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입한 지 16년째, 2030년까지 개수 완료 계획 잡았으나 제자리 걸음 고로-전기로 복합프로세스 양산, 미국 전기로 투자로 고로 매력 떨어져 고로 시스템 유지 여부 포함한 당진제철소 미래 밑그림부터 고민하는 듯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고로 3기 전경. 사진= 현대제철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의 고로 3기가 기계적 수명을 이미 넘겨 재탄상에 해당하는 개수(改修)를 시행해야 하지만, 계획을 공개한지 7년이 지난 현재도 여전히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진 1고로는 2010년 1월 5일 화입(火入)을 해 가동을 시작했으며, 2고로는 같은해 11월 23일, 3고로는 2013년 9월 13일이었다. 각각 연령이 16년, 13년이 됐다. 철강업계에서 통상 고로의 수명을 13~15년으로 잡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제철의 3기 고로는 모두 수명을 채웠다.
고로는 섭씨 1500도 이상의 고열과 고압을 견뎌야 해 내부 내화물이 마모되기 때문이며, 개보수 작업 없이는 이 기간을 넘겨 안정적으로 가동하기 어렵다. 개수는 건물이나 시설 등을 고쳐서 지는 것을, 보수(補修)는 시설이나 물건의 낡은 것을 의미한다. 고로의 개수와 보수의 차이는 바람을 주입하느냐이다. 개수는 종풍(終風)을 하는데, 고로에서 바람 주입을 끝낸다는 것은 수명이 끝내고 대대적으로 수리한다는 것을 뜻하며, 보수는 종풍을 하지 않고 진행하는 수리다.
개수는 종풍하기 때문에 고로를 교체하는 수순까지 진행한다. 이럴 땐 고로의 쇳물을 만들어내는 용량, 즉 내용적(內容積)을 키우는 방향으로 진행하는데, 이럴 경우 생산하는 쇳물 양은 많아지지만, 고로 투자비 이외에 코크스 공장과 소결공장까지 증축 투자도 함꼐 진행해야 한다. 포스코의 포항과 광영제철소의 고로는 이러한 개수작업을 통해 수명을 연장하면서 쇳물 생산량도 늘려왔다. 다만, 내용적 증설이 아니라면 숙련된 기술자들이 정기적으로 보수 작업만 잘해도 고로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수는 고로를 운영하는 제철소가 문을 닫지 않는 한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현대제철은 포스코와 비교했을 때 고로 개수 시기를 놓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이미 계획을 잡아놨다. 지난 2019년에 현대제철은 10월 2조 원 이상을 투자해 당진제철소 고로 3기를 2030년까지 순차적으로 개수한다고 발표했다. 고로개수 TFT에서 결정한 사항이므로 논의는 그 이전부너 진행했다. 당시 회사는 고로 내용적을 현 수준인 5250㎥와 5500㎥, 5800㎥, 6000㎥의 케이스별로 검토하고 있으며, 내용적이 결정되면 상하공정 투자 계획 등을 더해 계획을 입안한 뒤 2020년대 초반에 1고로 개수를 끝낸 후 2027년 2고로, 2030년 3고로 순으로 추가 개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2022년 12엔 포스코케미칼과 1고로 개수를 위한 내화물 사업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작업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이후 개수 일정은 2026년 현재까지 진척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처음 공개한 일정으로는 1고로 개수는 새로 가동했고, 2고로 개수 작업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어야 할 시기지만 성과물은 없다.
이와 관련, 현대제철은 2030년까지 기간이 남아있는 만큼 방향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철강업계 관계자들은 현대제철이 미래 철강사업의 방향성을 아직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개수 계획을 밝힌 뒤 현대제철은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탄소 배출을 억제하가 위한 국제적 압박이 심각해지면서 대표 탄소배출 사업인 고로 철강업체가 직격탄을 맞았으며,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촉발한 고율의 철강재 관세부과 흐름이 다른 국가로 확산하면서 한국에서 생산해 외국에 수출하는 무역이 크게 위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배경에 맞춰 현대제철은 두 가지 큰 결정을 내렸다. 첫째, 전기로와 고로의 쇳물을 배합하는 복합프로세스를 2026년 2월 세계 최초로 가동해 탄소저감강판 생산을 시작했다. 둘째, 58억 달러(약 8조5000억 원)을 투자해 미국 현지에 전기로 고로 일관제철소 건설키로 한 것이다.
두 결정 모두 고로의 위상을 축소시킨 것으로, 개수에 2조 원을 투자할 의미가 퇴색된다. 즉, 연간 1200만t의 쇳물을 생산하는 고로3기 체제를 유지하지 않을수도 있다는 생각도 검토 대상에 포함되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개수 작얼을 마친 고로는 최소 10년 이상 수명을 연장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데, 현대제철이 이를 하지 주저하는 것은 고로 운영에 대한 회의론이 회사 내에서 제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지적한다. 나아가 현대제철의 계획이 당진제철소 고로의 개수를 넘어 고로 시스템 운영 계획자체의 재평가로 확대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고 한다.
일단 현대제철 내에선 개수를 하더라도 내용적은 현 상황을 유지한다는 방침은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2020년 6월 가동을 중단해 휴자 상애에 있던 연산 150t급 A열연 전기로 2기 중 1기를 2024년 재가동해 전기로-고로 복합 프로세스에 활용하고 있다.
양산을 시작했지만, 전기로-고로 복합 프로세스의 개념을 현대제철이 확정짓지 못한 것도 고로 개수사업을 지연시키는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복합 프로세스 공정은 결국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미래 신기술 제철방식인 ‘수소유동환원로’ 시대로 가기 전 중간 과정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시험생산을 거쳐 양산은 개시했지만, 매출고 수익을 목적으로 한 사업 수행기간이 3개월여로 짧고, 해당 철강재의 품질도 시장에서 검증받지 못했다. 고로와 전기로 쇳물의 혼합비율과 중간 과정 등 프로세스 변화의 여지가 크므로 당장 시스템을 확정해서 생산 프로세스에 메스를 가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
고로 3기의 쇳물 생산능력을 고정해 놓으 만큼 향후 당진철강재 생산능력을 확대할 땐 전기로 투자로 이뤄나가야 한다. 전기로는 대규모 전력소비르 동반한다. 전력을 공급해 줄 발전설비 건설은 국가 전력정책과 연동해서 추진해야 하는 만큼 정부와 협의해야할 사안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결정의 시기를 늦출수록 감안해야 할 내부 외부 요인은 쌓여가고 있으며, 이로 인해 현대제철의 고민을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밑그림을 그리지 못했는데, 물감으로 채색할 수 없지 않은가. 현대제철의 현 심정이 이런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