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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의 산업시각] LNG선 건조 기술 일본에 줘선 안 된다

2026-07-09 14:35:34

1992년 8월 현대중공업(현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대한민국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호선에 구형 탱크를 탑재하고 있다. 1993년 인도된 이 선박은 ‘현대 유토피아호’로 명명됐다. 사진= 현대중공업그룹 50년사
1992년 8월 현대중공업(현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대한민국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호선에 구형 탱크를 탑재하고 있다. 1993년 인도된 이 선박은 ‘현대 유토피아호’로 명명됐다. 사진= 현대중공업그룹 50년사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논의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이야기가 업계의 귀를 거슬리게 한다. 세계가 대한민국의 대규모 제조업 장치산업의 우수성을 인정하며 치켜세워주자, 해외 각국의 지원 요청에 선심 쓰듯 기술을 퍼다 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다. 지금은 국뽕에 취해 콧노래를 부를 때가 아닌데 말이다.

일본 조선업계가 한국에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건조 기술의 지원을 요청했다는 소식이 나온 지 한 달 여가 되어 가는데, 왕년의 조선 강국 일본이 자존심을 굽히고 한국에 도움을 요청했으니 도움을 주는 게 어떨까 하는 뉘앙스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굳이 말하면, 절대 그래선 안 된다. 한국이 초격차 이상의 경쟁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기술을 나눠줄 이유가 전혀 없다. 한국이 LNG선 관련 기술에서 얼마나 뛰어난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설명하면 이렇다.

1990년대 초 전 세계적으로 LNG선을 건조할 수 있는 조선소는 프랑스, 노르웨이, 일본 등 8개국 14개 조선소에 불과했으며, 그 중에서도 9개 조선소만이 실제 LNG선을 건조하고 있었다. 1993년 현대중공업(현 HD현대중공업)이 국내 최초의 LNG선을 건조하고, 뒤이어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LNG선을 만들어내자 기존 국가들은 사실상 건조를 중단하고, 기술 특허만 받아 살아가고 있다. 전 세계에서 LNG선을 가장 오랜 기간 건조하고 있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전 세계적으로 상용화한 LNG 화물창 기술은 크게 △프랑스 GTT의 ‘멤브레인(Membrane)형’, △노르웨이의 엔지니어링 기업 모스 마리타임(Moss Maritime)이 보유하고 있는 ‘모스(Moss)형’ △일본 JMU(Japan Marine United) 조선소가 고안한 ‘SPB(Self-supporting Prismatic shape IMO Type-B)형’으로 나뉘며, 이를 토대로 세부 기술이 나뉜다. 어쨌건 이들 세 가지 기술을 모두 건조한 경험이 있는 국가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일본은 건조를 중단했으니 옛날 이야기가 되었다, 중국도 모스형 화물창 방식의 선박은 건조해 보지 않았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발주가 없었고, 그나마 뜸하게 나온 주문은 한국이 수주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LNG선과 관련해 원천기술의 부재로 거액의 로열티가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고 탄식하지만, 사실 GTT가 커나갈 수 있었던 것은 멤브레인의 강점을 파악한 한국의 조선 빅3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GTT는 설계 노하우는 뛰어나다고 하지만, 자신들의 구상을 완벽하게 실물화해 건조하는 능력은 조선 빅3가 최고다.
만약 이보다 뛰어난 LNG 화물창 기술이 개발되어 조선 빅3가 건조해 안전성을 입증해 선주들의 신뢰를 얻는다면, GTT의 멤브레인도 모스와 같이 시장에서 사장된 기술로 전락할 수 있다. 설계도를 실물화하는 제조공정은 GTT도 가질 수 없는 한국만의 강점이다. 따라서 GTT가 한국 조선소에 함부로 기술 갑질을 못 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들의 관계는 악어와 악어새 관계로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해 보인다.

LNG 화물창 생산·건조 기술은 국가핵심기술으로 지정되어 정부의 승인 없이 해외 기업에 이전해선 안 된다. 2010년대 조선업 불황으로 많은 기술자가 중국 조선소에 스카우트되어 LNG 화물창 건조 기술이 입소문을 타고 넘어가 중국이 한국을 턱밑에서 추격하고 있지만, 디테일한 부분에선 아직 한국이 비교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런 기술을 일본이 이전해달라고 요청했다. 자국 경제안보 관점에서 건조 기술을 확보하기 위함이라는 의도는 이해가 간다. 과거 한국의 조선업체들이 초창기에 일본 조선사들로부터 조선소 건설과 운영, 선박 건조 노하우를 전수했으니 인도적인 차원에서 한국이 일본을 도와주는 것이 이치에 맞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과거와 현재를 같은 잣대로 보면 안 된다. 지금 상황은 전혀 다르다. LNG선은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고부가가치 선박은 높은 건조 기술이 적용된다는 의미와 발주량이 많지 않다는 뜻도 담겨 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 리포트 통계를 보면, 연간 LNG선 발주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해가 2022년에 171척이었다. 그해 전 세계 모든 국가의 선박 발주 척수는 2131척으로 LNG선 비중은 8.0%였다. 2025년엔 37척으로 줄었는데, 전체 발주량(2568척)의 1.4%에 불과했다.

발주 규모가 작은 시장이다. 이런 시장에 한국은 마스가(MASGA)의 일환으로 미국에 LNG선 건조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고, 그 틈을 타 일본이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중국과 경쟁하기도 정신없는데, 굳이 기술을 넘겨줘서 경쟁사를 늘리는 우를 범해야 할까.

일본 조선소는 인구 노령화로 기술진·기능공들이 줄어 조선소 건조량과 조업 시간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실제로 자국 내 조업 물량과 건조 스케줄에 맞춰져서 현장 인력이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하는 일과가 구축됐고, 상대적으로 비싼 물가와 인건비 기자재 구매비, 조선소 운영 비용에 건조 기간이 길어지면서 한 척의 건조 단가가 크게 올라 국제 경쟁력을 상실한 지 오래됐다. 함정을 건조하는 방산만 연명하는 미국의 사정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이런 일본에 기술과 기능을 이전해도 한국, 중국과 같은 경쟁력 있는 뛰어난 선박을 건조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지도 않다. 모노즈쿠리로 대변되는 장인정신이 일본 제조업에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 오래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과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일본은 모두 조선업 부활을 위해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들이밀고 있다. LNG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정부의 보호를 받는다는 말은 정부가 승인하면 기업의 뜻과 상관없이 기술을 제공할 수도 있다는 뜻이 된다.

더군다나 한국의 기술 지원을 받은 미국과 일본은 정부 보조금을 활용하려고 하고 있다. 보조금 논쟁은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이 한국 제조업을 견제하고 무력화하려고 자국 정부와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즐겨 공격하던 통상 압박이다. 이런 부당한 행위를 벌인 국가의 보조금 지원 행위에 한국의 보유 기술을 지원하는 것도 옳은 일이 아니다.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에 대한 LNG선 기술은 지원해선 안 된다. 차라리 한국의 금융시스템을 제공해 한국 조선소에서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건조하게 유도함으로써 서방 진영의 LNG선 건조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키워야 한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처럼,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조선 빅3도 고부가가치 선박 산업에서 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꽃놀이패를 쥐고 있다. 권한을 스스로 포기해선 안 된다.

채명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cm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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