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오션자산운용의 SK오션플랜트 '되찾기' 막후에서 지휘 전 세계 조선 네트워크 갖춘 유일 기업으로 성장시켜 상처받은 고성군 지역사회 위로하고 상생하는 방안 시급
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2001년 5월 2일 창원시 성산동 80번지 쌍용중공업 엔진공장 사무실 앞에서 열린 STX그룹 출범식에서 출범사를 하고 있다. 사진= 채명석 기자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이 14년 만의 경영일선 복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발판은 그가 직접 경영했던 STX조선해양의 자회사 고성조선해양, 즉, ‘SK오션플랜트’이다.
SK오션플랜트의 최대 주주인 SK오션플랜트는 8월 31일 보유 지분 전부(35.62%)를 디오션자산운용에 4100억 원에 처분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2025년 9월 회사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한 뒤 1년여 만에 이뤄낸 결실이다.
◆디오저산운용, ‘뉴 STX의 선단’
1일 재계에 따르면 강 전 회장은 경영실패로 2014년 구속되어 수감했다가 2015년 항소심에서 집행유예형을 받아 출소했고, 2021년 1월 대법원에서 확정됐으며, 2022년 8월 15일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되어 형 집행 면제 및 복권 처분을 받아 그동안 묶여 있던 취업 제한 족쇄가 공식적으로 풀렸다. 출소 후 과거 ‘STX 사단’ 관계자들과 만나며 기회를 노렸던 강 회장은 사면복권 후 본격적으로 ‘뉴 STX 재건‘을 통한 명예회복 방안을 모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 3월 설립한 디오션자산운용이 재건의 ‘선단’ 역할을 한다. 경영컨설팅업·일반사모집합투자업·투자자문업·투자일임업 등을 영위하는 디오자산운용은 STX맨들이 운용한다. 정중수 대표이사는 전 STX 재무관리실장, 최임엽 이사회 의장은 STX팬오션 전무, STX엔진 대표이사 출신이다. 이호남 PE본부장은 전 STX 재무기획실장이었다.
디오션자산운용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모기업 에스유엠글로벌은 대표이사는 배인 씨와 강선옥 씨다. 배인 씨는 강 전 회장 부인 배단 씨의 특수관계인 강선옥 씨는 STX 근무 시절 강 전 회장의 비서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유일 글로벌 조선 네트워크·기술 수직계열화 구축
조선사업은 강 전 회장이 건설했던 ‘STX왕국’의 중심이었다. 2001년 대동조선(STX조선해양, 현 K-조선)을 인수하며 조선업에 처음 진출했다. 2000년부터 2008년 기간은 이전 조선해운산업 역사를 통틀어 존재하지도 않았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았던 최대 호황기였다. 덕분에 강 전 회장의 STX는 기록적인 성장세를 구가했다.
강 전 회장은 2007년 10월 세계 3대 크루즈선 건조 회사인 노르웨이의 아커야즈(Aker Yards) 지분(39.2%)을 인수해 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아커야즈는 STX유럽으로 사명을 바꿨다. 2008년 12월엔 중국 랴오닝성 다롄시 창싱도(장흥도)에서 STX다롄조선소를 1차 준공했다.
이로써 STX그룹은 대한민국 조선 빅4로 도약했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과 중국, 유럽, 미국·캐나다, 중남미 등 주요 대륙에 조선 네트워크를 구축한 세계 유일의 기업이었다. 강 전 회장이 정립한 ‘선단경영’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대우그룹이 ‘세계경영’으로 STX만큼 글로벌 조선 네트워크를 구축하지 못했고,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도 중국과 베트남 등지에 소규모로 나간 것이 전부였다.
상선과 함정에 이어 한국 조선사는 진입하지 못했던 크루즈선과 특수선까지 모든 선종을 설계, 건조하며 또한 엔진과 발전기 등 핵심 기자재를 개발, 생산하는 수직계열화를 이뤄냈다. STX팬오션(현 팬오션)을 더하면 조선과 해운을 아우르는 기대 기업이었다.
