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혁 사장, 2030년까지 모든 선박에 AI 자율운항 시스템 탑재 목표 HD현대그룹 계열 업체 ‘아비커스’에 285억 원 투자, 지분 6.25% 확보 선박당 연료비 年 5% 절감, 탄소 배출 저감 효과, 해상 안전사고 예방 글로벌 5개 선사 선대 확장 경쟁 속, 차별화한 경쟁력으로 실속 대응 기대
HMM의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오팔(OPAL)호’ 브릿지에서 선원이 모니터를 보며 항로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 HMM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정보의 생산과 유통이 다양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빅데이터는 새로운 경제적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빅데이터에서 추출된 산업 데이터는 불확실한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발맞춰 창간의 닻을 올린 빅데이터뉴스가 2026년 9월 창간 14주년을 맞았습니다. 빅데이터뉴스는 산업 분야에 있어 빅데이터를 비롯해 각종 데이터를 바탕으로 취재와 분석을 가미한 발굴 기사를 통해 업계는 물론이고 독자들의 정보 니즈에 부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창간 14주년을 맞아 빅데이터뉴스는 인공지능(AI)를 중심으로 산업 패러다임 변화의 정점에 있는 대한민국 산업을 재조명하는 기사를 게재합니다.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걸어온 발자취를 돌아보고 현재 매출 상황 그리고 미래 성장 동력 확보와 투자 전략 등을 다룰 계획입니다. 대한민국의 'K-산업'이 전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데 빅데이터뉴스의 이번 기획이 조금이라도 일조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편집자주>
국내 최대 국적선사 오는 HMM이 2030년까지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포함한 전 선단에 인공지능(AI) 자율운항 시스템을 전면 도입한다. 글로벌 대형 선사 중 100여 척이 넘는 전 선단에 AI 자율운항 시스템을 전면 적용하는 것은 HMM이 유일하다.
이를 위해 단순한 장비 구매나 기술 제휴 수준을 넘어, 국내 독보적인 자율운항 원천 기술을 보유한 HD현대의 자율운항 전문 자회사 ‘아비커스’에 지분 투자를 단행하며 동맹을 강화했다.
최원혁 HMM 사장은 글로벌 해운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게임 체인저로 ‘AI 자율운항’을 선택했다. HMM은 올해 초 아비커스에 285억 원을 투자해 지분 6.25%를 확보했다. 이로써 아비커스의 지분 구조는 HD현대 93.75%, HMM 6.25%로 재편됐다.
이는 현재 HMM의 체질 개선을 이끌고 있는 최원혁 사장의 의지가 반영된 전략적 투자라는 평가다. 단순한 고객사 입장에 머물지 않고, 기술 개발의 주주이자 파트너로서 미래 해양 모빌리티 기술 고도화에 직접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HMM은 올 초 지분 투자와 함께 당초 40척에 한정됐던 아비커스의 AI 자율운항 솔루션 ‘하이나스 컨트롤(HiNAS Control)’ 도입 계획을 전 선단으로 확대하는 로드맵을 확정했다.
현재까지 33척에 설치를 마쳤으며, 올해 말까지 적용 선박을 44척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2030년까지 보유하고 있는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등 총 123척(사선 기준) 전 선단에 시스템 장착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발주해 HD현대에서 건조 중인 1만300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급 신조선 8척에도 해당 솔루션이 기본 탑재된다.
과거 소형 연안 화물선이나 일부 자동차운반선에 자율운항 기술이 적용된 적은 있었지만, 글로벌 해운사가 초대형 선박을 포함한 운영 중인 전체 선단에 능동형 자율운항 시스템을 전면 도입하는 것은 전례 없는 혁신적 시도다.
(왼쪽부터)이정엽 HMM 부사장, 강재호 아비커스 대표, 최원혁 HMM 대표, 김형관 HD한국조선해양 대표,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가 2026년 1월 15일 판교 HD현대 글로벌R&D센터(GRC)에서 개최한 ‘AI 기반 자율운항 솔루션 도입 계약 및 기술협력 MOU 체결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HMM
자율운항 시스템 도입은 HMM의 장기적인 수익성 및 운항 경쟁력 향상과 직결된다. ‘하이나스 컨트롤’은 스스로 최적의 항로를 설정하고 항해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적용하면, 선박당 연간 약 5%의 연료비 절감 효과는 물론 연료의 효율적 사용이 가능해 탄소 배출도 줄일 수 있다.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글로벌 해운 시장에서 강력한 무기가 되는 셈이다. 더불어 AI가 위험 요소를 사전에 감지할 수 있어 해상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선박 보험료 감면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운항 환경의 질적 변화도 예상된다. 사람의 판단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기존 운항 방식에서 벗어나, AI 시스템이 든든한 보조 역할을 수행하게 되면서 더욱 정교하고 안전한 운항이 가능하다.
