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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덕수의 꿈' 실현됐다?…中 헝리중공업 수주 세계 1위 올라

2026-06-17 10:08:02

STX, 진해조선소 한계 극복 위해 '꿈의 조선소' 건설
2014년 그룹 패망 후 헝리가 2022년 7월 헐값 인수
4년 만에 HD현대·삼성·한화는 물론 中 CSSC도 제쳐

중국 민간 조선소인 헝리중공업 다롄 조선소 전경. STX다롄조선소를 2022년 7월 인수한 지 4년 만에 수주잔량 기준 세계 1위에 올랐다. 사진= 헝리중공업
중국 민간 조선소인 헝리중공업 다롄 조선소 전경. STX다롄조선소를 2022년 7월 인수한 지 4년 만에 수주잔량 기준 세계 1위에 올랐다. 사진= 헝리중공업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STX그룹이 세계 조선산업 재패를 꿈꾸며 3조 원을 들여 야심차게 추진했던 중국 다롄조선소가 주인이 바뀌어 그 꿈을 실현했다. STX 다롄조선소를 인수해 설립한 중국 민영 조선사 헝리중공업(Hemgli SB)이 미·중 무역갈등 여파에도 불구하고 사업 개시 4년 만에 세계 1위에 오른 것이다.

17일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 리포트의 통계에 따르면 헝리중공업 다롄조선소는 2026년 5월 말 현재 수주잔량이 1079만9000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 295척)로 단일 조선소 순위에서 유일하게 1만CGT를 넘기며 1위에 올랐다. 2위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862만4000CGT·153척)와의 격차는 227만5000CGT에 달한다. 2026년 초 중국 내 1위(수주잔량 기준)에 오른 데 이어 이뤄낸 성과다.
더군다나 중앙정부의 막대한 지원과 관리를 받아 여러 기업이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지를 키우며 조선업계의 공룡으로 성장한 공기업 CSSC(중국선박그룹)과 달리 헝리중공업은 헝리그룹의 자회사인 민간기업이러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정부의 그늘이 없어도 기업을 키울 수 있는 자체 경쟁력을 축적했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클락슨리포트의 조선그룹 수주잔량 세계 순위에서도 헝리중공업은 다롄조선소 만으로, CSSC(17개 조선소, 38952000CGT·1015척), HD현대(5개 조선소, 19265000CGT·459척)에 이어 세계 3위를 유지해, 표면상으로는 세계 최고의 조선솔 자리매김했다.

헝리중공업은 2022년 7월 중국 민영 기업 2위 헝리 그룹(Hengri group)이 7월 STX다롄을 인수하면서 탄생한 기업이다. 당시 헝리 그룹은 연매출이 140조 원에 달하는 세계 매출 순위 75위 기업으로 정유 및 석유 화학, PTA 등의 사업을 위주로 하고 있으며 현재 폴리르 신소재 및 섬유 등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헝리중공업이 조선소 재가동을 위해 손을 내민 곳은 과거 STX 한식구였던 STX엔진과 제휴를 맺고 선박의 심장인 엔진의 안정적인 공급선을 확보했다. 또한 모기업이 필요로 하는 선박을 헝리중공업에 발주해 인하우스 물량을 쌓아 출범 당시 비용 부담을 줄였다.
이후 헝리중공업은 모기업의 주력사업 분야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와 벌크선,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등을 대량 수주했다. 공격적인 마케팅 덕분에 4년 만에 세계 정상에 올랐다.

헝리중공업은 STX그룹이 비좁은 진해조선소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가장 큰 조선소 조업 공간을 갖춘 현대중공업(현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와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현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의 장점을 벤치마킹해서 설계하고 건축해, 2008년 준공 당시 건조 프로세스와 작업 효율성을 극대화한 ‘꿈의 조선소’로 불렸다.

STX대련조선소는 STX가 3조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을 투자해 지난 2008년 설립했다. 여의도 면적 2배 규모인 약 170만 평 부지에 조선 전 분야 공정을 수행할 수 있으며, 1년에 40~50척을 생산할 수 있는 대형 도크(선박건조시설)를 보유하고 있으며, 당시 고용인원만 2만 명에 달했다.
2008년 준공 당시 STX다롄 조선소 전경. 사진= STX그룹
2008년 준공 당시 STX다롄 조선소 전경. 사진= STX그룹

하지만 STX그룹이 2012년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가고 유럽발 재정위기와 중국의 경기 악화가 심화하면서 대련조선소도 이듬해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STX 측이 이곳에 대한 매각 작업에 나섰지만 수 차례 유찰이 이어지는 등 인수자를 찾지 못했다거 2022년 사실상 헐값으로 중국 자본의 손에 넘어갔다.

STX다롄조선소를 비림으로써 한국은 초대형 조선소 설계와 운영, 초대형 선박 노하우 등을 중국에 그대로 내어준 격이 됐다. 2020년대 들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 호황을 바탕으로 한국 조선업이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고 호들갑 떨지만, 중국과의 양적 경쟁은 전혀 따라잡지 못하는 가운데, 질적 경쟁 격차만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세계 무역 네트워크에서 중국 패싱 압박을 가하고 있으며, 중국산 선박에 대한 불이익 조치를 가하고 있으나 가격과 품질 등 모든 면에서 비교 우위를 점하고 있는 중국 조선업계의 수주 몰이는 줄지 않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헝리중공업은 중국 조선업체지만 철저히 민간 기업 프로세스로 불과 4년 만에 세계 정상에 올랐다는 점은 이제 한국 기업들이 중국의 노하우를 배워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라면서 “어찌됐건, STX다롄조선소 건설 당시 세계 정복을 꿈꿨던 강덕수 전 회장의 꿈은 어찌됐건 실현된 셈이다. 매각 당시 조선업을 사양산업이라고 폄하했던 정부와 금융권 인사들이 지금도 한국 조선업의 목을 쥐는 요직에 앉아 있는 한 헝리중공업과 같은 기적은 한국에선 불가능한 이상에 가깝다”라고 말했다.

채명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cm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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