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시간) 27일,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 라피엣에서 SK하이닉스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 기공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빅데이터뉴스 김다경 기자] SK하이닉스가 미국에서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생산하기 위한 첫 생산거점 구축에 들어갔다. 총 40억달러 이상을 투입해 2029년 하반기부터 7세대 HBM인 HBM4E 양산에 나선다.
이번 착공은 HBM 수요의 중심인 미국에서 생산·연구개발(R&D)·고객 대응을 한데 묶어 공급망을 현지화하는 동시에 대규모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재무적 기반을 확보한 시점에 맞춰 투자를 본격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SK하이닉스는 27일(현지시간)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 라피엣에 위치한 퍼듀대학교에서 차세대 HBM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기지 기공식을 열었다고 30일 밝혔다. 인디애나 팹은 2028년 10월 클린룸을 완공하고 2029년 하반기부터 차세대 HBM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생산능력은 연간 수십만장 규모로 알려졌다.
이번 투자를 뒷받침하는 재무적 기반으로는 지난달 완료한 나스닥 상장이 꼽힌다.
SK하이닉스는 지난 7월 나스닥에 미국주식예탁증서(ADR)를 상장하면서 총 265억7100만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ADR 1억7790만주를 주당 149달러에 발행했으며 당초 계획된 발행금액은 약 40조원이다. 실제 신주 발행대금은 39조8905억원으로 집계됐다. 조달 목적도 운영자금이나 인수합병(M&A)이 아닌 시설자금으로 명시됐다.
인디애나 팹에 투입되는 40억달러 이상의 자금은 회사가 최근 확보한 대규모 글로벌 시설투자 재원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다. 나스닥 ADR을 통해 확보한 자금 전체가 인디애나 팹에 투입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 현지 생산기지 구축을 포함한 대규모 증설을 위한 재무 여력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가 이처럼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수 있는 배경에는 AI 메모리 호황으로 높아진 현금창출력도 자리한다. 회사는 올해 상반기 AI 메모리 수요 확대에 힘입어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기록한 만큼 국내외 생산능력 확대와 차세대 HBM 개발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투자 여력을 확보했다.
인디애나 팹에서는 SK하이닉스가 한국에서 생산한 D램 웨이퍼를 미국으로 가져와 어드밴스드 패키징과 테스트를 진행한다. 이후 완성된 HBM은 미국 현지 고객사에 공급할 예정이다.
특히 미국에는 엔비디아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글로벌 AI 생태계의 핵심 고객과 기업들이 집중돼 있다. 미국 현지에서 패키징과 테스트를 수행하면 고객사의 요구에 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고 제품 검증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드백도 현지 R&D와 연계할 수 있다.
미국 정부의 지원도 투자 결정의 배경이다. 미국 상무부는 2024년 SK하이닉스의 인디애나 프로젝트에 대해 반도체법(CHIPS Act)에 따라 최대 4억5800만달러의 직접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최대 5억달러의 연방정부 대출도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두 항목을 합치면 최대 9억5800만달러 규모다.
미국이 HBM을 자국 AI 산업 공급망의 핵심 품목으로 보고 있다는 점도 이번 투자의 배경으로 꼽힌다. 미국 내 AI 데이터센터와 AI 가속기 투자가 확대되면서 핵심 메모리인 HBM까지 현지 공급망에 편입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어서다. SK하이닉스 역시 미국 내 생산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생산시설과 함께 어드밴스드 패키징 R&D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퍼듀대학교와 차세대 패키징 기술 공동 연구에 나선다. 양측은 HBM을 비롯한 차세대 시스템 통합 및 어드밴스드 패키징 기술을 연구하고 시제품 제작과 성능 검증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현지 공급망 확대도 추진한다. SK하이닉스는 100개 이상의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협력을 추진하고 있으며 팹 건설과 운영을 통해 약 7000개의 직·간접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약 1000명이 근무하는 미국 내 핵심 HBM 생산거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다만 인디애나 팹은 2029년 하반기 양산이 목표인 만큼 그동안 HBM 시장의 세대교체 속도와 고객사의 AI 가속기 투자 방향, 메모리 가격 변동에 대응해야 한다. 특히 SK하이닉스는 미국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대규모 증설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CEO는 기공식에서 “미국은 최고의 고객과 연구역량, 생태계가 함께하는 AI 혁신의 중심지”라며 “인디애나 팹은 최초로 ‘Made in USA’ HBM을 제공하는 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 대한 투자와 협력을 확대하고 함께 성장하며 AI의 미래를 같이 만들어가는 가장 신뢰받는 파트너가 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