◆그룹은 해체됐으나 ‘STX 계열사’는 굳건
이러한 STX왕국을 만들 수 있었던 요인은 강 회장의 경영 수완과 더불어 우수한 인수 대상기업이 많았고, 특히 조선해운업 호황이었던 덕분이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기가 급전직하 하자.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STX그룹은 2013년 무너졌다.
모 그룹은 해체됐으나 계열사는 각자의 영역에서 존재감을 이어가고 있다. 과거 선단기업이었던 STX㈜는 종합무역상사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STX팬오션은 하림그룹의 주축 기업 ‘팬오션’이 됐다. 쌍용중공업은 HD현대를 새주인으로 맞아 ‘HD현대마린엔진’이 되었으며, STX엔진은 사모펀드 운용사인 연합자산관리(유암코)에 인수되어 새 주인 찾기를 이어가고 있다.
STX조선해양은 채권단 관리 하에 K-조선으로 사명을 바꾼 뒤 과거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으며, STX유럽은 분할되어 각각 다른 글로벌 조선사 및 정부에 인수되었다.
강 전 회장이 국내 조선 빅3를 이기려고 직접 맨땅에서 세웠던 STX다롄조선 소는 중국의 헝리그룹이 인수해 헝리중공업으로 이름을 바꿨다. 헝리중공업은 단일 조선소로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와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누르고 수주 잔량 기준 세계 1위에 올라 간접적으로나마 강 전 회장의 꿈을 이뤘다.
강 전 회장이 꽃피우지 못한 글로벌 경영의 대 구상은 한화와 HD현대가 지금 비슷한 모습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화그룹은 미국 조선업 진출을 위해 2024년 미국 필리조선소(Philly Shipyard) 지분 100%를 인수했다. 필리조선소의 이전 모기업이자 최대 주주는 2007년 강 전 회장에게 아커야즈(STX유럽)을 매각했던 노르웨이의 가스·재생에너지 전문기업 아커(Aker)다.
STX그룹은 STX유럽의 조선 네트워크를 활용해 현지 건조 전략으로 미국 존스법(Jones Act)에 저촉되지 않고 미국 상선 및 함정 사업 진출을 타진했으며, 상당한 진척을 거뒀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직 STX 관계자는 “모그룹이 5년만 더 버텨줬다면 미국 현지 건조시장 진출 1호는 STX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상남도 고성군에 소재한 SK오션플랜트 조선소 전경. 사진= SK오션플랜트
◆SK오션플랜트 되찾았으나 예상 못 한 반데 직면
13년 ‘STX 총수’ 재임 동안 세계 조선해운시장을 주도했던 강 전 회장이 14년 만에 복귀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디오션자산운용은 강 전 회장이 설립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으며, 구성원은 과거 ‘STX사단’으로 불리던 최측근들과 가족이 포진해 있어 사실상 ‘뉴 STX’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 디오션자산운용이 SK오션플랜트를 인수했다. 외부에선 인수라고 표현하지만 강 전 회장과 디오션자산운용은 STX를 “되찾은 것”이라고 말한다. STX는 이미 고성조선해양을 경영하며 지역사회와 인연을 맺은 바 있다.
SK오션플랜트의 모태는 1978년에 설립되어 선박 블록 등을 생산하던 ‘혁신기업’이다. 지역 조선소에 블록을 만들어 공급하는 작은 기업이었던 혁신기업은 2011년 STX조선해양에 인수되며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2012년 7월에 사명을 고성조선해양으로 변경했다.
이러한 인연 때문에 2025년 9월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뒤 인수의 큰 걸림돌은 없을 것으로 내심 기대했고, 디오자산운용은 여론 전략은 초 ‘강덕수의 복귀’에 초점을 맞추고, 중앙 및 지역 유력 언론과 경제계 단체, 인사는 물론 정치권까지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완전한 패착이었다. 고성군 여론의 ‘강덕수 반대’는 상상을 초월했다. 조선해양산업으로 인해 고성군민이 대기업의 이익 챙기기에 이용만 당했다는 피해의식을 간과했던 것이다.
