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아르떼 인기 칼럼 엮어 단행본 출간 19세기 모더니즘 화가들의 스캔들·복권 과정 생생하게 담아
이미지=한경아르떼
[빅데이터뉴스 서예현 기자] 에곤 실레, 구스타프 클림트, 에두아르 마네 등 모더니즘 시대 거장들의 누드화를 둘러싼 예술과 외설의 경계를 추적한 교양 미술서 '선 넘는 미술사'가 출간됐다.
저자 이지호는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School of Visual Arts)에서 현대미술사와 철학을 공부하고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에서 아트앤테크놀로지를 연구한 미술 전문가다. 귀국 후 대한민국 현대미술 기획사무소 숨 프로젝트에서 국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한편 한경아르떼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독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번 책은 그 칼럼을 엮어 단행본으로 펴낸 것이다.
책은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중반에 이르는 모더니즘 시대, 이상화된 신체 대신 현실의 욕망과 날것의 감각을 화폭에 담으려 했던 화가들이 어떻게 법과 종교, 사회적 검열에 맞닥뜨렸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1912년 오스트리아에서 노골적인 나체화를 이유로 체포돼 감옥에서 재판을 기다려야 했던 에곤 실레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재판장이 법정에서 그의 그림을 직접 불태우며 "공공의 도덕을 타락시키는 것"이라 선언했지만, 수십 년 뒤 같은 작품들은 수백만 달러에 거래되는 현대미술 걸작으로 격상됐다.
귀스타브 쿠르베,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의 이야기도 담겼다. 쿠르베는 두 여성의 밀착된 구도가 동성애를 암시한다는 이유로 살롱 심사위원들에게 평가를 거부당했고,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 식사〉는 관람객들의 거센 항의를 불러일으켰다. 모딜리아니는 1917년 파리 개인전에서 누드화 속 여성의 음모(陰毛)가 문제가 돼 전시 당일 경찰에 의해 작품이 강제 철거되는 수모를 겪었다. 저자는 이들이 겪었던 탄압과 이후 복권의 과정을 비교 분석하며 검열의 기준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짚는다.
저자는 "오늘의 걸작이 어제의 스캔들이었고, 오늘의 문화유산이 어제의 범죄로 취급받았다"며 "예술과 외설의 경계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대마다 달라졌고, 결국 그것을 판단하는 것은 언제나 사람의 잣대"라고 말한다.
미술사학 박사이자 숨 프로젝트 대표인 이지윤씨는 "법과 예술, 자유와 통제의 경계 위에서 인간을 깊이 이해하고 싶은 모든 분께 일독을 권한다"고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