HMM은 자율운항 전면 도입은 회사가 추진 중인 ‘2045 넷제로(Net-Zero)’의 연장선에 있다고 했다. 연료 효율성을 향상시켜 탄소 배출을 줄이는 스마트 자율운항 시스템은 궁극적으로 HMM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 퍼즐 중 하나다.
실제로 HMM은 최원혁 사장 체제하에서 글로벌 해운업계의 환경 규제 강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저탄소 선박 확보 등 친환경 선사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3조500억 원 규모의 1만3000TEU급 친환경 컨테이너선 12척을 발주했는데, 12척 모두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하는 저탄소 친환경 컨테이너선이다. LNG 연료는 기존 연료 대비 온실가스(GHG) 배출량을 23% 이상, 질소산화물(NOx)은 80% 이상, 황산화물(SOx)은 99% 이상 줄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벌크선 역시 친환경 선대를 확대한다. 지난 6월에는 1조7000억 원 규모의 벌크선 8척, 가스선 2척 등 친환경 선박 10척을 신규 투자한다고 밝혔다. 10척 모두 이중연료(Dual-Fuel) 또는 다중연료(Triple-Fuel) 사양으로 건조를 검토하고 있다.
이 외에도 최원혁 사장은 지난해와 올해 피더선(1700~3000TEU) 22척 신조 발주, 중고선(1700~2800TEU) 5척 매입, 리세일(Resale) 2척, 용선(4500~8500TEU) 10척 등 친환경 저탄소 선박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벌크선 역시 신조와 중고선 인수, 용선 등을 통해 16척의 친환경 선박을 추가로 확보했다.
앞서 지난해 초에는 7700TEU급 LNG 이중연료 컨테이너선 2척도 함께 도입했으며, 2023년에 발주한 9000TEU급 메탄올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9척도 지난해부터 본격 운항 중이다.
‘윙세일(Wing Sail)’을 설치한 HMM의 5만DWT급 중형 유조선(MR탱커) ‘오리엔탈 아쿠아마린(Oriental Aquamarine)’호가 항해하고 있다. 사진= HMM
이 밖에도 HMM은 친환경 운항 설비인 풍력보조추진장치 ‘윙세일(Wing Sail)’을 올 1월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풍력보조추진장치(WAPS, Wind Assisted Propulsion System)는 바람의 힘을 이용해 선박의 추진력을 얻는 친환경 운항설비다. 윙세일은 높이 30m, 폭 10m의 날개를 설치해 항공기처럼 양력을 만들어내는 풍력보조추진장치다. HMM은 5만DWT(재화중량톤수)급 중형 유조선(MR탱커) ‘오리엔탈 아쿠아마린(Oriental Aquamarine)’호에 윙세일을 설치해 1월부터 운항 중이다.
윙세일 등은 운항 조건에 따라 최대 5~20%의 연료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연료를 절감하면 탄소배출이 저감되기 때문에, 탄소집약도(CII), 온실가스연료집약도(GFI), 유럽해상연료규제(FuelEU Maritime) 등 갈수록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는 친환경 규제 대응에도 효과적이다.
HMM은 향후 2년간 실제 운항 데이터를 기반으로 윙세일의 효과를 검증하고, 결과에 따라 벌크선대 전체로 도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글로벌 톱10 선사들의 동향을 보면 상위 5개 사가 선대를 확장하고 있다. 특히 독보적 1위인 스위스 MSC는 742만TEU로 글로벌 시장의 21.6%를 점유하면서 최근 조선소까지 인수한다고 한다
2위 덴마크 머스크라인은 474만TEU, 시장점유율이 13.6%로서 그간 잠잠했던 신조선 투자를 결정, 1만8000TEU 컨테이너선 26척 발주 직전, 최대 42척의 컨테이너선 발주를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또한 이미 3위 프랑스 CMA-CGM과 4위 중국의 CISCO 역시 발주 전량이 상당함으로 치열한 순위 경쟁이 예상된다. 특히 5위 독일 하팍로이드(HAPAG-LLOYD)는 이스라엘 ZIM 라인을 인수 중에 있으며 세계 주요 항만에 컨테이넌 터미널 운영권을 확보하고 있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민국 국적선사인 HMM이 경쟁 선사들이 추진 중인 컨테이너와 벌크 선대 확장만으로는 특별한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다고 본다”면서, “왜냐하면 현재 글로벌 8위인 HMM이 현재 계획한 컨테이너와 벌크선대 확대와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권 확보를 한다 하더라도 글로벌 7위인 대만의 에버그린 선사를 뛰어넘긴 수년간 거의 불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구 회장은 “따라서 경쟁 선사가 흉내내기 어려운 AI 기반의 자율운항 선박 도입과 확대를 통하여 운항 항로의 최적화는 물론 넷제로 목표를 앞당기면서 AI 자율운항 선박 시대를 선도하는 선사로 나아가는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