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낸드 수출물가 256.7%·219.8% 급등할 때 시스템반도체는 7.4%… 가격 상승은 메모리에 집중 D램 공급제약 2027년 하반기~2028년 해소 전망… 범용 D램 가격은 2027년 하반기 하락 전환 삼성전자 연결 선수금 3조2951억원, 반년 새 70.4% 증가… 장기계약에 하한가격까지 설정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 / 이미지 = 삼성전자
[빅데이터뉴스 조재훈 기자] 반도체 수출 금액이 182% 폭증하는 동안 실제 수출 물량 증가는 9.8%에 그치며 최근의 반도체 호황이 '단가 급등'에 의존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D램과 낸드플래시 수출물가가 각각 256.7%, 219.8% 치솟는 동안 시스템 반도체는 7.4% 오르는 데 머물러 가격 상승의 과실이 메모리에만 집중됐다. 문제는 공급 제약이 해소되는 2027년 하반기부터 범용 D램을 중심으로 가격이 다시 하락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메모리 기업들은 다가올 다운사이클(가격 하락)에 대비해 선제적 수익 방어선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단순히 물량을 넘기는 것을 넘어 고객사와 장기공급계약(LTA)을 맺고 시장 가격이 떨어져도 일정 수준을 보장받는 '하한 가격'을 설정하고 나선 상태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연결 기준 선수금은 불과 반년 만에 70.4% 급증한 3조 2951억 원에 달해 향후 닥쳐올 시장 변동성을 최소화하고 든든한 현금 창출 안전판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관측된다.
29일 한국수출입은행의 'ICT산업 동향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2분기 반도체 수출물가지수(2020년 100 기준)는 전년 동기 대비 179.0% 상승한 269.2를 기록한 반면 수출물량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9.8% 상승한 213.9에 머물렀다.
가격 상승은 메모리에 집중됐다. D램과 낸드플래시의 수출물가지수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56.7%, 219.8% 상승했으나 시스템 반도체 수출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7.4% 상승하는 데 그쳤다.
2분기 메모리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1% 증가한 988억달러로 11분기 연속 전년 동기 대비 성장했다. D램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68% 증가한 559억달러, 낸드플래시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5% 증가한 59억달러를 기록했다. 비메모리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한 150억달러였다. 메모리반도체 수출은 올해 2월부터 8월까지 7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20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수출 대상국별로는 중국(홍콩 포함)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0% 증가한 515억달러를 기록했다. 대만 수출은 견조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96% 증가한 165억달러를 기록했으며, 대만은 2024년 2분기부터 베트남을 제치고 반도체 2위 수출 대상국에 이름을 올렸다.
디스플레이와 휴대폰의 수출 지표는 다른 흐름을 보였다. 2분기 디스플레이 수출물량지수(2020년 100 기준)는 전년 동기 대비 11.3% 상승한 124.0, 수출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4.2% 상승한 96.4를 기록했다. 휴대폰 수출물량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50.1% 상승한 156.8을 기록한 반면 수출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7.4% 하락한 89.8이었다.
메모리반도체 공급은 HBM 중심으로 재편됐다. 이미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메모리반도체 선도기업이 HBM 생산에 집중하여 범용 D램 공급 능력이 제한을 받는 가운데 모바일과 PC용 D램은 업계내 서버 중심 공급 대응 영향으로 공급이 부족한 상황 지속"이라고 진단했다.
같은 기간 중국 창신메모리(CXMT)와 양쯔메모리(YMTC)는 생산량 확대로 2분기 시장점유율 9.5%와 14%를 각각 기록했다. CXMT는 D램 세계 4위에 올랐고 YMTC는 키옥시아, 마이크론과 낸드플래시 3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완제품 기업들은 원가 부담을 세 갈래로 나눠 대응하고 있다. 이 선임연구원은 "OLED의 주 수요처는 스마트폰, TV, IT기기(태블릿, 노트북 등) 등이며 완제품 기업들은 부품 가격 상승에 가격 인상, 저가 모델 축소, 메모리반도체 탑재량 축소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D램 공급제약은 2027년 하반기에서 2028년, 낸드플래시 공급 제약은 2027년 상반기 이후에 해소될 것으로 전망됐다. 범용 D램 가격은 2026년 4분기까지 상승한 뒤 2027년 상반기 보합세를 보이고 2027년 하반기에 하락세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됐다.
메모리 기업들은 이같은 상황에서 장기공급계약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 선임연구원은 "빅테크 업계가 메모리반도체기업과 3~5년의 장기공급계약(Long-Term Agreement, LTA)을 추진하면서 메모리반도체 업황 변동성은 과거 대비 안정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생산능력의 60~70% 수준에서 장기계약 체결을 추진해 글로벌 5대 데이터센터와 공급계약을 완료했으며 계약 이행의 구속력을 높이기 위해 상당한 규모의 선수금을 계약 조건에 반영했다. SK하이닉스는 10여개 고객사와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예치금 등 재무적 장치를 반영했다.
계약 구조도 가격 하락에 대비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메모리 장기공급계약은 기본 5년 단위로 맺되 매년 협상을 거쳐 기간을 1년씩 연장하는 롤링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계약 물량의 상당 부분에는 하한가격이 설정돼 메모리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공급사의 투자 위험을 줄이도록 설계했다.
계약 이행을 강제하는 장치도 마련되는 분위기다. 마이크론은 일부 계약에 고객이 약정 물량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대금을 지급해야 하는 '테이크 오어 페이' 조항을 넣었다. 삼성전자가 계약 조건에 반영한 선수금은 재무제표에도 드러난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14일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연결 기준 선수금은 2025년 말 1조9336억원에서 2026년 상반기 말 3조2951억원으로 70.4% 증가했다. 같은 기간 별도 기준 선수금은 4501억원에서 5746억원으로 27.7% 증가하는 데 그쳤다.
다만 계약 주기는 짧아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공급 부족과 가격 변동성을 이유로 연 단위였던 계약이 분기, 일부는 월 단위까지 짧아졌으며 공급이 끝난 뒤 실제 시세를 반영해 차액을 정산하는 방식도 등장하는 추세다.
한국수출입은행은 2026년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전년 대비 4배 성장한 약 8865억달러에 이르고 반도체 산업에서 메모리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기존 전망치 50%에서 55%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D램 시장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147%에서 250%로, 낸드플래시는 기존 300%에서 395%로 상향 조정됐다. 이 선임연구원은 "반도체 시장은 2030년에 1조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메모리반도체와 로직 IC(Integrated Circuit)의 가파른 성장 등으로 2026년에 1.6조 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9대 하이퍼스케일러의 2026년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치도 기존 80%에서 98%로 조정됐다.
올 2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은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DS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7% 증가한 127조5000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782% 증가한 89조2000억원이었다. SK하이닉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7% 증가한 79조3000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57% 증가한 60조5000억원으로 영업이익률 76%를 나타냈다. 마이크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6% 증가한 415억달러,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53% 증가한 337억달러였다.
한편 완제품 전망치는 하향 조정됐다. 이 선임연구원은 "2026년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대비 1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업황 부진은 2027년까지 2년 연속 이어지나 2028년에는 메모리반도체 공급 정상화 등으로 반등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디스플레이 시장 전망치도 기존 5% 역성장에서 6% 역성장으로 수정됐다. 삼성전자의 2분기 MX·네트워크사업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7% 증가한 33조2000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손익은 7000억원 손실로 적자 전환했다.