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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 수출 규제 논란에... “규제 비용 부담 주체 명확히 해야”

2026-09-07 16:11:36

중동·러시아발 공급 차질에 한국산 경유 유럽까지 진출
제품 수출 제한에 제동…국제시장 기회이익은 보전 못해
“단기 안정 넘어 장기 경쟁력 고려한 정유사 지원책 필요”

국내 한 주유소 전경. 사진=연합뉴스
국내 한 주유소 전경. 사진=연합뉴스
[빅데이터뉴스 김유승 기자] 중동과 러시아발 공급 차질로 석유제품 가격이 급등하며 국내 정유사의 수출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 다만 정부가 수출물량을 제한하면서 민생 안정과 기업의 수익 확대가 충돌하는 양상이다. 수급 안정을 위한 규제 취지를 살리되 기업의 장기 경쟁력을 해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균형 잡힌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석유제품 시장은 중동 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수급 불균형을 겪고 있다. 미국에서도 정유제품 가격이 고공행진하면서 경유 크랙(원유와 석유제품 간 가격 차이)이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는 등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석유제품 가치가 급등하면서 판매량이 줄었음에도 수출액은 늘고 있다. 지난달 국내 석유제품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65.3% 증가한 68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수출단가 역시 톤(t)당 1143달러로 69.1% 뛰었다. 반면 같은 기간 수출물량은 오히려 2.2% 감소했다.

원유를 정제해 판매하는 정유업은 제품과 원유 간 가격 차이인 ‘정제마진’이 수익성을 좌우한다. 특히 국내 정유 4사는 하루 330만배럴의 정제능력을 보유해 세계 5위 수준인 만큼, 글로벌 석유제품 공급이 부족해질수록 수혜가 커지는 구조다.

실제로 중동 정유시설의 가동률 저하와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무인기 공격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타격을 입으면서 한국산 석유제품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리적 위치와 뛰어난 정제능력, 우수한 품질 및 가격 경쟁력을 갖춘 덕분이다. 최근에는 중동·러시아산 경유 공급이 막힌 유럽 시장으로 한국산 경유가 역수출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정유·석화 업계는 거래처가 다양해 장기 계약과 단기 계약을 병행하며 시장에 대응한다. 현 시점에서 수출 물량을 늘리고 가격경쟁력을 유지한다면 장기적인 판로 확대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정유사들은 이 같은 기회를 본격적인 실적 개선으로 연결짓지 못하고 있다. 수출 확대 여건이 갖춰졌음에도 정부의 수출물량 제한 규제에 발이 묶여 있어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3월 석유 최고가격제를 도입하며 휘발유·경유·등유의 월별 수출물량을 전년 동월 대비 100% 이하로 통제하고 있다. 중동 사태 등으로 원유 수급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수출 물량이 급증해 국내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는 사태를 막겠다는 취지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중동 위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국민 생활과 산업 활동에 필수적인 석유제품의 국내 공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정부가 양보할 수 없는 책무”라며 수출 통제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어 김 장관은 “최고가격제로 국내 가격 상한이 고정된 상황에서 해외 가격이 폭등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해외 시장으로 물량이 쏠릴 유인이 커진다”며 “수출 관리는 기업의 정당한 영업활동을 막으려는 목적이 아니라 비상시 국내에 필요한 물량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정유사의 손실을 원가 산정 방식으로 보전한다는 방침이다. 정유업계가 제출한 원가 자료를 바탕으로 정산위원회가 적정 마진을 검토해 지원금을 결정하는 구조다. 지난달 정유사들이 관련 자료를 제출했지만 원가와 적정 마진, 손실액을 놓고 정부와 업계 간 이견은 여전한 상황이다.

정유업은 대표적인 경기 변동(사이클) 산업인 만큼 향후 유가가 안정되고 정제마진이 하락하는 ‘역래깅’ 국면에 접어들면 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 호황기에 확보한 수익이 향후 업황 악화에 대응하는 기반이 되는 만큼, 현재의 수익 기회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도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최고가격제에 따른 원가 보전이 국제 시장에서의 기회이익까지 대체할 수는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원가 기준의 손실 보전과 시장 호황에 따른 기회이익 창출은 다른 영역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수급 안정과 가격 통제의 당위성은 인정하면서도 발생 비용의 보전 여부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수급 안정이 최우선 과제더라도 정책 규제로 기업의 산업 경쟁력 확대를 제한했다면, 그에 따른 비용 역시 정부가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다. 기업의 손실이 커질수록 설비 투자나 연구개발, 판로 확대 등에 투입할 여력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는 “국민 생활을 앞세우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당장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기업의 장기 경쟁력을 훼손한다면 그 부작용은 결국 다음 세대가 떠안게 된다”며 “수출 제한도 필요한 조치이나, 그 과정에서 수반되는 비용을 정부가 부담해 정책 수단이 공짜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보다 장기적인 안목의 대응 체계가 시급하다”며 “단기적인 가격 상승을 막는 데 급급하기보다는, 국가 기간산업의 기반을 보호하면서 사회적 고통을 분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즉, 기업의 단기적인 가격 안정 수급 안정과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 사이의 균형을 찾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유승 빅데이터뉴스 기자 ky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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