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억원 상한 피한 KT…SKT보다 800억원 낮은 539억 과징금 개보위, 로그 삭제·허위 자료 제출 행위 고발 결정…리스크 잔존 분기 영업익 기준 약 4분의 1 수준…실적 악화 속 추가 부담 요인 "과징금 감당할 만한 수준...법적 대응 통한 추가 판단 가능성"
KT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빅데이터뉴스 김유승 기자] 지난해 1만6000여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무단 소액결제 피해가 발생한 KT에 약 540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됐지만 법적·경영적 리스크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징금 자체는 업계에서 예상했던 상한선(1900억 원)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개인정보 유출 여파에 따른 실적 부담은 상당하기 때문이다. 또 보안 관련 투자 확대와 고객 신뢰 회복은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인정보위)는 지난 29일 전체회의를 열고 개인정보 보호법을 위반한 KT에 과징금 539억7900만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 개선권고, 공표명령 등을 의결했다. 지난해 이용자 1만6647명의 휴대전화번호와 가입자·단말기 식별번호가 유출되고, 368명이 약 2억4000만원의 무단 소액결제 피해를 입은 데 따른 조치다.
주요 위반사항으로는 내부망 접속에 쓰이는 펨토셀 인증서에 IP 제한을 두지 않아 타사와 해외 IP 접속을 허용한 점이 꼽혔다. 셀 아이디(Cell ID) 관리 소홀로 비인가 장비의 이상 접속을 탐지할 체계가 없었던 점도 지적됐다.
개인정보위는 KT의 행위를 '중대한 위반'으로 판단했다. 이용자 2324만여 명의 정보가 유출돼 '매우 중대한 위반'으로 1348억 원의 과징금을 받은 SK텔레콤과 비교하면 KT의 과징금은 약 800억원 적은 수준이다. 다만 피해자 1인당 과징금으로 단순 환산하면 KT는 약 324만 3800원으로, SK텔레콤(약 5800원)의 560배 수준에 달한다.
아울러 개인정보위는 KT가 악성코드 감염 서버의 로그를 삭제하며 해킹 사실을 은폐하려 한 정황에 대해 고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KT는 지난해 4월 침해 서버 10대의 로그를 삭제한 뒤 보존 자료가 없다고 진술했으나, 정황이 확인되자 말을 바꾸며 뒤늦게 로그를 제출했다. 개인정보위는 악성코드 감염 건에 대해 추가 사실관계 확인을 이어갈 예정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과징금 상한선이 2000억원 안팎일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금전 피해가 발생한 만큼 과징금 규모가 상당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감내 가능한 수준에서 결정되면서 KT 입장에서는 한숨을 돌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KT의 분기 영업이익이 약 2000억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이번 과징금은 1개 분기 영업이익의 4분의 1 규모다.
다만 유출 여파에 따른 실적 부담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로 증권가에서는 2분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는 반면, KT의 실적은 제자리걸음에 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전날(30일) 보고서를 통해 지난 2월 이후 무선 가입자 순증세는 유지됐지만 무선 매출은 전 분기 수준에 머물렀을 것으로 내다봤다. 2월부터 7월까지 시행된 '고객 보답 프로그램'이 이번 분기에 반영되면서 일부 가입자의 요금제 하향이 영향을 미친 결과이다.
하나증권 역시 전날 리포트를 내고 KT의 실적이 시장 컨센서스를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5G 가입자 이탈에 따른 이동통신서비스 매출 감소와 인건비 및 제반 비용 증가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이 같은 실적 부진으로 올해뿐 아니라 내년에도 배당 성장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KT가 과징금 처분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관련 비용은 올해 실적에 반영될 예정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기준 지난해 KT는 매출 28조 2441억원, 영업이익 2조 4692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2.3%(6607억원) 감소한 27조 5834억원, 영업이익은 16.9%(4193억원) 줄어든 2조 499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과징금까지 반영될 경우 실적 부담은 한층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에서는 KT가 과징금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행정소송법상 과징금을 납부한 뒤 처분 통지서를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제재 금액을 낮추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거액의 과징금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향후 경영진의 배임 논란 등 책임 문제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540억원은 통신업계 규모를 감안하면 매우 가벼운 수준은 아니지만, KT와 같은 대형 통신사의 매출 규모와 시장 영향력을 고려하면 감내 가능한 수준의 제재라고 볼 수 있다"며 "다만 과징금의 의미는 금액 자체보다 기업의 내부통제와 관리 책임에 대한 경고로, 핵심은 과징금보다 KT가 얼마나 실질적인 개선 조치를 시행하느냐"라고 말했다.
이어 "KT 입장에서는 과징금 산정 과정에서 사실관계나 법 적용, 책임 범위 등에 이견이 있다면 행정소송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며 "대기업들은 과징금 규모가 크거나 기업 이미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에서는 법적 대응을 통해 판단을 받아보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