◆10여년 동안 다섯 번째 주인과 사명 바뀌어
STX조선해양이 고성조선해양을 인수한 2011년은 2008년 발발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로, 조선 경기가 급락했고, STX그룹 경영에도 이상 신호가 나타난 뒤였다. 우려는 현실이 되어 2013년 7월 STX그룹이 채권단과 경영정상화 계약을 체결하면서 사실상 해체에 들어갔다. 고성조선해양의 최대 주주인 STX조선해양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고성조선해양의 외형은 STX그룹 내에서 두각을 나타낼 정도는 아니었지만, 고성군 내에선 지역 경제를 떠받쳐줄 만큼 가장 규모가 큰 기업이었다. 고성조선해양의 위기는 고성군의 위기와 동일어였다.
2017년 국내 최초로 후육강관을 국산화한 조선·해양플랜트 기자재 전문 중견기업 삼강엠엔티에 인수되어 재기를 노리던 회사는 2022년 SK에코플랜트에 매각되면서 SK오션플랜트가 되었다. 조선업 경기가 살아나고 있었고, 대기업 ‘SK’ 브랜드를 앞세워 해양플랜트 제작 물량이 증가하고 함정과 상선 수주도 성공하며 사세가 커나가자 고성군 차원에서 회사 성장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3년 만에 또다시 주인이 바뀌었다.
고성군민으로선 거대한 자본과 힘을 앞세운 대기업이 자사 이익만 챙기기 위해 지역기업인 고성조선해양이 이용만 당했다는 피해의식이 확산했다. 특히,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적대적 인수‧합병(M&A) 갈등, 단물을 뽑아먹고 껍데기만 남은 홈플러스 매각 추진 등으로 불러일으킨 사모펀드(PEF)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사회의 반대 요청에도 불구하고 SK가 PEF인 디오션자산운용에게 SK오션플랜트를 넘기면서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불과 10여 년 동안에 혁신기업 → STX조선해양 고성조선해양 → 삼강엠엔티 → SK오션플랜트로 이름과 주인이 바뀌었고, 또다시 새 주인과 새 이름을 맞이한다. 고성 경제를 혼돈으로 몰아간 극단적 변화의 시작점은 결국 강 전 회장의 STX가 혁신기업을 인수하면서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이용당했다” 상처받은 고성군 여론 달래야
따라서, 강 전 회장이 SK오션플랜트의 경영에 참여한다면, 회사 임직원은 물론 이들과 함께 가치망을 형성하고 있는 고성군 지역사회와 합의하고 동행할 수 있는 방언을 모색에 애 한다.
이를 의식한 듯 디오선자산운용은 SK오선플랜트 인수 계약 체결 직후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SK오션플랜트를 국내 해상풍력 및 조선 산업 발전을 견인하는 핵심 기업이자, 지역 상생의 성공적인 모범 사례로 안착시킨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 첫걸음으로 SK오션플랜트 고성 3야드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를 단행해 대규모 풍력 및 선박 블록을 위한 공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또 자동화 라인 도입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원가 경쟁력과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디오션컨소시엄 측은 조선업과 풍력산업 관련 핵심 노하우를 보유한 기술진과 글로벌네트워크가 구축된 경영진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어 회사 성장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했다.
디오션컨소시엄 관계자는 “3야드 투자를 통해 조선산업과 풍력산업이라는 두 축의 성장을 함께 이끌어, 이번 인수가 지역과 회사 모두에게 뜻 깊은 전환점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디오션컨소시엄은 SPA 체결과 동시에 고성군 및 지역사회와의 확고한 상생 의지를 공고히 했다. 투자의 연속성을 유지하며 실질적인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끌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지역 인재 우선 채용 △조선기술 아카데미 등 직업훈련 프로그램 운영 △지역 협력업체 우선 거래 등 다양한 지역상생 프로그램을 고성군과 함께 구체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