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CNS 내부거래 47.1%로 최저…삼성SDS도 감소세 포스코DX·현대오토에버는 96%대 유지…전년 대비 상승 AX 전환VS그룹 신사업 전념 영향...과제는 '홀로서기'
미국 조지아주의 데이터센터. 사진=연합뉴스
[빅데이터뉴스 김유승 기자] 국내 시스템통합(SI) 대기업들의 '그룹 울타리' 의존도를 두고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철저한 체질 개선을 통해 내부거래 비중을 절반 이하로 떨어뜨리며 자생력을 증명한 기업이 있는 반면, 일부 기업은 오히려 관련 수치를 늘리며 계열사 일감에 안주하는 모양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 SI 계열사의 과도한 내부거래를 주시하며 압박을 지속하고 있어 업계 내 희비가 교차할 전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SI 사업은 기업 내 전산 시스템을 기획·개발·구축해 운영하는 구조로 짜여 있어 태생적으로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는 지적을 받는다.
실제로 공정위가 발표한 '2025년 공시대상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을 보면 컴퓨터 프로그래밍 및 SI 업종은 내부거래 비중이 60%에서 63%를 기록하며 최근 5년간 지속적으로 1~2위를 다투고 있다. 당시 공정위는 "SI 업종은 수년째 내부거래 비중과 금액 모두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며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할 분야"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형 SI '빅3' 중 삼성SDS와 LG CNS는 내부거래 비중을 줄여나가며 전향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LG CNS는 올해 1분기 전체 매출 1조 3149억원 중 내부거래 비중을 47.1%까지 낮췄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2% 감소한 수치로, 대형 SI 기업 중 유일하게 내부 시장 의존도를 절반 이하로 떨어뜨리는 성과를 거뒀다. AI와 클라우드 등 AX 플랫폼 사업을 강화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삼성SDS 역시 1분기 내부거래 비중이 79.2%에 달하지만,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하며 점진적인 하향세를 타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범정부 초거대AI 공통기반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등 정부 공공사업과 대외 클라우드·물류 플랫폼 사업을 확장한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포스코DX와 현대오토에버의 내부거래 의존도는 되레 상승하며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 올해 1분기 기준 포스코DX의 특수관계자 거래 매출은 2327억원으로, 전체 매출인 2415억원의 무려 96.4%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 상승한 수치로, 국내 주요 SI 기업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현대오토에버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1분기 내부거래액이 8860억원에 달해 전체 매출인 9357억원의 94.6%를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보다 의존도가 4%나 높아진 결과다.
업계는 두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이유가 현재 그룹 차원에서 추진 중인 대규모 신사업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포스코DX는 포스코그룹의 산업 현장 자동화 및 제철소 특화 휴머노이드 로봇 자동화 시스템 설계·구축을 전담하고 있다. 현대오토에버 또한 현대차그룹의 로봇 생태계 조성 계획에 발맞춰 지능형 로보틱스 관제 플랫폼과 차량용 소프트웨어 인프라 구축을 주도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장기적인 성장성을 가로막는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보안이 생명인 IT 시스템 특성상 계열사 일감을 도맡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는 항변이 나오지만, 신규 사업마저 계열사 중심으로만 전개되면 외부 고객 확보가 제한될 수밖에 없어서다.
외부 시장에서 스스로 성과를 내기보다 계열사 일감으로 버티는 구조가 고착되면서 '외부 경쟁력 실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모그룹의 전방 산업이 흔들리면 계열 SI 기업의 실적까지 악화되는 연쇄 구조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여기에 경쟁 절차 없는 일감 집중은 언제든 사법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치명적인 약점도 안고 있다. 과거 2012년 SK그룹이 SI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이유로 3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가 긴 소송 끝에 취소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비록 처분은 취소됐으나, 대기업 SI의 내부거래 구조가 당국의 규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같은 구조적 리스크 탓에 SI 기업 전반이 시장에서 독자적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반도체 랠리를 타고 시장에 편승하기 위해서는 뚜렷한 AI 성과가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정작 재무제표상에서는 이 부분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형 SI 기업들이 '클라우드&AI' 부문의 매출을 투명하게 분리하지 않고 통합 공시하고 있어, AI 실적으로 거둔 순수한 대외 성과를 따로 떼어내 검증하기 어렵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SI업계 한 관계자는 "미래 성장을 위해 그룹 일감에만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시장 진출 및 정부 공공사업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등 대외 사업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