15만7000DWT(재화중량톤수)급 원유 운반선을 이 방식으로 건조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엔진룸이 포함된 핵심 구역인 선미부는 울산에서 만들고,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진 않지만 부피가 크고 인력 투입이 많은 선수부는 HSG성동조선에 맡겼다. 4월 6일 통영에서 건조한 선수부를 울산으로 옮겨와 선미부와 결합하는 ‘랑데부 작업’을 완료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처음 시도한 협업형 건조 모델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며 “더 유연한 생산 체계를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도크에서 2026년 4월6일 울산 조선소에서 건조한 15만7000DWT급 원유 운반선 선미부에 회사가 발주해 HSG성동조선 통영 조선소에서 제작해 인도받은 선수부를 결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HD현대중공업
이날 언론 보도를 보면 반선 프로젝트를 HD현대중공업만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부 언론은 이번 랑데부 작업을 “HD현대중공업이 처음으로 시도하는 작업 방식”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반선 프로젝트는 2007년에 삼성중공업이 상용화했고, 지금은 일상적인 건조에 활용하고 있는 공법이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2007년 9월 12일 블록 2개로 ‘초대형 선박’을 만들었다며, 세계 최초로 ‘테라 블록공법’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테라블록이 있었기에 반선 건조가 가능했다.
배를 집에 비유한다면 선박들로는 벽돌에 해당한다. 벽돌을 쌓아 집을 짓듯 각 부위를 이루는 선박 블록을 따로 제작해 용접해 붙이면 초대형 선박이 만들어진다. 초대형 선박은 보통 수십 개의 선박 블록으로 이뤄지는데, 조선사들은 블록 개수를 줄여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큰 블록을 육상에서 만들면 작업 효율도 좋고, 이들을 도크로 옮겨 용접할 때 개수가 적을수록 제작 기간도 단축되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이러한 선박들로 대형화를 주도했다. 2001년 선박 블록을 10여 개로 대형화해 선박을 만드는 ‘메가(mega·100만 배) 공법’을 시작했고, 5개로 만드는 ‘기가(giga·10억 배) 공법’을 거쳐 2개로 줄이는 ‘테라 공법’을 선보였다.
삼성중공업은 이날 중국 산둥(山東)성 롱청(榮成)시에서 테라블록 공법을 본격 적용하는 블록 생산 기지 가동식을 갖고 선박의 절반에 해당하는 길이 150m, 무게 1만t 규모의 초대형 블록(화물 적재 부분)을 중국 육상 공장에서 만든 뒤 거제조선소로 옮겨 선박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연간 초대형 선박 10여 척을 추가 건조할 수 있고, 바지선에 블록을 실어 운반하는 게 아니라 블록 자체를 해상에 띄워 예인함으로써 작업량 및 운송 시간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부연했다.
결국, HD현대중공업이 말하는 반선 프로젝트는 테라블록 건조의 또 다른 표현이다. 삼성중공업이 메가블록, 기가블록, 테라블록을 연이어 개발한 이유는 거제조선소의 한정된 도크 공간에선 밀려드는 주문을 모두 소화해 건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테라블록을 만들었고, 중국에 테라블록 공장을 가동했다.
HD현대중공업이 말하는 협업 건조 모델도 삼성중공업은 이미 시행 중이다. 2020년부터 조선 부흥기가 돌아왔고, 주문량이 늘면서 삼성중공업은 테라블록 건조 방식은 비교 우위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여기에 삼성중공업은 블록 제작을 의뢰하며 협력관계를 이어오던 HSG성동조선에 2021년 테라블록 건조를 발주했다. HSG성동조선은 성공적으로 테라블록을 건조해 삼성중공업에 인도했고,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선 반선 건조를 이미 성공했다. 삼성중공업이 이를 알리지 않은 이유는 테라블록 건조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HD현대중공업이 반선 프로젝트 파트너사가 삼성중공업과 먼저 협력관계를 진행하고 있는 HSG성동조선이라는 점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HD현대중공업은 이미 삼성중공업에 납품 경험이 있고, 지금도 반선을 건조하고 있어 믿을 수 있는 HS성동조선에게 반선 건조를 의뢰했다. 세부적으로 따지면 삼성중공업과 차이가 있다고 할 순 있으나, 어쨌건 HD현대중공업이 처음 시도해 성공했다는 것은 회사 기준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중견·중소 조산사와의 상생도 HD현대중공업은 삼성중공업에 뒤처진 모습이다. 삼성중공업은 반선 건조 협력을 진화시켜 HSG성동조선에 선박 전체 건조를 맡기는 조선 부문의 ‘주문지상표부착(OEM)’ 건조에 들어갔다.
HD현대중공업은 중형 선박을 건조하던 HD현대미포를 흡수 합병했다. 그리고 군산조선소를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에 매각했다. 이에 따라 기존 중형 선박 건조 역량이 상당히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주인이 바뀐 군산조선소에 블록 제작을 맡긴다는 방침인데, 사업 협력의 범위를 반선이나 전선 건조 등으로 진화시키려면 조업 역량을 키울 때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HD현대그룹은 세계화 전략에 따라 베트남과 필리핀, 인도와 미국 등 해외 조선소에 투자하거나 건조 노하우를 전수하는 컨설팅 사업을 확대해 현지에서의 건조 능력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사업이 성장할수록 한국 조선소를 가져오는 물량은 줄어들 수 있으므로 삼성중공업에 버금가는 상생협력 역량을 갖추긴 쉽지 않아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해 HD현대중공업 측은 “과거 조선 호황기 물량이 늘어났을 때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여러가지를 시도했던 것처럼 지금도 그런 방식들이 다시 사용되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